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개인의 심상을 파고든 아름다운 유화

2021-02-16 18:26 위성주 기자
    “당신을 보는 나를 그렸어요”
    한 폭의 유화 보는 듯한 부드러운 영상미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자화상으로 삶의 본질을 표현했던 북유럽을 대표하는 화가 헬렌 쉐르벡.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은 헬렌 쉐르벡의 삶과 그의 심상을 차분히 조명하며 그가 가진 예술 세계를 스크린에 그린다.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누구보다 예술성이 뛰어났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세간과 멀어진 화가 헬렌 쉐르벡(로라 비른).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에 머물며 그림도 공부하고, 파리 세계 박람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하기도 한 그지만, 50줄에 이르기까지 그는 미술계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렇게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조용한 도시 히방카로 이사한 헬렌. 그는 그곳에서 정물화와 풍경화, 여성 노동자, 어머니, 자기 자신을 담은 초상화를 그리며 첫 개인전을 열 기회를 얻게 되고, 다시금 예술을 향한 야망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헬렌은 그의 작품을 열렬히 존경하는 아마추어 화가 에이나르(요하네스 홀로파이넨)를 만나고, 언제나 자신을 향하던 붓이 타인을 향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허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에이나르와의 따뜻한 순간은 석양이 지듯 한 순간에 사라지고, 상실의 과정을 겪은 헬렌은 다시 한번 그림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며 한 층 더 깊어진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감독 안티 조키넨)은 핀란드를 대표하는 모더니스트 화가 헬렌 쉐르백의 삶을 담은 작품으로, 어머니와 함께 핀란드 히방카에 머물던 1915년부터 1923년까지의 삶을 조명해 미술계의 관심에서 멀어져 조용히 지내던 헬렌이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을 겪으며 맞이하는 내면의 변화를 밀도 있게 그렸다.

윌 스미스, 비욘세, 셀린 디온 등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했던 뮤직 비디오 감독 안티 조키넨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영화는 감각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영상미가 관객의 눈가를 사로잡는다. 스크린에 담긴 헬렌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유화를 연상시키며, 소박하고 정갈하나, 동시에 영감을 자극하는 모든 미장센이 보는 이를 단숨에 몰입시킨다.

사랑과 이별, 그를 통한 성숙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서사에는 특별한 것이 없지만, 영화는 한 개인의 심상을 내밀하게 파고들며 남다른 인상을 남긴다. 헬렌의 그림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가 그려낸 오묘한 아름다움이 시공을 넘어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 참으로 빼어난 유화 한 폭이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진 듯 하다.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다만 헬렌이 자화상을 통해 오롯이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인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나 화려한 볼거리를 바라는 관객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지난 시대의 누군가와 관객을 동화시키는 과정 동안 영화는 비교적 담담하면서도 느릿한 호흡으로 이야기를 꾸린다.

개봉: 2월 25일/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감독: 안티 조키넨/출연: 로라 비른, 요하네스 홀로파이넨, 크리스타 코소넨/수입·배급: ㈜영화사 진진/러닝타임: 121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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