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담쟁이’ 고루한 우리 사회 가족상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

2020-10-21 11:30 위성주 기자
    가족의 의미에 대한 한제이 감독의 질문
    휘몰아치는 감정 탁월하게 펼쳐낸 우미화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화제가 됐던 영화 ‘담쟁이’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던 한 커플이 갑작스런 사고 이후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한 퀴어 영화들과 다른 한제이 감독만의 남다른 시선이 엿보여 눈길을 끌었다. 

영화 '담쟁이' 스틸. 사진 트리플픽쳐스
영화 '담쟁이' 스틸. 사진 트리플픽쳐스

계약직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은수(우미화)는 사랑하는 연인 예원(이연)과 동거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 기일에 맞춰 친언니의 집에 가게 된 은수. 그는 돌아오던 길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고, 동승했던 언니는 사망해 조카 수민(김보민)은 홀로 남게 된다. 

평화롭던 일상에 찾아온 절망적인 상황. 우여곡절 끝에 예원과 은수, 수민은 한 가족처럼 같이 살고자 하지만, 이내 우리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과 법 체계는 그들을 결단코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서로를 진정한 가족으로 여김에도 끝내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게 된 은수는 결국 모두를 위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영화 '담쟁이' 스틸. 사진 트리플픽쳐스
영화 '담쟁이' 스틸. 사진 트리플픽쳐스

영화 ‘담쟁이’는 누구보다 행복했던 은수와 예원 커플이 뜻밖의 사고 후 현실의 벽을 실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성 소수자인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지만, ‘담쟁이’는 지난 퀴어 영화와 달리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그들 사이의 격정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아니다. 되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미 그들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한 이후며,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영화가 그리는 것은 한 퀴어 커플의 애절한 사랑이라기 보다, 그들이 마주해야 할 현실의 옹졸한 벽이다. 갑작스런 사고 이후 은수를 찾아 병원에 도착한 예원은 법적 가족이 아니란 이유로 중환자실에 들어가지조차 못하고, 홀로 남은 조카 수민은 은수의 양육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한 ‘좋은 사람’의 판단 아래 강제로 보육원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 '담쟁이' 스틸. 사진 트리플픽쳐스
영화 '담쟁이' 스틸. 사진 트리플픽쳐스

결국 ‘담쟁이’는 퀴어 영화라기보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 작품이다. 기존 우리 사회가 관념적으로 공유하던 가족 상은 현재에 이르러 알맞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역사의 흐름과 함께 가족의 모습 역시 변화하고, 해체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결합한 이유다. ‘담쟁이’는 바로 이러한 지점을 지적했다. 가족의 모습은 이렇게나 다양하게 변화했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시선과 사회적 제도는 여전히 고루할 따름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의 질문은 명확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편향적인 시선이라는 인상을 남겨 아쉽다. 은수와 예원이 마주하는 사회와 현실은 그저 냉담하고 이기적인데, 사회가 왜 그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바라보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다양한 삶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올바름에 대한 개인의 가치판단을 강요하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 

개봉: 10월 28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출연: 우미화, 이연, 김보민/제작: ㈜DIE NO/배급: ㈜트리플픽쳐스 /러닝타임: 99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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