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미스터 존스’ 영화가 전하는 홀로도모르의 충격

2020-12-29 17:18 위성주 기자
    조지 오웰 ‘동물농장’을 영화로 옮긴 듯
    혁명 이름 아래 아사한, 비옥한 대지 위 사람들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히틀러가 일으킨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허나 스탈린이 일으켰다는 우크라이나의 대기근 홀로도모르는 어떨까.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다뤄져 왔던 홀로코스트와 달리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홀로도모르는 소련 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했던 이가 아니라면 알기 힘든 인류의 참담한 역사다. 

영화 '미스터 존스'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영화 '미스터 존스'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미국에서 시작한 대공황이 전 유럽을 휩쓸고 있던 1930년대 초. 히틀러와 인터뷰한 최초의 외신기자로 주목 받았던 전도유망한 젊은 언론인 가레스 존스(제임스 노턴)는 히틀러에 이어 스탈린을 인터뷰하길 시도한다. 새로운 유토피아를 열었다며 이른바 ‘혁명’을 선전하는 소련 스탈린 정권의 막대한 자금력에 의혹을 품었던 이유다.

그렇게 스탈린을 인터뷰하기 위해 소련으로 향한 가레스 존스는 모스크바에서 기이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마주한다.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가 맴돌며, 어딘가 모르게 삭막한 거리와 달리 일부 상류인사는 마약과 매춘이 난무하는 파티가 일상이다. 외국 매체에서 파견된 기자들은 모스크바에 억류된 채 매일 감시를 받고, 그에게 중요한 정보가 있다던 기자는 피살된다.

모스크바의 기묘한 분위기와 감시의 눈길을 피해 소련의 막대한 자금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파헤치기 시작한 가레스 존스. 그는 이내 피살된 동료 기자가 남긴 단서를 토대로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걸음을 돌리고, 찬란한 ‘혁명’ 아래 자행된 대기근을 목격한다.

영화 '미스터 존스'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영화 '미스터 존스'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홀로도모르는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소련 치하에 있었던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대기근으로, 약 400만 명에 이르는 희생자가 발생한 정치적 아사 사건이다. 레닌의 뒤를 이어 소련의 권력을 잡았던 스탈린은 집단화 정책을 펼치며 생산된 곡물을 수탈했고, 비옥한 흑토 평야를 기반으로 유럽 최대의 곡창지로 불리던 우크라이나는 아사가 일상이 된 생지옥으로 변했다.

영화 ‘미스터 존스’는 그런 홀로도모르를 직접 목격하고 세상에 알린 기자 가레스 존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레스 존스는 모두의 무관심과 압력, 비웃음, 만류를 뿌리치고 우크라이나를 향해 몰래 발걸음을 옮기고, 그곳에서 마주한 충격적인 진실을 가감 없이 폭로한다. 그 어떤 땅보다 비옥하다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외딴 시골마을도 아닌 수도에서조차 굶어 죽는 사람이 넘쳐나고, 먹을 것이라고는 나무 껍질밖에 남지 않았다. 먹을 것이 없던 이들은 먼저 죽은 가족의 살을 먹고 하루를 연명한다.

영화 '미스터 존스'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영화 '미스터 존스'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가레스 존스가 목격한 참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뇌리를 강타하나, 여러 영화적 장치를 통해 보다 극적으로 그려지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폭주하는 기관차의 소리를 담은듯한 음악은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음울하고 어두운 색채와 어느 순간 흑백에 가까울 만큼 탈색된 잿빛의 화면 역시 관객으로 하여금 가레스 존스와 함께 홀로도모르를 체험하게 만든다.

조지 오웰이 집필한 소설 ‘동물농장’의 이미지를 빌려 쓴 몽타주들은 ‘평등’과 ‘혁명’의 기치가 빚어낸 참극을 빗대며 적지 않은 충격을 남긴다. 인간들을 내쫓고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던 돼지들이 굶주린 동물들을 외면한 채 배를 불리던 것과 같이, 인류의 도약을 위한 실험이자 도전을 외치던 이들은 물론 심지어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한 언론인까지 모두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굶어 죽어가는 수백만 명의 시선을 외면한다.

영화 '미스터 존스'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영화 '미스터 존스'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영화는 홀로도모르라는 소재 자체에서 오는 강한 충격과 함께 여러 영화적 기법으로 단숨에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킨다. 홀로도모르를 폭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몽골에서 피습당해 사망했다는 가레스 존스. 목숨마저 위험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빛나던 그의 무한한 책임감이, 권력의 이름으로 가려진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다.

개봉: 1월 7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출연: 제임스 노턴, 바네사 커비, 피터 사스가드, 조셉 묠, 케네스 크랜햄/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수입: ㈜제이브로/ 배급(국내): ㈜디오시네마/러닝타임: 118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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