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콜’ 전종서 “어영부영해서는 만들 수 없던 끔찍한 악동 캐릭터”

2020-11-30 17:14 위성주 기자
    “이충현 감독 통찰력 믿고 촬영 충실히 임했다”
    “영화와 연기 사랑하는 데는 이유 없어”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버닝’(2018)으로 데뷔와 동시 관객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전종서가 다시 한번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드는 강렬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영화 ‘콜’(감독 이충현)에서 싸이코패스 살인마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는 동물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는 몸짓과 표정, 귀기 어린 눈빛을 발하며 보는 이의 호흡을 단숨에 앗아갔다. 

영화 '콜' 배우 전종서. 사진 넷플릭스
영화 '콜' 배우 전종서. 사진 넷플릭스

영화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두 시간대의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렸다. 2015년 단편 영화 ‘몸 값’으로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전종서는 극 중 현재의 정보로 미래를 바꾸며 숨겨왔던 발톱을 꺼낸 싸이코패스 살인마 영숙을 연기했다. 

전종서가 그려낸 영숙은 말 그대로 귀기가 서렸다. 번들거리는 눈빛은 화면을 뚫고 나와 보는 이의 숨소리를 빼앗았으며, 짐승 같은 몸놀림과 표정은 기묘한 마력을 발하며 화면을 장악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으로 데뷔와 동시 관객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그는, 요행이 아니었다는 듯 ‘콜’에서도 자신의 연기 재능을 여실히 뽐냈다. 

영화 '콜'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영화 '콜'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영숙을 상처받고 학대 받은 동물이라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다. 그도 스위치가 켜지기 전까지는 여린 소녀였는데, 유일하게 기댈 수 있던 친구이자 빛이었던 서연(박신혜)과 관계가 틀어지자 폭주한다. 왜 분노하고, 폭발하는지, 왜 서연에게 집착하는지 등에 대해서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연기했다.

영숙은 어영부영해서는 만들 수 없는 캐릭터였다. 눈빛부터 디테일 한 것들까지 전부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칫하다간 가볍게 휘발될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너무 무겁고 진중하게 가면 끔찍하기만 할 것 같은 캐릭터라, 반대로 천진난만하고 소년 같은 이미지를 그려내려 했다. 순수한 악동이지만, 끔찍하고 징그러운, 그런 이미지를 지향했다.” 

영화 '콜'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영화 '콜' 스틸. 사진 넷플릭스

그렇게 전종서가 그려낸 영숙은 천진난만한 소녀 같다가도 단숨에 지독한 악마의 화신으로 변모해 이야기의 흐름을 뒤바꿨다. 영화의 호흡을 자유롭게 쥐락펴락하는 전종서는 가히 ‘콜’만의 날카로운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영화의 한 축을 맡아, 감정의 폭이 널뛰듯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신인 배우로서 큰 부담이 있었을 터. 허나 전종서는 되려 고민이 없었다는 듯 “무조건 하고 싶었다”며 이충현 감독을 믿고 자유롭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콜’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식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고, 이충현 감독에 대한 존경심도 있었다. 연기할 때 여러 가지를 계산하지 못하고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충실한 편인데, 그런 것을 이충현 감독이 제대로 꿰뚫어봤던 것 같다.  

연기할 때 나를 자유롭게 두고, 선을 벗어나는 부분에서만 디렉팅을 주더라. 그런 나에 대한 통찰과,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서 그를 믿었고, 나에 대한 믿음에 부합하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에서 이름표를 지우고 봐도 이게 이충현 감독의 영화라고 알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연기하기도 했다.” 

영화 '콜' 배우 전종서. 사진 넷플릭스
영화 '콜' 배우 전종서. 사진 넷플릭스

혜성같이 나타나 관객의 뇌리를 강타한 전종서. 그가 가진 폭발적인 에너지의 원동력은 무엇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영화와 연기를 대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에 전종서는 “기존에 시도되지 못했던, 여성 배우가 하기 버겁다고 편견을 갖고 계신 캐릭터들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다”며 당찬 면모를 보였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있었지만, 갑자기 ‘버닝’이 되며 갑작스럽게 실현이 됐다. 때문에 조금 정신이 없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고 재미있어 하는데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재미있고 끌리고, 원하는 일이고, ‘왜’라는 물음표는 던지지 않는다. 다만 어떤 타이밍에 어디에 명중할 수 있는지, 에너지를 현명하게 소모할 수 있는 지혜는 생겼으면 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와 캐릭터는 너무나 다양하다. 특히 기존 여성 배우가 맡기에는 버겁다는 편견에 시도되지 못했던 캐릭터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다. 총을 든 소녀 같은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으면 한다. 우리 나라의 문화와 매력에 대해 외국 시장에서 소개할 수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깊은 부성애를 그린 영화에 참여하고 싶기도 하다. 좋은 의미로 ‘미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라고 있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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