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페어웰’ 사랑의 언어로 담아낸 보편적 정서의 아름다움

2021-01-25 16:14 위성주 기자
    신파 없이 담백하게 울음을 자아내는 방법
    절제된 혼란이 전하는 고뇌와 사랑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지난해 ‘기생충’과 함께 골든 글로브 시상식 및 오스카에서 경합을 벌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화 ‘페어웰’이 드디어 국내 개봉 소식을 알렸다. 룰루 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 된 작품으로, 영화는 이민자 2세가 겪는 정체성 혼란과 가족애, 슬픔 등을 조화롭게 버무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페어웰' 스틸. 사진 오드
영화 '페어웰' 스틸. 사진 오드

어린 시절, 미국에 이민 와 뉴욕에서 살고 있는 빌리(아콰피나). 낯선 환경에서도 밝게 자랐던 빌리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 하나가 그의 얼굴을 단번에 굳혔다. 자주 만날 수 없어 더욱 그립고 애틋한 할머니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것. 당장 중국으로 돌아가 할머니의 손을 맞잡고 온기를 나누고픈 빌리. 허나 그의 아빠와 엄마는 물론 일가 친척 모두가 할머니에게 시한부 선고를 숨기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혼돈에 빠진다.

부모님은 “표정에 드러나니 중국에 돌아오지 말라”며, 빌리를 두고 할머니를 보기 위해 급조된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떠나고. 빌리는 부모님의 만류를 뒤로한 채 가족들의 거짓말을 할머니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과감히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그렇게 온 가족이 모인 식사 자리에 깜짝 등장한 빌리. 그는 당장에라도 할머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지만, 애타는 가족들의 눈빛을 보고 잠시 거짓말에 동참하기로 한다.

영화 ‘페어웰’은 뉴욕에 사는 빌리와 그의 가족들이 할머니의 남은 시간을 위해 벌이는,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거짓말을 담았다. 제35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미국 배급사 간의 이례적인 판권 전쟁을 일으킨 화제작으로, 주연을 맡은 아콰피나는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으로 ‘페어웰’과 경쟁했던 봉준호 감독 역시 영화를 향해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며 “위대한 아시아 여성 감독 룰루 왕을 사랑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영화 '페어웰' 스틸. 사진 오드
영화 '페어웰' 스틸. 사진 오드

‘페어웰’은 크게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간다. 표면 위 가장 두드러지는 ‘선의의 거짓말’을 비롯해 이민자 2세가 갖는 정체성 혼란과 가족애가 그것이다. 룰루 왕 감독은 이 세 가지 소재를 유려하게 연결 짓는데 성공했다. 영화는 극의 주인공 빌리의 시점을 따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차분히 그려내며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아낸다.

빌리의 가족은 할머니에게 거짓말을 해야 한다, 혹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등으로 싸우지 않는다. 갈등이 이는 것은 오직 빌리의 내면뿐이다. 미국에서 자라며 선의의 거짓말 역시 거짓말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했던 그에게 할머니를 향한 거짓말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지만, 할머니 몰래 작별을 고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깊은 슬픔과 애정을 느끼곤 입을 열지 못한다.

그렇게 영화는 ‘선의의 거짓말’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삶이 그러했듯, 죽음 역시 함께 책임지겠다는 전통적인 중국 가정의 정서에 기반한 가족애를 차분히 그려낼 뿐이다. 처음에는 낯설었으나 점차 그 따뜻함에 동화됐던 빌리와 같이 관객은 룰루 왕 감독이 전하는 사랑의 언어에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영화 '페어웰' 스틸. 사진 오드
영화 '페어웰' 스틸. 사진 오드

빠른 이야기 호흡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영화의 차분한 흐름이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슬픔과 혼란, 그리움과 애틋함을 오가던 빌리의 발자국을 뒤따르는 만큼, 한 단계씩 감정의 계단을 올라야 하고. 이는 담백함을 넘어 심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개봉: 2월 4일/관람등급: 전체관람가/감독: 룰루 왕/출연: 아콰피나, 자오 슈젠/수입·배급: 오드(AUD)/러닝타임: 100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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