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최영재 애니메이터 “코로나에 집에서 원격으로 작업해”

2021-02-26 15:25 위성주 기자
    구두 디자이너에서 디즈니 애니메이터로
    “동남아시아 ‘나가’에 착안해 ‘시수’ 그려”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디즈니 최영재 애니메이터가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수많은 이들이 모여 협업하고 합심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되는 애니메이션은 코로나 19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했을까.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포스터.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포스터.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신작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감독 돈 홀, 카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이 개봉을 앞뒀다.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원하기 위해 전사로 거듭난 라야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위대한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로, 디즈니가 자랑하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섬세한 묘사, 아름다운 색채를 자랑하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품이다.

완성된 결과물은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제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터다. 코로나 19 시대를 맞아 모든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집에서 재택으로 애니메이션을 완성해야 했던 이유다. 작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는 이들이 합심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만큼 다양한 논의와 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평소처럼 마주앉아 작품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은 있을 수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동남아시아의 화려한 전통 무술과 아름다운 색감,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역시 디즈니!”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디즈니는 과연 코로나 19 시대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었을까. ‘겨울왕국’ 시리즈부터 ‘주토피아’, ‘주먹왕 랄프’, ‘모아나’, ‘라푼젤’ 등 디즈니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모두 거쳐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도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최영재 애니메이터를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물었다.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최영재 애니메이터.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최영재 애니메이터.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은 국내 관객들에게 아직 생소한 것 같다. 직접 소개를 부탁한다.

= 디즈니에서 14년차 애니메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겨울왕국’, ‘주토피아’, ‘라푼젤’ 등에 참여했고, 캐릭터의 근육과 관절을 조절해 표정과 움직임을 그리고, 이를 통해 스토리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캐릭터의 옷과 머리카락의 움직임, 그 외 디즈니랜드에서 보여지는 애니메이션의 움직임 등도 담당하고 있다.

- 구두 디자이너에서 애니메이터가 됐다던데. 이력이 상당히 특이하다.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 구두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나는 정말 디자인만 하고 제작에는 참여할 수가 없더라. 소재 선정이나 여러 제작 과정은 장인 분들만 한다. 때문에 마지막 결과물이 내 생각대로 나오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은, 특히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내가 생각한 것이 그대로 대중들에게 보여지지 않나. 그런 부분이 크게 매력적인 것 같고, 큰 보람을 줬던 것 같다.

-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았나. 코로나 19 시대 재택근무로 작업해야 했는데, 전과는 어떤 점이 달랐는지도 궁금하다.

= 이번 작품에서는 주로 액션 신을 담당했다. 신전 안에서 벌어지는 격투 장면이나, 라야와 나마리, 두 공주의 전투 장면 등을 맡았다. 이번 작품의 경우 약 450명의 아티스트가 재택근무로 흩어져서 작업했는데, 사실 스튜디오에서는 이런 상황을 예견하진 않았지만, 전부터 재택근무를 옵션으로 하고 있었다. 때문에 큰 무리 없이 바로 재택근무로 전환이 가능했다.

하지만 집에서 회사에 있는 개인 컴퓨터를 원격 조종하면서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버퍼링도 많이 있었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물론 출퇴근이 편한 것은 있지만, 같이 밥조차 먹기 힘들어서 서로의 얼굴 보기 어려운 것이 아쉬웠다. 특히 같이 작업을 할 때는 주변에 내 화면을 보여주면서 의견을 구했었는데, 지금은 그게 어려우니 힘들었다.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동남아시아 문화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 만큼 여러 공부가 필요했을 것 같다. 용 ‘시수’의 이미지는 나가(Naga)에서 따온 듯 한데.

= 그렇다. 나가에서 시작해 드래곤과 ‘시수’를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부분을 위해 동남아시아 출신 인류학 교수님께서 협조를 해주셨다. 싱가포르, 미얀마, 베트남 출신 제작진들 역시 많이 도움을 줬고, 감독들은 직접 해당 지역을 방문해 건축 양식과 의상, 무술, 음식 등을 리서치 했다. 그렇게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가 최대한 해당 지역의 정서에 맞게, 진정성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 아시아인으로서 작품에 본인만의 경험이 도움된 부분도 있었나.

=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동양의 정서에 익숙했던 반면에, 그렇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대부분이었다. 동양적 정서를 표현함에 있어서 정서상으로 다른 분들은 신경을 많이 쓰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비교적 익숙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신전을 들어갈 때 신발을 자연스럽게 벗는 모습 등이 그렇겠다.

- 목소리 연기 역시 많은 아시아 출신 배우들이 참여했다. 이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있었다고.

= 라야의 아버지는 한국계 배우이신 다니엘 대 킴이 연기해줬고, 다른 캐릭터들 역시 아시안 출신 배우가 많이 연기했다. 다만 특정 지역의 억양을 표현하려 하지 않고 본인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녹음했는데, 나는 그런 방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어떤 장면을 그리려 하는지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 장면에서는 동양인의 정서로 봤을 때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결국 내 생각대로 기존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했다. 다행히 감독들이 좋아해줘서 다행이었는데, 이도 사실은 동양인들이 만들어내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역동적인 액션 시퀀스가 많았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빨라진 만큼 작업량이 상당했을 텐데.

= 많이 어려웠다. 액션이 많을수록 애니메이션이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쉬운 애니메이션은 없지만, 실루엣과 스피드 등에 집중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쉽지 않았던 만큼 굉장히 많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여태까지 참여한 작품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것 같다.

- ‘소울’은 흑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삼았고,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동남아시아문화권을 배경으로 그렸다. 디즈니 내부에서는 이런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 (내가 회사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니) 자세히 답변 드리기 어렵다. ‘모아나’도 그러했고 ‘겨울왕국’도 폴리네시아, 북유럽 등 특정 지역 소수 민족의 협조를 얻고, 그분들로부터 정확한 정서와 감정적 표현을 그리는데 도움을 받았는데, ‘라야’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런 면으로 봤을 때 특별히 ‘라야’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 백인 문화권 중심이 아닌,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을 많이 표현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겠다.

디즈니 신작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3월 4일 국내 극장 개봉 예정이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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