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이웃사촌’ 소소하게 웃다 어느새 눈가가 촉촉

2020-11-12 16:29 위성주 기자
    배우 오달수의 따뜻한 귀환
    화법은 낡았지만 눈시울 붉어져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이웃사촌’이 개봉을 앞뒀다. 과거 천만 요정으로 불렸던 오달수의 복귀작으로, 어쩌면 조금은 철 지난 화법이지만 여전히 소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영화 '이웃사촌'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영화 '이웃사촌'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독재정권의 탄압에 맞서 민주화의 목소리를 높이다 쫓기듯 미국으로 떠나야 했던 이의식(오달수) 총재. 그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힘입어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이내 정부기관의 명령으로 자택 격리를 당한다.  

그런 그의 옆 집에 무언가 수상한 이웃이 이사를 왔다. 바로 이의식과 그의 가족을 24시간 밀착 도청하는 도청팀이다. 이의식을 ‘빨갱이’라 지칭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그를 향한 작전을 펼치는 도청팀장 대권(정우). 그는 어설프기 그지없는 팀원들과 함께 이의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영화 '이웃사촌'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영화 '이웃사촌'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감금된 이의식의 옆 집으로 위장 이사를 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도청팀은 좌천 위기 직전, 혼신의 힘을 다해 밤이고 낮이고 이의식을 감시한다. 

‘7번방의 선물’(2012)을 통해 관객을 울리고 웃겼던 이환경 감독의 차기작인 만큼, 영화는 유쾌한 코미디와 따뜻한 감동이 딱 좋은 비율로 어우러졌다. 비록 누군가는 낡은 화법이라며 석연치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아는 맛이라 더 먹고 싶은 음식이 있듯, ‘이웃사촌’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모두 예상이 감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1985년 한국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함께 오달수가 연기한 이의식 캐릭터는 실존인물을 연상시키며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허나 지난 역사는 영화의 주된 흐름이 아니다. 영화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 민주주의를 노래하던 이들의 숭고한 신념을 전한다기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이어진 감정의 결을 따라 이야기를 꾸려간다.  

영화 '이웃사촌'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영화 '이웃사촌'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소소하게 배치된 웃음 요소들이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낡았지만 여전히 힘있는 따뜻한 이야기는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코미디로 웃음보를 터뜨리다가도 가슴 깊은 곳에 인상을 남기는 ‘이웃사촌’만의 울림이 어느새 관객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든다. 

베테랑 배우들의 유려한 연기 역시 ‘이웃사촌’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과함도 모자람도 없이 자연스레 펼쳐지는 블랙코미디는 김희원과 김병철이 아니었더라면 소화하기 어려웠을 터며, 반전의 키를 쥔 이유비도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뽐냈다. 

정우와 오달수 역시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명연기를 펼치며 스크린을 압도했다. 무뚝뚝한 그때 그시절 아버지의 표상인 대권은 정우의 얼굴을 빌려 깊은 속내와 죄책감, 좌절과 희망을 드러냈으며, 그동안 감초 역할을 도맡았던 오달수는 이번 작품에서 역사의 흐름과 개인의 인생 사이에서 고뇌하는 진중한 인물을 연기하며 전과는 다른 색다른 면모를 선보였다. 

영화 '이웃사촌'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영화 '이웃사촌'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지난 역사를 모티브로 한 것은 분명해 보이나, 가볍고 경쾌하다. 부담감 없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초대하면서도 무게 중심을 잃지 않고 진실된 메시지를 담고자 했던 이환경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익숙한 소재나 구성은 아쉽지만, 드문드문 반갑기도 해 남다른 인상을 남긴다. 코로나 19로 무거운 분위기만 연일 감도는 시기인 만큼, 무겁지 않은 영화를 관람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실패하지 않는 선택이 될 수 있겠다. 

개봉: 11월 25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이환경/출연: 정우, 오달수,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 조현철, 김선경, 염혜란/제작: ㈜시네마허브, ㈜환타지엔터테인먼트/배급: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러닝타임: 130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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