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후쿠오카’ 장률 감독 “나와 다른 시선이 있기에 교만해지지 않는다”

2020-08-26 17:23 위성주 기자
    장률 감독이 밝힌 ‘후쿠오카’의 기획 과정
    “나의 이야기는 언제나 공간에서 시작한다”
영화 '후쿠오카' 포스터. 사진 (주)인디스토리 , 률필름
영화 '후쿠오카' 포스터. 사진 인디스토리, 률필름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후쿠오카’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공간과 인물의 감정에 대해 세밀한 표현법으로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장률 감독의 신작으로, ‘경주’, ‘군산’에 이어 공간으로부터 시작된 세 번째 이야기다.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한 카페에서 영화 ‘후쿠오카’의 메가폰을 잡은 장률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장률 감독의 영화는 공간으로부터 시작한다. 2013년 작품 ‘경주’가 그러했고, 두 해 전 개봉했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도 그랬다. 공간에 담긴 미묘한 감정선을 포착한 장률 감독만의 특별한 시선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해지곤 했다. 신작 ‘후쿠오카’도 마찬가지다. 장률 감독은 그가 후쿠오카에서 느꼈던 오묘한 감정을 스크린에 담아 관객에게 선보였다. 

영화 '후쿠오카' 장률 감독. 사진 (주)인디스토리
영화 '후쿠오카' 장률 감독. 사진 (주)인디스토리

“후쿠오카라는 공간에 10년을 오갔다. 그곳은 전체적으로 신비로웠다. 일본이지만 일본 같지 않고, 한국과 가깝고 소통도 잘 되지만 많은 면이 달랐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거리, 감정, 이런 것들에 있어서 후쿠오카는 우리가 자랐던 옛날 동네의 느낌이 많이 난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도 합석을 쉽게 한다. 요즘엔 서울에도 이런 모습이 사라졌는데. 항구 도시이기에 다양한 문화가 유입됐고, 이를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해 그런 옛날 정서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 옛날 정서가 있으니 추억까지 느껴지곤 한다. 그렇게 후쿠오카에는 추억을 찾아간다.” 

후쿠오카에서 추억을 엿봤다는 장률 감독은 “영화를 하면 거의 공간에서 시작한다”며 ‘경주’와 ‘군산’에 이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선보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공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면 여기에 어떤 감정이 맞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발전하면 어떤 인물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으로 간다. 이런 순서다”고 말했다.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률필름

그렇다면 장률 감독이 추억과 함께 후쿠오카에서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어떤 감정을 스크린에 담아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었을까. 장률 감독은 “관객마다 다르게 이해해도 그것이 전부 맞다”면서도 자신이 담고자 했던 ‘후쿠오카’의 메시지를 밝혔다. 

“삶을 살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는데, 깊은 감정이나 사랑이 생길 수도 있고, 우정이나 증오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게 ‘어떤 관계가 됐든 마지막 한번은 만나서 소통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만남이란 것은 소통이다. 소통이 있으면 설사 티격태격해도 어떤 반성이 있을 수 있는데, 만남 자체가 어렵다. 누구나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는데 가기 전 소통을 했는지의 여부가 고통의 크고 작음을 나눌 것 같다.”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 률필름
영화 '후쿠오카'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률필름

장률 감독의 말마따나 극 중 서로를 향한 미움에 절교한 해효와 제문은 28년 동안이나 서로에 대한 소식을 모르다 문득 만나 화해한다. 서로 소통이 없으니 과거에 묶여 벗어나지도 못하던 두 사람은 함께 만나 한참을 대화한 이후에야 과거로부터 풀려난다. 이런 해효와 제문의 화해는 절로 이뤄지진 않았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귀신 같은 캐릭터 소담이 그들을 한곳에 모았다. 행동도, 대사도 독특하기 그지없어 이해하기 힘든 소담. 장률 감독은 그를 어떤 캐릭터로 만들고자 했을까. 

“’만들었다’기 보다 이미 일상에 소담 같은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조금 이상하다고 우리가 피해버리는 것이다. 그런 친구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정도 관계를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사람은 뭐든지 ‘나’를 중심으로 두는데, 그렇기에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게 된다. 가끔 우리 보이는 이상한 친구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오히려 나와 시선이 다르기에 얽힌 관계를 풀어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의 시선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띄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이 공간에도 이미 지나간 사람의 시선이 있을 수 있고, 문틈 사이로 또 다른 시선이 들어올 수 있다. 그런 시선이 있기에 우리가 교만하여지지 않는 것 같다. 소담은 해효와 제문에게 있어 그런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영화 '후쿠오카' 장률 감독. 사진 인디스토리
영화 '후쿠오카' 장률 감독. 사진 인디스토리

장률 감독의 답변은 본인의 영화와 같이 알쏭달쏭한 면이 있었다. 그의 말을 차분히 듣고 있자면 어렴풋이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받아들여지지만, 풀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에게 솔직히 토로하니 장률 감독은 오히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미소를 띄웠다. 

“이를 선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영화를 찍을 필요도 없고, 세상에 모든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답이 있는게 아니고, 나 역시 답을 구하고자 찾아가고 있지만 제대로 가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일은 언제나 명확하지 않다.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무엇인가를 담아내는 것이 창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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