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페뷸러스’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 “페미니즘, 꼭 무거울 필요 없다”

2020-11-02 13:26 위성주 기자
    샤르본느 감독이 담은 우리 시대 여성상
    “진짜 여자들 사이의 우정 보여주고 싶었다”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페뷸러스’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특별한 사명의식으로 관객에게 무거운 질문거리를 건넸던 지난 페미니즘 영화와 달리, 사랑스러우면서도 유쾌하게 관객을 매료시킨 작품으로,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다른 주제의식을 선보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캐나다의 신예 감독으로, 데뷔와 동시 평단의 호평 세례를 이어가고 있는 멜라니 샤르본느. 그가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페뷸러스' 촬영 현장. 사진 싸이더스
영화 '페뷸러스' 촬영 현장. 사진 싸이더스

SNS로 온 세상이 연결된 듯한 요즘이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면 오히려 진정한 인간 관계와 유대는 과거에 비해 옅어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구나가 손쉽게 서로에게 ‘좋아요’를 누르는 이면엔 허영과 허상만이 팽배해 들춰보기 꺼려질 따름이다.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은 바로 그러한 지점에서 관객을 향해 명확한 주제의식을 전달했다. 그는 SNS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로부터 맺어진 인간관계가 얼마나 어설픈지 등에 관해 직조했다.  

“소셜 미디어가 인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형성하는지에 대해 심도 깊게 파고들고 싶었다. SNS는 자칫 우리에게 사회적으로 타인과 잘 연결돼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지만,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을 이길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SNS라는 것이 우리의 무의식 저변에서 생각 자체를 개조할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인간이 다른 존재들과 차별화된 점이라면,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인데, SNS라는 것은 인간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지켜야 한다.” 

영화 '페뷸러스' 스틸. 사진 싸이더스
영화 '페뷸러스' 스틸. 사진 싸이더스

그렇게 SNS에 매몰된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아 눈길을 사로잡은 ‘페뷸러스’에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진실된 우정과 페미니즘에 대한 감독의 남다른 시선이 묻어나기도 했다. 영화의 한 축이 SNS로 맺어진 관계성에 대한 비판이라면, 또 다른 중심은 여성의 우정과 연대다. 

“평소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들은 왠지 꼭 멍청한 이유로 서로를 미워하게 만든다. 나는 여자들 사이의 우정을, 내가 겪었던 진짜 이야기들로 보여주고 싶었다. 때로는 서로 경쟁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위 해 옆에 있어주는 것. 예를 들어 극 중 엘리와 로리는 크게 다투지만, 엘리는 로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다. 그것이 바로 진짜 우정이다.” 

멜라니 감독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은 여성 캐릭터 사이의 우정뿐만 아니라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페미니즘에 대한 메시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실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사안들을 녹여내 즐겁고 유쾌하게, 과한 무거움 없이 영화를 꾸려나갔다. 

“페미니즘을 경험하면서 어떤 포지션을 택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이 시대에서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상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그려내고자 했다. 관객에게 주고 싶었던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꼭 무거울 필요는 없다. 내가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사유하면서 웃을 수 있으니까.” 

영화 '페뷸러스'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 사진 싸이더스
영화 '페뷸러스'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 사진 싸이더스

페미니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여타 영화에 비해 무겁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영화 곳곳에는 우리가 마주하는 여러 현실적 사안이 묻어나 깊은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너무나도 손쉽게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여성 스스로도 현실과의 타협을 위해 스스로 코르셋을 조이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 

“낯선 사람으로부터 인정 받으려 하지 말고, 당신 자신으로부터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것의 첫 걸음은 ‘왜 우리는 특정한 방식으로 보여지고 싶을까?’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다. 진정 나를 위한 것인지, 혹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식이 맞는지 등의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고, 나 자신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관객이 ‘페뷸러스’를 통해 사회가 바라는 대로가 아닌, 자기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 그는 차기작도 여성에 대한 그만의 시선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선택했다. 

“’페뷸러스’와는 전혀 다른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캐나다 역사상 최초의 보병대가 된 여성에 대한 전기를 준비 중이다. 용감하고 담대한 여성의 이야기고, 전투 훈련 장면과 전쟁 신도 여럿 포함돼 있어, ‘페뷸러스’의 가벼운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진짜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는 나만의 시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0/ 500
      사업자등록번호 211-88-91225 l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2016-서울강남-02630호 l 대표이사 정이은
      ㈜맥스무비 l 06099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25길 8, 301호(논현동, 유진빌딩)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2730 | 등록일자 2013년 7월 11일 | 제호 맥스무비 닷컴 | 발행인 : 정이은ㅣ편집인 : 이은지

      Copyright ⓒ Asiatribune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