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공감 넘어 감정 체험하게 만드는 ‘걸’

2021-01-01 17:41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누군가의 감정에 대해 공감을 넘어 체험하는 듯한 감상을 남기는 작품이 있다. 루카스 톤드 감독 신작 ‘걸’은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라라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에서 겪게 되는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관객을 몰입시켰다. 

영화 '걸' 스틸. 사진 (주)더쿱
영화 '걸' 스틸. 사진 (주)더쿱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고 있는 라라(빅터 폴스터)는 언제나 다른 여학생들을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머리를 기르고, 호르몬 주사를 맞아도 여전히 자신의 몸이 거북할 뿐인 라라. 재능을 인정받아 명문 발레 학교에 입학한 후 더욱 조바심을 느끼게 된 그는 하루 빨리 수술을 마치고 완전한 여성이 되고 싶다.  

그런 라라에게 주변에서는 오래 걸릴 것이라며 그저 조급하지 말라는 말만을 반복하고, 은근한 조소가 섞인 학교 친구들의 시선과 결코 평범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고독감, 열등감 따위를 견디지 못한 라라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고 만다. 소년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여자임을 확신하고, 세상을 향해 여성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라라는 과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 '걸' 스틸. 사진 (주)더쿱
영화 '걸' 스틸. 사진 (주)더쿱

영화 ‘걸’(감독 루카스 돈트)은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16살 라라의 위태롭고 아름다운 사춘기를 담았다. 실제 세계적인 무용수로 불리는 노라 몽세쿠흐의 실화가 바탕 된 작품으로, 지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4관왕에 올랐다. 

톰 후퍼 감독의 ‘대니쉬 걸’(2015)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다만 ‘대니쉬 걸’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던 반면, ‘걸’은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확신한 후의 라라가 겪게 되는 감정적 변화에 집중해 이야기를 꾸려간다. 

동시에 ‘걸’은 라라의 삶이 단지 ‘여성이 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라라는 발레리나가 되고자 말 그대로 ‘피 흘리는’ 노력을 하는데, 피가 마를 날이 없는 그의 토슈즈는 성별을 넘어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 그 자체를 엿보게 만들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걸' 스틸. 사진 (주)더쿱
영화 '걸' 스틸. 사진 (주)더쿱

라라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와 닿는다. 차분하고 섬세하게, 온화하면서도 격정적으로 그려낸 라라의 삶이, 단순히 감동을 전하거나 공감을 자아내는 것을 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라라의 감정을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 

개봉: 12월 **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루카스 돈트/출연: 빅터 폴스터, 아리 보르탈테르, 발렌티인 다에넨스/수입: ㈜더쿱 /배급: 리틀빅픽처스/러닝타임: 105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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