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 쓰디쓴 인생에도 굳세게 살아가는 방법

2021-02-03 23:01 위성주 기자
    김향기, 잔잔하면서도 폭풍같이
    인생의 상처를 향한 서툴지만 따뜻한 위로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 주연 영화 ‘아이’가 설 연휴를 맞아 개봉 소식을 알렸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된 아이와 6개월 난 아들을 홀로 키우는 초보 엄마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 세 배우의 탁월한 앙상블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아이'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이'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보호종료 아동 아영(김향기). 그는 오늘도 보육원을 나와 자립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떤 일이든 마다치 않고 열심히 살지만, 서류 한 장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버겁다. 하루하루를 삶의 최전선에서 뛰다 보니 좀처럼 웃는 일도 없고, 친구를 사귀는 일도 없던 그에게 햇빛 같은 아이가 찾아온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베이비시터 일이지만, 돌보는 아이 혁이의 미소는 좀처럼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학교에 가서 공부도 하고 화목한 가정도 꾸리며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6개월 난 아들을 혼자서 키워야 하는 실수투성이 엄마인 그. 영채는 쉬지 않고 일하지만 늘어가는 것은 빚밖에 없고, 6개월 된 아이를 혼자 키우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힘들지만 남들 앞에서는 열정과 자신감으로 살아가던 그는 베이비시터 아영 덕분에 해맑게 웃는 혁이를 보며 자신의 선택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영화 '아이'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이'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이’(감독 김현탁)는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 아영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구 밖’, ‘기형아’ 등 여러 단편을 통해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현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인물이 갖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고 내밀하게 다루면서도, 이야기는 감정의 과잉 없이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흘러간다. 이른바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 내는 ‘신파’가 없다. 보호종료를 앞둔 아이와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 맘의 곤란한 처지를 적나라하게 그리면서도 그들을 ‘피해자’나 ‘약자’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힘든 일도, 억울한 일도 많지만, 아영과 영채, 미자는 대단한 누군가의 도움 없이 꿋꿋이 홀로 서고자 하고, 끝내 서로를 통해 위로와 치유의 연대를 결성한다.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처참하지만, 서로를 향해 내미는 손길은 따뜻하고, 불완전하지만 함께 세상으로 나아간다.

영화 '아이'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이'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세 사람이 손을 맞잡는 모습에 어색함이 없는 것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덕분이 크다. 류현경은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자유로운 표현력으로 싱글 맘의 아픔을 더할 나위 완벽히 구현했으며, 염혜란은 늘 그렇듯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 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세 배우 중에서도 김향기의 눈빛은 특히 빛났다. 그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아영의 음울한 감정을 소화했는데, 그 눈빛만은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고자 하는 열의가 흘러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잔잔한 가운데 단호하고 명확하게 감정을 폭발시키며 아픔을 공유하게 만든다.

요컨대 쓰디쓴 인생에 상처 입을 이들을 향해 작은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다. 다소 헐거운 이야기 구성에 개연성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인물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면서도 담담히 들춰내는 감정의 골이 스크린을 풍족히 채운다.

개봉: 2월 10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감독: 김현탁/출연: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제작: ㈜엠씨엠씨, ㈜무비락/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러닝타임: 112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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