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신세계’ 이후 8년, 이정재가 말하는 황정민과 박정민

2020-08-03 12:49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이정재가 황정민과 재회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12년 영화 ‘신세계’에서 짙은 우애를 선보였던 두 배우는 올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재회해 서로를 향해 흉흉한 살기를 띄우며 스크린을 압도했다. 이정재는 “정민이 형은 하나도 안 바뀌었다”고 말하며 황정민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소감을 밝혔다.

“’신세계’ 때도 체력이 좋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도 정민이 형 체력은 여전히 대단했다. 요즘은 골프에 빠진 것 같더라. 촬영이 없는 날에도 그 뙤약볕에 호텔에서 쉬지도 않고 매일 같이 골프를 나갔다. 그런 체력 덕분에 현장도 더 좋았던 것 같다. 체력이 좋아야 집중력도 높아지고, 그래야 현장에서 에너지를 더 뿜어낼 수 있다. 정민이 형의 에너지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 현장.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 현장.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을 향한 호칭에서도 느껴지듯, 이정재와 황정민은 ‘신세계’ 이후 절친한 사이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재는 “막상 촬영 현장에 가면 서로 잡담을 잘 나누지 않는다”며 황정민과 함께했던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현장에서 별로 말이 없다. 오로지 영화만 생각하는 것 같다. 현장에 있으면 다음 장면을 어떻게 찍을까, 이 장면을 다시 찍을까, 이런 얘기밖에 안 한다. 나도 그렇고 정민이 형도 그렇다. 심지어 박정민도 우리 같은 성격이더라. 그런 이야기만 하는 것 자체가 호흡이 잘 맞기에 가능한 것 같다.”

이정재는 황정민을 향한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코로나 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황정민이 촬영을 위해 요르단에 체류하고 있는 이유다. 이정재는 “우리 나라는 잘 버텨내고 있지만, 다른 나라는 어떨까 걱정이 된다”며 “지역 자체도 뜨거운 곳이고, 코로나 때문에 원래 일정을 더 줄여서 갔다. 찍어야 할 양은 같은데 일정을 줄였으니 훨씬 힘들 거다. 음식도 한식을 좋아하는데 여러모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언론시사회 현장.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언론시사회 현장.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는 함께 연기한 박정민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정민의 연기에 “정말 놀라웠다”며 “저 친구보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박정민은 극 중 인남(황정민)의 조력자 유이를 연기했다.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기 위해 태국에서 5년째 거주하고 있는 트랜스젠더다.

“유이는 연기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조금만 과해도 거북하고, 자칫 지나치게 담백하면 맛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어려운 와중에 박정민은 재미있게 표현하기까지 했다. 호흡이나 제스쳐, 대사 톤 같은 것들이, 설정인지 애드리브인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잘했다. 비슷한 배역이 있다면 도전할 욕심이 있었는데, 박정민 연기를 보고 자신이 없어졌다. 저 친구보다 잘할 엄두가 안 난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는 황정민, 박정민과 함께한 장면뿐만 아니라 홀로 등장했던 신에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관객을 사로잡기도 했다. 특히 이정재가 영화 속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례식 장면은 그저 그의 존재감만으로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자아냈다.

“영화에서 등장 첫 장면과 마지막 퇴장 장면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어떤 영화든, 어떤 배역이든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등장 신에 힘을 줬던 것 같다. 준비하면서 여러 생각도 들고, 현장에서도 다양하게 찍어본다. 다 찍어 놓고 감독님께 다른 모습으로 찍을 순 없을지, 다시 물어보기도 한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완성된 레이의 첫 등장. 영화는 이정재라는 명 배우의 힘으로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음과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을 들게 만들었다. 극 중 레이가 장례식장에 하얀 코트와 신발, 화려한 셔츠를 입고 참석했던 이유다. 형의 장례식장에서조차 화려한 흰색 옷을 입은 레이, 이정재는 그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레이에게 있어서 형이 죽은 것은 다음 사냥감을 결정할 아주 좋은 핑곗거리다. 그는 형의 죽음에 복수심을 느끼고 인남을 쫓는 것이 아니다. 장례식장에 참석한 것도 ‘진짜 이 인간이 죽었나? 확인해 봐야지’하는 정도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레이가 형의 죽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표현을 의상으로 하려 했다. 흰 구두는 레이의 아이덴티티다. 흰 구두만 보면 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만들려 했고, 흰 구두에 맞춰 의상을 짰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 현장.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 현장.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한편 이정재는 ‘다만 악’에 대한 호평에 대해 겸손을 표하며 함께 촬영을 진행한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그는 태국 현지에서 80%가량 촬영을 진행한 만큼, 현지 스태프들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사실 어떤 스태프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현지 스태프분들이 꽤 경험치가 높은 분들이었다.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그리고 친근한 에너지가 넘쳐서 좋았다. 그 친근함이 아침부터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줘서 인상적이었다. 현장에 나가면 밝은 기운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현지 스태프 분들 덕분에 덩달아 밝아져서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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