기획 | 확실한 고증으로 유명한 전쟁 영화…’1917’·’덩케르크’·’트로이’

2020-07-03 07:00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화려한 스케일, 거침없는 액션, 심금을 울리는 장엄한 서사 등 전쟁 영화의 성패를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에서도 철저한 고증은 작품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어떤 무기가 몇 년도에 등장했다는 것까지 훤히 꿰고 있는 일부 관객에겐, 시대적 오류가 있는 무기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다.

영화 '1917' 스틸. 사진 (주)스마일이엔티
영화 '1917' 스틸. 사진 (주)스마일이엔티

올해 2월 개봉한 ‘1917’은 매의 눈으로 고증 오류를 찾아내는 관객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여유롭게 통과한 작품이다. ‘아메리칸 뷰티’(1999), ‘로드 투 퍼디션’(2002) 등을 연출한 샘 멘데스 감독의 작품으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가 하루 동안 겪는 사투를 그렸다.

샘 멘데스 감독은 1차 세계대전을 충실히 재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출연자들은 약 5개월가량 철저한 군사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그들은 허리끈을 매는 방법, 탄환을 장전하고 쏘는 방법 등 단순한 동작부터 거대한 참호 장면을 찍기 전에는 같은 촬영지에 신병 훈련소를 설치해 참호에서 생활하는 법을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더불어 영화 제작진은 철저한 고증을 거처 당시 최전선의 실제 참호와 흡사한 세트를 제작했다. 영화 속 참소는 전쟁에 기록된 폭, 길이, 재질 등이 동일하게 만들어졌고, 총 길이가 약 1.6Km에 달했다. 참호에 15도의 기울기가 있어 흙벽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말뚝과 보드를 이용하기도 했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 사진 워너브라더스
영화 '덩케르크' 스틸. 사진 워너브라더스

사실주의 촬영 방식을 고집하기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2017)도 고증이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는 전쟁 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구하기 위한 사상 최대의 탈출 작전을 그린 작품으로, CG를 거부한 놀란 감독의 고집으로 보조 출연자만 무려 1300여 명에 육박했다.

영화에는 실제 덩케르크 작전을 수행했던 마크 1 두 대와 마크 5 한대 등 총 세 대의 스핏파이어 항공기가 담겼으며, 전투의 진행 상황, 병사들의 장비와 복장 등 모든 요소가 철저한 고증을 거쳐 구현됐다. 당시 실제 작전을 수행했던 참전용사 켄 스터디가 영화를 본 후 인터뷰를 통해 “당시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이 외에도 완벽의 가까운 고증이라 불리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2차 세계대전 당시 제작된 실제 티거 전차가 등장한 ‘퓨리’(2014) 등 고증이 철저한 전쟁 영화는 여럿 있지만, 2004년 개봉한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작품 ‘트로이’는 개중에도 특별한 감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비교적 명확하고 상세한 기록이 남아있는 제1차, 2차 세계대전과 달리 ‘트로이’는 기원전 12세기에 있었던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유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로 후세에 전해진 이 전쟁은 19세기까지도 허구로 취급되곤 했다. 1870년 하인리히 슐리만이 트로이 유적지를 발굴하고 나서야 역사적 근거가 생겼던 이 전쟁인 만큼, 트로이 전쟁을 영화로 재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쟁의 자료 대부분은 벽화나 도자기 그림으로만 남아있었다.

영화 '트로이' 디렉터스 컷 스틸. 사진 판씨네마(주)
영화 '트로이' 디렉터스 컷 스틸. 사진 판씨네마(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프강 베터젠 감독은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스 로마 유물 전문가를 섭외해 역사 고증과 고문을 맡겼으며, 총 7만 5천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현장감을 구현했다. 트로이 목마는 고증에 따라 불에 탄 전함의 나무판자와 무기의 잔해만으로 제작됐다.

전쟁 신은 고대의 전투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감상을 남긴다. 고대 그리스 중장 보병(팔랑크스)의 전투를 재현하기 위해 800명의 엑스트라가 3개월가량 군사 훈련을 받았으며, 그 결과 ‘트로이’의 전쟁 장면은 고대 전투를 난전으로만 그렸던 여타 작품과 달리 제대로 된 진열과 진형을 갖춘 채 이뤄진다.

영화 '트로이' 디렉터스 컷 스틸. 사진 판씨네마(주)
영화 '트로이' 디렉터스 컷 스틸. 사진 판씨네마(주)

얼굴 대부분을 가림에도 모든 배우가 투구를 필수적으로 착용한 것과 기원전 12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철제 무기와 등자가 영화 속에서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트로이’의 철저한 고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트로이’는 3일 33분 분량이 추가된 디렉터스 컷으로 재개봉한다. 개봉한 지 16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스크린을 압도하는 강렬한 액션 신이 다시 한번 관객을 매료시킬 수 있을지 호기심을 부른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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