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스위트홈’ 이도현 “사람 살리는 배우 될 것”

2020-12-23 14:03 위성주 기자
    “부담과 두려움이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만족스러운 장면? 전혀 없다”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정중동(靜中動)이란 말이 있다.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는 뜻으로, 표면적으로 조용하나 그 안에서는 부단히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배우 이도현은 드라마 ‘스위트홈’에 출연해 이 정중동의 묘리를 훌륭히 연기로 승화시켰다. 차분하고 냉정한 표정과 말투, 정적인 행동 따위로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뜨거운 눈빛을 발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드라마 '스위트홈' 배우 이도현.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배우 이도현.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감독 이응복)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이도현은 극 중 비상한 머리와 빠른 상황 판단으로 탈출에 앞장서는 인물 은혁을 연기했다. 

드라마 속 이도현은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면모와는 또 다른 얼굴을 선보여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얼굴 근육을 충분히 활용한 풍부한 감정표현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얼굴을 각인시켰던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얼음장같은 무표정으로 돌아온 것이다. 

“표현하지 않지만, 그런 와중에도 보시는 분들에게 감정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동안 어떻게 하면 감정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정제된 모습과 눈빛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물론 처음부터 내가 가진 에너지만으로 캐릭터의 감정과 생각을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이 있던 것은 아니다. 이응복 감독에게 내가 너무 가만히 서 있기만 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지에 대해 수없이 되묻기도 했다.” 

드라마 '스위트홈' 촬영 현장. 이응복 감독(왼쪽), 이도현.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촬영 현장. 이응복 감독(왼쪽), 이도현. 사진 넷플릭스

이도현의 걱정과 달리 드라마 속 은혁은 무표정이지만 그 누구보다 뜨거운 눈빛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뚝뚝한 표정, 비정한 말과는 달리 모두의 생존과 안녕을 바란다는 진심이 화면 너머로 전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도현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하다. 예전부터 말하지 않고 눈빛만으로 감정을 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때문에 은혁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정말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사랑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는 두려움보다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바뀐 것 같다.” 

드라마 '스위트홈' 스틸.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스틸. 사진 넷플릭스

‘스위트홈’에 대한 뜨거운 반응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도현이지만, 부담스러웠던 심경을 솔직히 털어놓았던 것과 같이, 선뜻 은혁을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다. 그렇게 캐릭터가 부담스러웠다고 느꼈음에도 그가 처음 은혁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드라마화 소식을 접하기 전부터 원작 웹툰의 팬이었다. 매주 금요일만 기다렸다. 드라마화를 한다고 했을 때는 현수 역할로 오디션에 지원했다. 그런데 막상 오디션장에 가니 이응복 감독이 은혁의 대본을 주더라. 캐스팅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들었지만, 이응복 감독은 처음부터 ‘얜 그냥 은혁이네’라고 생각했단다. 

그런 말을 듣고 나니 나에게도 은혁이란 캐릭터와 같이 냉정하고 차가운 면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실제로 내가 감성보단 이성을 중시하긴 하지만, 은혁보다는 정이 많고 그에 대한 표현을 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촬영하다 보니 은혁에게 동화됐던 것인지 친구들이 까칠해졌다고 말하더라.(웃음) 물론 지금에서야 촬영을 마친지 오래돼 원래의 나로 돌아온 것 같다.” 

드라마 '스위트홈' 배우 이도현.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배우 이도현. 사진 넷플릭스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데뷔해 얼굴을 비추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으며 단숨에 주연배우로 부상한 이도현. 짧은 시간 화제의 중심에 선 만큼, 그동안의 자신을 칭찬할 법도 하건만 이도현은 “만족스러운 장면은 없다”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늘 아쉽다. 드라마 속 괴물들처럼 내게 욕망이 있다면 아마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망일 것 같다. 언제가 ‘사람 살리는 배우’라는 말을 듣는 것이 꿈인데, 내 작품과 연기를 보고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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