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 ‘기생충’과 코로나 사이…미리 보는 2020 한국 영화산업 결산

2020-12-24 11:35 위성주 기자
    극장 매출 추산액 전년 대비 73.3% 감소 예상
    유일한 승자는 넷플릭스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석권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던 2020년의 한국 영화계. 허나 기쁨도 잠시,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19가 여지없이 한국을 휩쓸어 국내 영화 시장은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했다. 빛나는 오스카 트로피로 2020을 시작했던 한국 영화계가 올해 겪어야 했던 일들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2020 한국 영화 산업 주요 부문 매출 합산 총액 1조 못 미칠 것 

CGV 전경. 사진 맥스무비 DB
CGV 전경. 사진 맥스무비 DB

지난 14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코로나 19 충격: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가결산’에 따르면,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극장 매출액의 감소 추이는 우리의 상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11월까지 매출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 매출액인 1조 7273억 원에서 71.2% 감소한 4980억 원에 그쳤으며, 3차 코로나 19 유행으로 인해 크리스마스특수가 껴 있음에도 12월 전망 역시 밝지 않다. 2020년 12월 매출액 추정치는 123억 원으로 2020년 극장 총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73.3% 감소한 5103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TV∙VOD 부문 매출액 역시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1월과 2월은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3월부터 10월까지는 전년보다 감소했다. 영진위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TV∙VOD 사정 매출액은 3635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영화의 해외 매출 현황 역시 총 394억 원에 불과해 지난해의 50% 이하일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극장, TV∙VOD, 해외 매출을 합산한 금액은 약 9132억 원으로, 1조 원을 채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영화 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했던 지난해 2조 5093억 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63.6% 감소한 수치다. 

#제작-개봉-상영 전 영역 걸쳐 피해 심각 

메가박스 전경. 사진 맥스무비 DB
메가박스 전경. 사진 맥스무비 DB

영진위에서 실시한 코로나 19 피해 2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135편 작품의 총 피해규모는 329억 56만 원이며, 작품 당 평균 피해 금액은 2억 4747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제작 기간 연기 및 변경으로 인한 피해금액이 113억 4270만 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으며, 개봉 준비 연기로 인한 피해액은 97억 1430만 원에 달했다. 

영화관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극장 피해 형태는 매출액 감소, 운영 중단, 고용 피해 등으로 나타났다. 조사 설문에 응답한 402개 상영관의 2020년 1~9월까지 입장권, 매점, 광고 매출을 모두 더한 총 매출액은 479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간 1조 5587억 원에 비해 1조 791억 원이 감소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큐 4개 계열 영화관 423개 관 중 3월만 94개 관, 4월에는 106개 관이 휴관했다. 

고용인력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 19가 본격화되며 영화관이 휴관함에 따라, 고용인원 감축 역시 함께 진행된 것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영화관 정규직 재직자 수는 3291명으로, 이는 지난해 12월 대비 621명 감소한 것이다. 특히 계약직 재직자는 8144명이 감소한 3450명에 불과했다. 이는 2019년 12월과 비교했을 때 70.2%가 감소한 수치다. 

#온라인 시사회부터 화상 인터뷰까지, 코로나 19가 바꿔 놓은 지형 변화 

드라마 '스위트홈' 온라인 제작보고회 현장 캡쳐. 사진 맥스무비 DB
드라마 '스위트홈' 온라인 제작보고회 현장 캡쳐. 사진 맥스무비 DB

코로나 19는 매출액 감소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 산업에 다양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비대면 제작보고회 및 시사회, 인터뷰 등을 들 수 있다.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감소세에 접어든 이후 잠시나마 오프라인 인터뷰 및 시사회, 무대인사 등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3차 유행이 시작된 후로 모든 오프라인 행사 및 프로모션이 취소된 것이다.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제작보고회와 시사회는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진행 방식도, 내용도 달라졌다. 기존 행사에서는 사진기자가 직접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던 반면, 현재는 배우의 기획사를 거친 언론 배포용 사진만이 행사 후 매체에 전달된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오가던 질문들 역시 사전에 마케팅 사에서 수급한 후 일부만 답한다.  

이는 얼핏 장소를 이동하는 품이 덜하고, 소위 ‘필요한’ 말만 한다는 이유로 전보다 용이한 행사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의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대담이 사라져 화제성 역시 떨어지게 된다는 단점이 분명하다. 즉석으로 오가던 질문들과 사진들 역시 한 단계 걸러져 전달되는 셈이니, 생생한 현장감 역시 사라졌다. 

영화 시사 후 카페를 대관해 배우 및 감독과 일 대 일, 다 대 일로 진행되던 인터뷰 역시 온라인을 통해 다 대 일 형식으로만 진행된다. 화상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이다 보니 배우와 기자는 서로 얼굴도 직접 보지 못한 채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당연하게도 친밀도가 떨어져 배우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역시 쉽지 않다. 배우 입장에서는 기자들이 카메라를 끄고 인터뷰를 진행해 검은 화면만을 보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 민망해 한다는 후문이다. 

#유일한 승자,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모두가 울고 있던 국내 영화시장에서 슬며시 미소를 띠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으며 국내 영화 시장에서 홀대받던 넷플릭스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그 위치와 상황이 급변했다. 극장 개봉으로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영화들이 이른바 ‘본전치기’라도 하기 위해 급히 넷플릭스를 찾는 것. 더군다나 넷플릭스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웃돈까지 얹어 콘텐츠를 구입한다는 소문이 돌자 개봉을 앞뒀던 영화들은 더욱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올해 처음으로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한 영화는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다. 영화는 당초 2월 극장 개봉을 예정했으나 코로나 19 여파로 관객이 급감하자 개봉을 잠정 연기했으며, 코로나가 꺾이지 않자 급히 넷플릭스 공개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사냥의 시간’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해외 세일즈사 콘텐츠 판다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두 사(社)의 갈등은 리틀빅픽처스 측의 사과로 마무리됐다. 

이후 많은 국내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고수했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자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내 영화들이 넷플릭스 행을 알렸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이충현 감독의 ‘콜’을 비롯해 2021년 1월 1일 공개를 앞두고 있는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 등이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했다. 국내 최초 스페이스 오페라 무비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송중기, 김태리 주연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 역시 장고 끝에 넷플릭스에서 공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 19는 국내 영화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놨다. ‘기생충’으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시작했던 2020년은 12월의 끝자락에 들어서도 곡소리만 들리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불안감만 날로 커지고 있다. 극장의 미래도, 영화의 미래도, 그리고 그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의 꿈과 생계도,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 상황. 하루라도 빨리 한국 영화 산업이 코로나를 딛고 다시금 기지개를 켤 수 있기만을 기도한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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