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여전히 찾고 싶은 집단발포 그 후

2020-07-02 10:30 이은지 기자

[맥스무비= 이은지 기자]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5.18 민주화 항쟁, 그곳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들의 제작 과정과 유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제작 과정을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당시 벌어졌던 집단 발포 후 사라진 4시간을 조명한다.

다큐멘터리 '광주비디오: 사라진 시간' 스틸. 사진 인디플러그
다큐멘터리 '광주비디오: 사라진 시간' 스틸. 사진 인디플러그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이조훈 감독은 1980년 5월 당시 광주의 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버스를 타고 함성을 외치며 도로를 떠돌던 형들, 그들에게 밥과 물을 나눠주던 어머니, 도청 앞 고시학원에서 강사를 하다 계엄군에게 구타를 당하고 집으로 오다 M16 탄피를 주워온 아버지의 모습 등 5.18에 대한 파편화된 기억들을 지닌 채 유년 시절을 보냈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을 만든 이유는 명확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광주비디오'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당시 광주를 담은 비디오, 이른바 '광주비디오'를 접하고 달라졌듯이 이조훈 감독의 인생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

다큐멘터리 '광주비디오: 사라진 시간' 스틸. 사진 인디플러그
다큐멘터리 '광주비디오: 사라진 시간' 스틸. 사진 인디플러그

영화는 보탬이나 뺀 것 없이 광주 당시 상황을 날것 그대로 전한다. 오히려 너무 잔혹한 부분은 뺐다.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 이 영화를 완벽히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자신이 그랬듯 기억 어느 곳에 잔상이 남아 훗날 이 비디오를 이해할 날이 왔을 때, 기회가 왔을 때 정면으로 마주할 어린 관객들을 위한 선택이었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대부분 당시 기록에 의존해 진실을 전달하려 한다. 외신 기자들과 국내 기자들이 담았던 영상과 사진 기록물을 통해 1980년, 당시 광주를 재현했다. 긴박하게 돌아가던 당시, 어떤 사람들의 손을 거쳐, 어떤 과정을 지나 '광주비디오'가 만들어졌는지, 또 그들이 '광주비디오'를 어떻게 유통시키고 많은 이들에게 전파했는지 상세하게 풀어냈다.

비단 광주만의 일이 아니었다. 광주에 연고를 둔 사람들은 물론이고 해외동포들과 국내 시민들의 긴박하고 숨 막히는 현장을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화에 등장한 민승연, 박상증, 고재형, 기춘 등은 '광주비디오'를 제작하고 유통하고 상영회를 통해 세상에 알린 사람들이다.

다큐멘터리 '광주비디오: 사라진 시간' 스틸. 사진 인디플러그
다큐멘터리 '광주비디오: 사라진 시간' 스틸. 사진 인디플러그

어떤 이들은 자신의 가족이 당했을지도 모를 일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또 어떤 이들은 관심조차 없었던 사건이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들을 믿으며 "왜 학생들이 시위를 하지"라고 의문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광주의 실상이 담긴 '광주비디오'를 보고 깨닫기도 했다.

'광주비디오'에 참여했던 이들은 당시의 상황을 솔직하게 증언했다. 영상을 얻어낸 과정과 보다 진실되게, 객관성 있게 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희생을 감수했는지, 또 2020년 현재, 후회되는 것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영화는 현재 알려진 것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광주비디오' 뒤에 붙은 '사라진 4시간'이 어쩌면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진짜 이유인지도 모른다. 기존에 만들어진 '광주비디오'들에서 발견할 수 없는, 항쟁 기간 중 5월 21일 도청 앞 집단 발포 현장의 비디오, 사라진 4시간을 추적한다.

아래는 집단발포 직후 사진이다. 당시 광주 지역 사진기자는 "전봇대 뒤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다. 이 사진을 한 장 찍고 몸을 피해야했다. 그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살아야 했다. 그때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한다"고 회상했다.

다큐멘터리 '광주비디오: 사라진 시간' 스틸. 사진 인디플러그
다큐멘터리 '광주비디오: 사라진 시간' 스틸. 사진 인디플러그

왜 그 많은 영상이나 사진 기록물 중 4시간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지, 혹은 존재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또는 어떤 조직에 의해 의도적으로 사라진 것은 아닌지를 탐사하고 끊임없이 묻는다. 그리고 그 존재를 실토해야 할 것은 당시의 군부와 국방부 관계자들임을 주장한다.

이조훈 감독은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언론시사회 말미에 "이번에 광주에서 공개된 30년 전 사진들은 공수부대원들이 보관하고 있던 걸 수집상에게 팔았던 건 갖고 있던 거다. 이번에 영화를 보고 양심선언을 누군가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마지막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닌지 곱씹어 본다.

개봉: 7월 16일/관람등급: 12세관람가/출연: 민승연, 박상증, 고재형, 기춘 등/감독: 이조훈/배급: 인디플러그/러닝타임: 82분/별점: ★★★

이은지 기자 / ghdpssk@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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