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짙은 쓸쓸함 포근히 어루만져주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2020-12-14 18:02 위성주 기자
    외로움에 사무쳐 누구나 전화를 받아줬으면 하는 당신에게
    조용하고 서늘하게, 외롭지만 따뜻하게 그려낸 이야기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어디에도 자신의 편이 없는 것 같다는 고독에 휩싸인 당신을 위해, 조용하고 따뜻하게 위로를 건네는 영화 한 편이 준비됐다. 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일상이 주는 상처와 외로움을 놀랍도록 정확히 포착하며, 가슴 한편이 공허해 슬픔의 단계조차 넘어선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아버지의 죽음 후 엄마와 함께 동생들까지 돌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헌신한 장피에르(장 폴 루브). 세일즈맨으로 성공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못 이룬 꿈이 작게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첫 사랑 헬레나(엘자 질버스테인)를 만나게 된 장피에르는 잃어버린 꿈과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무기력감을 느끼게 되고, 급격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이브 가족 파티를 위해 방문한 본가에서 사소한 다툼을 벌이게 된 장피에르와 가족들. 여느 때처럼 별 것 아닌 일로 지나가버릴 줄만 알았던 모두지만, 이내 발생한 사건은 가족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감독 아르노 비야르)는 우애 깊은 네 남매가 가장 행복해야 하는 크리스마스이브 가족 모임에서 사소한 일로 인해 마음의 균열이 시작된 후, 각자에게 찾아오는 삶의 변화를 담았다.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는 7년의 긴 제작과정 끝에 완성됐다. 

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눈길을 사로잡는 미장센도, 화려한 시각효과도 필요 없다.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유달리 긴 제목만큼이나 한 사람의 인생과 그들 떠나 보낸 가족의 짧고도 긴 이야기만으로 관객의 호흡을 앗아간다.  

놀랍도록 세심하고 부드럽게 일상의 상처를 포착해 우리 가슴 속에 어떻게 고독이 피어나는지 정확히 묘사한다. 특별히 구구절절한 사연을 내비치지 않으면서도, 담백하다 못해 건조하다 느껴지기까지 하는 감정의 흐름이 누구나 갖고 있는 외로움의 감정을 관통하며 적잖은 충격을 발한다. 

안나 가발다의 단편 속 여러 에피소드를 한 데 엮은 만큼, 영화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의 에피소드는 저마다의 매력을 발해 호기심을 일게 하고, 그 모든 것의 중심을 잡는 장피에르의 이야기는 모두의 사연을 뒤로한 채 공감과 죄책감, 위로와 쓸쓸함 등 온갖 감정을 한데 자아내며 깊은 감동을 전한다. 

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헌신해 온 장남의 외로움보단, 더 이상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그저 마침내 자유를 만끽하고자 했던 장피에르와 그를 보내는 슬픔을 마주한 가족들의 용기가, 깊은 상처와 외로움에 휩싸인 관객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코로나 19로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하던 요즘, 영화가 주는 감동이란 어떤 것이지 새삼 깨닫게 만든다.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세밀하고 복잡 다양한 우리의 감정을 고스란히 화면에 옮겨내 놀랍다.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가 전하는 위로가 누군가에겐 이 힘겨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작은 힘이 되리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개봉: 12월 17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감독: 아르노 비야르/출연: 장 폴 루브, 앨리스 태그리오니, 벤자민 라베른헤, 카밀 로우, 엘자 질버스테인, 오로르 클레망/수입·배급: ㈜영화사 진진/러닝타임: 89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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