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사월’ 치유와 연대, 일상과 희망을 위해 꺼내는 그날의 기억

2021-03-24 23:55 위성주 기자
    그날을 기억하는 우리의 이야기
    “2014년 4월 16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언제부턴가 다가오는 봄이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다. 차가운 바닷속으로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안타까운 이름들이 문득 떠오르는 이유다. 우리는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사건 이후 여러 번 그들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여전히 상처는 깊고 헤어나오기 힘들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바로 그런 우리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여러 해가 지났다는 이유로 애써 묻어 외면해왔던 그날의 기억을 직면케 한다. 상처와 아픔을 고백한 뒤 있을 일상으로의 회복과 치유를 기대하며.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그다지 별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앉는다. 자신만의 소소한 일상을 풀어내던 이들은 돌고 돌아 하나의 질문 앞에 말 문이 막힌다. “2014년 4월 16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쓰러져 가던 배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슬퍼했던 교사. 눈물을 쏟아내다 탈진에 이르던 유가족을 보며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카페 사장, 유가족 곁을 지키며 버팀목이 되고 싶던 인권 활동가, 사고 해역에서 시신을 수습했던 기억에 힘들어하는 진도 어민, 수업 시간에 소식을 접하고 그저 바라만 봐야 했던 과거 아픈 학생.

세월호 참사와 멀고도 가까운, 평범한 사람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와 같은 이들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흉터를, 기억 속 당시의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놓기 시작한다.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감독 주현숙)은 2014년 4월 16일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희망을 그리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다.

‘당신의 사월’은 기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큐멘터리와 달리,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 생존자를 중심으로 꾸려가지 않는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특별히 대단한 탐사를 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그저 담담히, 그날 이후 일상이 달라져버린 우리 모두의 기억과, 감정과, 삶을 꺼내놓는다.

직접적인 피해자도 아니고, 유가족도 아닌 이들의 이야기지만, 그러하기 때문에 더욱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듯한 감상을 남기는 이유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그날의 사건을 더 이상 떠올리려 하지 않는 우리에게, 영화는 진실로 아픔이 지워졌는지 묻는다.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때문에 누군가는 이 영화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다시 꺼내 기억하는 것 조차 힘겹고 무거운 당시의 감정을 다시금 수면위로 불러와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울 수 있다. 심지어 누군가는 ‘이제는 지겹다’라며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다.

허나 사건의 진실을 탐사하지도 않고, 오롯이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감정만을 전하는 이 다큐멘터리가, 진정 우리 사회에 필요할 것이라고 믿는다. 외면하고, 묻어두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공유하고, 토로하는 과정이 우리 사회에 부재했던 이유다.

당시 우리는 상처에 함께 분노했지만, 그 상처가 자연스레 나을 것이라는 듯 어느새 관심을 거뒀다. 영화는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런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긴 힘들다고 말한다. 사건이 아닌 사고로 치부하고, 안타까운 피해자로만 기억한다면, 언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요컨대 실시간으로 참사를 지켜보며 느꼈던 충격과 무력감, 사건에 대한 폄하와 조롱, 지지부진한 진상조사, 세월호 참사 이후 여전히 간직하고 있던 트라우마를 직면하는 작품이다. 관람 내내 눈물을 감추기 힘들었으나, 토해낸 눈물이 되려 치유와 연대, 희망을 불러오길 기대하게 만든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성역 없는 진상 조사’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7년이란 시간 동안 유가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당신의 사월’이 2014년에 머물고 있는 유가족들의 시간을 다시 흐를 수 있도록, 그 시작점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오는 1일 개봉한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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