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후쿠오카’ 세밀하게 써 내린 치유의 편린

2020-08-25 16:03 위성주 기자
    “쟤 또라이야, 신경 쓰지 마”
    “다들 너무 긴장해서 그래요”
영화 '후쿠오카' 포스터.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영화 '후쿠오카' 포스터.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일반적으로 관객이 예술·독립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화려한 볼거리도 없거니와 스토리마저 따라가기 힘든 것이 태반이기에, 대중은 상업영화를 보다 선호한다. 장률 감독의 신작 ‘후쿠오카’는 그와 같은 측면에서 대중에게 크게 사랑받기는 힘든 영화다. 인물들을 바라보는 차분한 시선은 지루할 것이고, 귀신에게 홀리듯 기묘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란 벅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오카’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행복을 꿈꾸지만, 과히 긴장해 날 선 바늘만이 가득한 누군가에게, 영화가 전하는 따뜻함이 치유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누구도 찾지 않을 것 같은 허름한 헌책방에 단골손님이 찾아왔다. 단골 손님 소담(박소담)은 어느 날 불쑥 책방 주인 제문(윤제문)에게 후쿠오카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고, 제문은 귀신에게 홀리듯 어느새 후쿠오카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제문은 소담과 함께 작은 술집 ‘들국화’를 찾는다.  

그곳은 바로 28년 전, 첫사랑 순이를 동시에 사랑한 해효(권해효)의 가게다. 순이가 떠난 이후 28년 동안 절교하며 지낸 두 사람을 향해 “둘이 똑같아”라며 놀리는 소담.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세 사람은 3일 밤낮을 함께 다니며 후쿠오카를 여행하기 시작한다. 

영화 ‘후쿠오카’는 ‘풍경’(2013), ‘경주’(2013), ‘춘몽’(0216) 등을 연출한 장률 감독의 신작이다.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 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이야기로,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받은 바 있으며, 서울독립영화제 2019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후쿠오카’의 형식은 일반적이지 않다. 캐릭터 사이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고, 그네들 사이의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다. 그들은 그저 함께 후쿠오카를 노닐다 화해하고, 사랑한다. 특히 제문이 “쟤 또라이야”라고 지칭한 소담은 더욱이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마치 귀신인 양 제문을 홀려 후쿠오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10년 동안 말이 없던 해효의 단골손님을 보곤 벙어리도 아니거니와 한국말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알 수 없는 캐릭터만큼이나 이들을 포착한 시선 역시 남다르다. 영화 전체를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은 ‘후쿠오카’의 흔들리는 화면은 오묘하게 변화하는 그네들의 마음을 담아낸 것 같기도,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관객의 혼란스러운 눈길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그렇게 어떤 것도 명확히 알 수 없는 와중 ‘후쿠오카’는 슬며시 관객을 향해 행복의 동산(후쿠오카, 福岡)을 향한 초대장을 건넨다. 과거와 현재, 후쿠오카와 윤동주, 연극과 현실 사이에서 인물들은 서로의 감정을 나눈다. 세 사람이 만나는 새로운 인물들은 한국말을 할 수 없어 각자 나라의 말로 떠들어 대지만, 그네들끼리는 왠지 모르게 대화가 통한다.  

언어가 같지 않은 이들 사이의 대화보다 소통이 더욱 안 되는 것은 제문과 해효 사이다. 두 사람은 한 여인을 둔 사랑싸움에서 지치지도 않는 듯 28년 동안 평행선을 달려왔다. 온몸이 곤두선 채 각자의 말만 내뱉으니 화해는 당치도 않았다. 이렇듯 불통과 몰이해의 원인은 언어가 아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의미인지, 극 중 소담의 말마따나 긴장을 풀게 되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 여전히 알 수 없다. 허나 분명한 것은 경계의 허묾이, 긴장의 완화와 유연이 서로를 향한 화해와 사랑을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언어가 달라도 공감과 위로를 건네던 소담과 한 중국인의 모습처럼, 함께 놀다 문득 키스를 나누는 소담과 유키(야마모토 유키)의 모습처럼, 날 선 경계심을 풀고 상대를 마주한다면 형용하기 힘든 감정과 인상,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 ‘후쿠오카’는 말한다. 결국, 해효와 제문 역시 대화가 아닌 정전이 왔던 한순간의 꿈 같은 연극을 통해 마음을 터놓는다. 

과한 경계와 긴장, 비난과 분노로 가득한 우리 시대의 사회와 사랑에 대해 조명한 작품이다. 여느 영화와 같이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해하고자 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론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필요하듯, ‘후쿠오카’는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그만두고 그저 받아들이며 감상해야 한다. 그리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 자리 잡았던 뾰족한 바늘도 조금이나마 그 끝이 무뎌진다. 

개봉: 8월 27일/관람등급: 15세 이상관람가/출연: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감독: 장률/제작: ㈜률필름/배급: ㈜인디스토리, ㈜률필름/러닝타임: 85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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