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②] ‘세자매’ 이승원 감독 “폭력 아닌 가족에 대한 이야기”

2021-01-22 11:33 위성주 기자
    ‘세자매’ 스태프들이 장윤주 캐스팅에 환호한 까닭
    “임순례 감독의 미장센 칭찬 뿌듯해”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연기하는 세 자매를 중심으로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담긴 ‘세자매’. ‘해피뻐스데이’, ‘소통과 거짓말’ 등으로 서정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드러냈던 이승원 감독의 신작인 만큼, 영화는 가족이라는 허울 속에서 누구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뒤틀린 관계를 조명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의 사연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MAX’s 인터뷰 ①에 이어>

※ 본 기사에는 ‘세자매’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세자매'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영화 '세자매'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의 조합은 신선하다. 특히 장윤주 배우의 캐스팅이 궁금한데.

= 문소리, 김선영 배우를 먼저 캐스팅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제의를 했었는데, 사실 바로 장윤주 배우를 떠올리진 못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기파 배우’의 이미지만을 떠올리면서 미옥을 찾고 있었는데, 미옥에게는 무겁고 심오한 것이 아닌 신선하고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하겠더라. 그렇게 고민한 하던 와중에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은 김상수 피디가 장윤주 배우를 추천했고, 단번에 우리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문소리 배우는 “하기만 한다면 신선하고 너무 좋겠다”며 적극적으로 찬성하기도 했다. 문소리, 김선영 하면 연기 잘하는 배우들로 관객들에게 이미지가 있지만, 정해진 스펙트럼 역시 있지 않나. 장윤주 배우가 그 둘 사이에 들어 갔을 때, 그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모두 만족시켜준 것 같다.

-세 자매의 어딘가 뒤틀려 있는 성격이 가정폭력에서 기인했던 것으로 설정했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었나.

= 폭력은 우리 영화에서 표현되는 것들 중 한가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세자매’를 통해 그리고 싶었던 것은 사실 가족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가족은 모든 것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지만, 현실에서 그런 모습이 많지는 않은 것 같더라. 되려 가족은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화목해 보여도 곪아있는 문제가 있기도 하다. 친구한테는 속내를 털어놔도 가족에게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것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관계기도 하다. 특히 아버지 세대와 괴리감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진심 어린 대화를 할 수만 있다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가 그런 분들에게 큰 위로가 되진 못하더라도,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다. 자매든, 형제든, 가족들끼리 영화를 보고 마음 속에 다른 어떤 것들이 싹튼다면, 그런 비틀린 관계가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영화 '세자매'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영화 '세자매' 스틸. 사진 리틀빅픽처스

-영화의 결말이 썩 명쾌하진 않다.

= 쉽게 말하면 열린 결말이다. 사실 시나리오 초고에서는 지금보다 더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이런 방식은 내 전작에서도 사용했는데, 이에 대해 어떤 분은 ‘상황만 던지고 수습은 안 한다’고 말하더라. 그럼에도 열린 결말을 고수한 것은, ‘과연 아버지가 자매들에게 사과를 한다면, 영화가 관객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던 이유다. 아버지의 사과보단 이 세 자매가 마지막에 같이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사과가 없더라도, 자매들은 그 과정을 통해 말하지 못했던 지점들을 말 없이 공유하게 됐고, 서로를 향해 진실되게 열리고, 기댈 수 있고, 작은 희망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관객 역시 자신만의 희망을 엿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명확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은, 관객의 감정을 단순화하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희숙(김선영)의 딸 보미(김가희)가 “어른들이 왜 사과를 못하냐”며 소리치는 장면은 폐부를 찌른다.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함축된 대사 같기도 하다.

= 그렇다. 사실 처음부터 생각한 대사 중에 하나다. 특히 보미의 입을 빌렸던 것은 누가 봐도 어그러진 인물이 말해야 더 깊은 울림을 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극 중 보미는 비틀린 비행청소년이었고, 가족의 관계가 조금은 허물어졌다고 하여 누구나 바라는 바른 생활의 학생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하나하나 변해가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 그렇기에 집안에서도 포기하고 놓아버렸던 친구의 입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

영화 '세자매' 이승원 감독. 사진 리틀빅픽처스
영화 '세자매' 이승원 감독. 사진 리틀빅픽처스

-‘세자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공간들은 각 캐릭터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나 인상 깊었다. 상당한 공을 기울인 것 같던데.

= 나름 신경을 썼던 것이라 공들인걸 알아봐주시니 감사하다. 영화 전반을 살펴보면, 각자의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절반 이상이다. 때문에 집에서 보여지는 이들의 성격이 중요했다. 공간을 상세하게 설정했던 것이 캐릭터를 구현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가식덩어리인 미연(문소리)은 밝고 환한 신축 아파트에서 살지만, 안방으로 들어가면 어둡고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소심한 희숙은 집 역시 전체적으로 어둡다. 창문 옆으로 기차가 지나가는데, 실제로 그런 집은 구할 수 없고, 조명과 여러 효과를 통해 구현하려 노력했다. 지하철이 주는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을 담고 싶었다. 정성이 통했던 모양인지 어색함 없이 담겨 장준환 감독이 “어떻게 이런 집을 구했냐”며 물어보기도 했다(웃음). 미옥(장윤주)의 집은 독특하고 재미있게 구성하려 했다. 평범한 양옥집 같기도 하고, 창고 같기도 하면서도, 과실주를 포함해 미옥의 자유분방함을 표현할 수 있는 온갖 잡동사니로 집을 채웠다.

여러 감독님들께서 영화를 리뷰해주셨는데, 특히 임순례 감독이 배우와 캐릭터, 미장센의 조화가 절묘했다고 말해줘서 특히 뿌듯하고 감사했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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