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완성하기까지 13년이나 걸린 이유

2020-07-04 09:05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얼마 전,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가 개봉했다. 메가폰을 잡은 페르난도 그로스테인 안드레이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다는 작품으로, 요리를 좋아하는 소년 에이브의 시선으로 갈등과 반복만을 반복하고 있는 이들 향해 화합의 목소리를 높인다.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촬영 현장. 페르난도 그로스테인 안드레이드 감독(왼쪽).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촬영 현장. 페르난도 그로스테인 안드레이드 감독(왼쪽).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는 요리가 제일 좋은 열두 살 에이브(노아 슈나프)가 가족들의 다툼을 끝내기 위해 마음을 섞는 레시피를 찾는 이야기를 그렸다. 에이브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 극단에 서 있는 가족 사이에서 태어나, 가족이 화해하길 바라는 마음에 무슬림 문화와 유대 문화 모두를 배우려 한다. 연출을 맡은 페르난도 감독은 “내 가족으로부터 이야기의 요소를 추출했다”며 영화를 기획한 계기를 밝혔다.

“나는 반 유대계, 반 가톨릭계의 결혼을 통해 태어났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모두 재혼하셨고, 우리는 어머니의 전남편과 아버지의 전부인도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를 보내곤 했다. 나는 항상 우리 모두가 그 자리에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극복해야 했을지 생각했다. 마침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조카가 태어났고, 그때부터 영화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종교적 갈등과 전쟁 때문에 종교라는 주제에 대해 말하기 주저했지만, 동시에 영성의 중요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페르난도 감독의 가족으로부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지만, 영화에는 가톨릭과 유대교가 아닌 무슬림과 유대교가 등장해 의문이 들었다. 페르난도 감독은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목소리를 주고자 하는 의도였다”며 “나의 가족과 우리 세대 모두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재료를 남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인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싶었다는 답변에서 엿볼 수 있듯, 페르난도 감독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인권운동가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실패를 다룬 다큐멘터리 '브레이킹 더 타부’(2011)를 연출하기도 했다.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촬영 현장. 페르난도 그로스테인 안드레이드 감독(왼쪽).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촬영 현장. 페르난도 그로스테인 안드레이드 감독(왼쪽). 사진 영화사 진진

어린 소년의 시선을 바탕으로 그려진 영화인 만큼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는 무겁고 진중하게 그려져 왔던 종교 갈등의 문제를 보다 부드럽게 담아냈다. 페르난도 감독은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을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주의했다”며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여러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회상했다.

“자주 이야기됐던 주제지만, 동시에 이야기 되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순수한 시선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이 주제를 말하고자 했다. 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그들의 음식을 통해 들여다보며, 그 안이 현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직접 여행하고 촬영했다. 이것은 내가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팔레스타인 출신 극작가를 초청한 이유이자, 영화를 개발하는 과정이 13년이나 걸린 이유기도 하다.”

페르난도 감독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 영화에 충분히 묻어났던 것일까.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는 제35회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리우데자네이루 국제영화제, 취리히 영화제 등 해외 평단의 호평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단도직입적이고 솔직하게 제작됐다”며 “모두를 동등하고 수평적으로 바라봤던 것”이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음식을 좋아하는 소년이 가족을 화합하기 위한 레시피를 찾는 과정을 그린 만큼, 영화는 스크린에 등장한 여러 음식으로 관객의 침샘을 한껏 자극하기도 했다. 페르난도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특별하게 제작된 음식”이라며 “스크린에 보이는 중동 요리는 실제 그 지방의 전통 요리를 살짝 비튼 것이다”고 덧붙였다.

“음식들은 우리가 영화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안해 냈다. 이는 우리가 전하고자 했던 모든 메시지를 더욱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실제론 유사하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음식들을 영화 속에서 완전히 다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끝으로 페르난도 감독은 한국 영화의 팬이라며 그가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영화를 소개했다.

“나는 한국 영화의 굉장한 팬이다. 우리의 소중한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 이창동 감독을 좋아한다. 나는 최근 ‘바벨탑’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영어로 촬영된 브라질 영화이며, 미국에서 제작하고 있다. 이탈리안 촬영감독, 팔레스타인 각본가 등 대부분이 이민자 1세대이거나 2세대인 다양한 캐스팅으로 꾸려졌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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