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①] 이승원 감독이 밝힌 ‘세자매’의 1등 공신

2021-01-21 20:06 위성주 기자
    “나는 캐릭터가 살아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감독”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에 “’이게 무슨 시나리오냐’는 말까지…”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코로나 19 여파로 조용한 극장가에 묵직한 존재감을 발하는 영화 한 편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바로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 문소리, 김선영과 팔색조 매력을 뽐내며 스크린에 두 번째 도전장을 날린 장윤주가 합을 맞춘 영화 ‘세자매’다.

영화 '세자매'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영화 '세자매'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20년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이며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으로, 배우 김선영의 실제 남편이기도 한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연기하는 세 자매를 중심으로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담긴 ‘세자매’. ‘해피뻐스데이’, ‘소통과 거짓말’ 등으로 서정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드러냈던 이승원 감독의 신작인 만큼, 영화는 가족이라는 허울 속에서 누구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뒤틀린 관계를 조명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의 사연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섬세한 미장센이 한데 어우러지며 관객을 사로잡은 ‘세자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승원 감독이 ‘세자매’를 통해 그리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세자매’의 배급을 맡은 리틀빅픽처스 본사에서 이승원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물었다.

영화 '세자매' 촬영 현장. 사진 리틀빅픽처스
영화 '세자매' 촬영 현장. 사진 리틀빅픽처스

- 사전 인터뷰에서 “연기의 끝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사실 ‘세자매’는 문소리 배우와의 만남에서 시작한 영화다. ‘소통과 거짓말’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당시 문소리 배우를 처음 만났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가, 먼저 영화가 좋다며 인정해주셔서 감사했다. 이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시나리오가 나오면 드려도 되겠냐’하면서 연락처를 받았다. 그 이후 문소리 배우를 중심으로 내가 20대 시절 봤던,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영화를 구상했다.

특히 여자 배우들이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쓰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세자매’의 초고를 드렸는데, 바로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시더라. 사실 이렇게 여자들의 사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 투자해달라고 했으면 보통 아무도 오지 않는데, 문소리 배우가 참여한 이후 본격적으로 제작이 진행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투자자가 많이 않아 3~4년 동안 꾸준히 기획단계에 머물러야 했지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문소리 배우의 공이었다.

- 배우를 먼저 캐스팅하고 이야기를 구상한 덕분인지 각 캐릭터가 뚜렷하게 자신만의 색을 발해 남다른 인상을 남긴다. 분명 허구의 인물들임에도 다분히 사실적으로 그려져 놀라웠다.

= 사실 내 작품임에도 인물에 대해 100%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이 인물을 온전히 알고 쓰는 만큼 재미가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세자매’에서도 캐릭터가 특정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정답을 정해두지 않았다. 다만 이 인물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배우와 함께 깊게 이야기하며 구축한다. 그러다 보면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마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게끔 만들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내가 특정한 목표를 설정해 두고, 그를 위해서 캐릭터가 어떤 행동이나 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서 겪게 되는 충동이 무엇일지에 대해 늘 고민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관객에게 이해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영화 '세자매' 이승원 감독. 사진 리틀빅픽처스
영화 '세자매' 이승원 감독. 사진 리틀빅픽처스

- 본인만의 색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

= 나는 스스로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감독이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세자매’를 하면서 내가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살아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말도 안될 정도로 파도 치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많고, ‘나는 너무 평범한 인생을 살았어’하는 사람들 또한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만의 특별함이 있다. 나는 그런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그들끼리 충돌하는 느낌을 표현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다만 상업 영화일수록 캐릭터뿐만 아니라 서사구조에 핵심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묘사해내는 내 장점을 그런 서사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고, 억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재미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인물들이 살아있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

- 하나의 주인공이나, 특정한 이야기가 아닌, 세 캐릭터가 영화의 주축을 이루니 만큼, ‘세자매’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있었을 것 같다. 일반적인 상업 영화와 궤가 다른 방식이지 않나.

= 하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각 장면마다의 상황을 묘사하고, 인물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듯 흘러가는 방식으로 꾸려가다 보니, ‘이게 무슨 시나리오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내 개인적으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크게 통용되는 방식은 아닌 듯 하다. 확실히 ‘세자매’는 상업적인 관점에서 매칭이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문소리 배우가 연기한 미연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묶고자 했다. 시나리오 모니터링에서는 누가 주인공인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스크린에는 미연의 시선으로 잘 봉합된 것 같아 다행이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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