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스토리] 오스카行 급행열차 올라탄 윤여정…’윤며드는’ 필모 되돌아보기

2021-03-03 17:29 위성주 기자
    ‘미나리’로 미국 시상식서 27관왕
    “韓 메릴 스트립? 난 나일 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배우 윤여정이 미국 피닉스 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차지하며 영화 ‘미나리’로 미국 각종 시상식에서 27관광에 올랐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공개 이후 연일 화제를 불러모으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한 ‘미나리’가 윤여정에게 오스카까지 안겨줄 수 있을까. ‘충녀’부터 ‘죽여주는 여자’, ‘미나리’에 이르기까지, 오스카 행 열차에 올라탄 윤여정의 ‘윤며드는’ 필모그래피를 되짚어 봤다.

영화 '충녀' 스틸. 사진 한립물산
영화 '충녀' 스틸. 사진 한립물산

올해 74세의 원로 배우 윤여정은 1966년 TBC 탤런트 3기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1971년 드라마 ‘장희빈’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한국의 알프레드 히치콕이라 불렸던 故김기영 감독의 작품 ‘화녀’(1971)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윤여정은 데뷔와 동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화녀’에서 선보인 새로운 여성상은 당시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으며, 윤여정은 한국의 팜므 파탈(Femme fatale)로 불리기도 했다. 윤여정은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10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제4회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기영 감독과 함께 ‘충녀’(1972)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던 그는 가수 조영남과의 결혼으로 잠시 연예계를 떠났다. 허나 이혼 후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 ‘내가 사는 이유’, ‘사랑밖에 난 몰라’, ‘네 멋대로 해라’, ‘굳세어라 금순아’, ‘그들이 사는 세상’,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다수의 히트작에 출연해 여전히 능수능란한 연기를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독차지했으며, 영화 ‘바람난 가족’(2003), ‘여배우들’(2009) 등에 출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화 '하녀' 스틸. 사진 싸이더스
영화 '하녀' 스틸. 사진 싸이더스

특히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를 리메이크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에 출연한 윤여정은 관객의 뇌리를 깊게 파고드는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2010년의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충녀’에서 주인집 남자를 유혹하는 가정부로 출연했던 그는 ‘하녀’에선 새로운 하녀로 들어온 은이(전도연)의 선배로 출연했으며, 청룡영화상, 대종상, 대한민국영화대상, 춘사영화제, 부일영화상,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등 10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푸른소금’(2011), ‘돈의 맛’(2012), ‘고령화 가족’(2013), ‘계춘할망’(2016) 등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깊이 있는 내공으로 후배들과 함께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온 그는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2016)를 통해 다시 한번 국내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극 중 공원에서 박카스를 팔며 성매매를 하는 할머니 소영을 연기한 그는 자칫 천박하게만 보일 수 있던 캐릭터를 특유의 무심한 표정과 내면의 따스함으로 그리며 생동감 있는 인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 사진 CGV 아트하우스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 사진 CGV 아트하우스

윤여정은 계속해서 ‘평범함’을 거부하는 인물들을 연기하며 관객과 함께 호흡해왔다. 그 누구도 ‘평범한’ 인생은 없기에,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을 보는 이의 폐부를 찔렀으며, 공감과 연민, 이해와 탄식, 불편함과 사랑스러움 등 갖가지 감정을 자아내 박수를 불렀다. ‘죽여주는 여자’ 이후 출연한 ‘그것만이 내 세상’(2018)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 등에서도 그러했다.

그렇게 국내 관객들과 영화로 대화를 나누던 윤여정은 이제 ‘미나리’를 통해 월드스타가 됐다. 극 중 손자의 음료수를 뺏어먹고, 손주에게 화투 치는 법을 가르치며, 전형적이지 않은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 우리가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할머니의 이미지이나, 되려 그러했기에 누구보다 깊은 울림을 선사했던 그는 27개의 여우조연상을 받고,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점쳐지고 있다.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판씨네마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판씨네마

데뷔 이후 55년동안 줄곧 톡톡 튀는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배우 윤여정.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제는 파격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재치 있는 언변과 카리스마, 여유로움을 여러 채널을 통해 드러내며 ‘윤며들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최근 “난 나일 뿐”이라며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는 찬사도 정중히 거부한 윤여정. 그는 과연 오스카를 품에 안을 수 있을까. 한국 영화의 팬이자, 누구보다 멋진 할머니 윤여정의 팬으로서 그가 무거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전할 남다른 수상소감을 들을 수 있길 기원한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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