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의사에서 애니메이터로…디즈니·픽사 김재형 애니메이터의 ‘소울’

2021-01-12 14:14 위성주 기자
    “놀라운 작품 일조할 수 있어 뿌듯해”
    “한국 극장 개봉 기뻐…힐링 되는 시간 됐으면”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직업인 의사를 가볍게 박차고 나온 이가 있다. 바로 디즈니·픽사의 김재형 애니메이터다. 그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후 의사가 됐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했다.

영화 '소울'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소울'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소울’(감독 피트 닥터)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제이미 폭스)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태어나지 않은 영혼 22(티나 페이)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모험을 담았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저마다의 성격을 갖춘 영혼들이 지구에서 태어나게 된다는 픽사의 기발한 상상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로, 지난 제73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선정작에 올랐으며, 국내외 평단의 호평 세례를 이어오고 있다.

‘소울’의 주인공 조는 평생 꿈꿔왔던 재즈 뮤지션이 될 기회 바로 앞에서 사고를 당해 영혼이 되지만 그는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지구로 돌아가고자 한다. 피아노의 선율로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강력한 소망을 원동력으로, 그는 온갖 방해를 물리치고 다시금 자신의 몸에 돌아가길 시도한다.

그런 조의 모습과 같이 자신의 꿈과 열정을 위해 오랜 시간 이뤄온 무언가를 단번에 박차고 나왔던 이가 있다. 바로 ‘소울’의 탄생에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디즈니·픽사의 김재형 애니메이터다. 한국에서 모두가 바라지 마지않는 선망의 직업인 의사를 뒤로한 채, 오직 꿈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었다는 김재형 애니메이터. ‘소울’ 캐릭터의 모션 제작을 담당했다는 김재형 애니메이터를 만나 그의 인생과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물었다.

영화 '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의사와 애니메이터.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직업이다. 국내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인 연세대, 그중에서도 의과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을지 생각해본다면, 의사와 어떤 연관성도 없는 애니메이터라는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말한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병원에서 일하던 어느 날 의사라는 직업을 결코 즐기지 못하겠다는 확신이 들더라. 학교에 입학하고, 공부하고, 병원에 들어가는 모든 과정에서 고민을 계속했던 부분이었다. 어떤 좋은 결과가 나와도 딱히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병원을 그만둔 후, 내가 진정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됐고,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전부터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직접 만드는 것을 배워본 적도 있었다. 그렇게 애니메이션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왔고, 일이 잘 풀려서 현재는 픽사에서 일하고 있다.”

영화 '소울'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소울'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200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근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픽사와 함께했다. ‘라따뚜이’, ‘업’, ‘토이스토리3’,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코코’ 등 수많은 작품을 거쳐 이제는 베테랑이 된 김재형 애니메이터. 그는 픽사를 대표하는 명작들에 참여했지만 ‘소울’은 그들과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특별한 작품이라 말한다.

“’소울’은 픽사의 전작들과 통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완전히 다른 콘셉트로 시작한 영화다. 작업자의 입장에서 완성된 결과물을 보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럽기 마련인데, ‘소울’은 오히려 이런 작품에 내가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더라. 나조차 완성본을 미리 볼 수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조화를 굉장히 잘 이루고 있었다. 미국은 힘들지만, 이런 작품을 한국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고, 많은 관객분들이 안전한 가운데 즐겁게 관람하셨으면 한다.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다.”

영화' '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소울’과 전작의 차별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다양성 측면에서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던 디즈니·픽사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주인공을 내세운 만큼, 그들의 문화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디즈니·픽사가 단지 겉으로 다양성을 표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관객과 소통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많지는 않았다. 때문에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성격, 특징, 말투 등을 설정할 때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우리가 겉으로 보기에 맞으리라 추측한 것들을 쉽게 부여했다면, 실제 관객의 입장에서는 부자연스러움과 가식, 희화화를 느끼리라 생각했다. 우리는 모든 관객이 ‘소울’에 좋은 인상을 갖게 하고 싶었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많은 염두가 있었다. 우리는 진심으로 진정성을 갖고 관객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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