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①] ‘당신의 사월’ 주현숙 감독 “아우슈비츠 영화는 여전히 나오는데…”

2021-04-02 11:58 위성주 기자
    우리가 2014년 4월 16일의 기억을 마주해야 할 이유
    “정치적 문제 아닌 우리 모두의 마음을 위해”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진 4월. 풍성히 피어난 색색의 꽃나무 사이로 드문드문 노란색 리본이 보인다. 우리는 어느새 이 노란 리본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되려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어쩌면 친숙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노란 리본을 외면하고픈 마음도 분명히 있다. 굳건히 믿었던 국가 시스템에 외면 당했던 그날의 충격이, 아직까지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진실이, 한없이 깊어만 가는 트라우마로 마음 한편에 남았던 이유다.

영화 ‘당신의 사월’을 연출한 주현숙 감독 역시 마찬가지의 마음이었다. 그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슬픔에 감히 가까이 가리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허나 결국 주현숙 감독은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자리한 집단 트라우마를 들춰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이유로, 무엇을 위해서 애써 돌렸던 고개를 바로 했던 것일까.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카페에서 영화 ‘당신의 사월’의 연출을 맡은 주현숙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를 물었다.

영화 '당신의 사월' 포스터.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포스터. 사진 시네마달

사실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다. 감정적으로 여전히 힘겨울 뿐만 아니라, 누군가는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직접 연출을 했음에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메가폰을 잡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 그 동안 세월호와 관련된 영화가 여럿 나왔다. 진상규명의 열망이 담긴 작품도 있었고, 유가족은 물론 전 국민적인 분노를 표출한 작품도 있었다. 시기적으로 전부 의미가 있던 작품이었다. 헌데 ‘당신의 사월’은 지난 작품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세월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평범한 우리들이 세월호에 대해 미뤄온 감정들을 마주할 뿐, 속을 긁어내며 눈물을 쥐어 짜려고 하진 않았다.

그저 당시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 역시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약간의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감정에 너무 매몰되기 시작하면 되려 외면하게 되지 않는가. 너무 미안하면, 그만큼 힘들어지고, 그만큼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때문에 나는 차라리 조금 덜 미안하더라도, 우리가 왜 아픈지에 대해 한 발자국 떨어져 해답을 찾는 과정을 밟아야 하지 않나 싶었다.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사건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는 “지겹다”고 말하기도 한다.

= 왜 지겨울까 싶다.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아우슈비츠와 관련된 영화는 10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나오지 않나. 왜 우리는 벌써 세월호를 잊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진영논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외면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 하나의 의혹도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사건 당시 내 아이가 10살이었는데, 뉴스를 보면서 왜 구하지 않았냐고 묻더라. 어린아이가 봐도 못 구한 것이 아니라 안 구한 것 같은 것이다.

코로나라는 힘겨운 상황도 사회 모두가 같이 발맞춰 극복하고 있지 않나, 이 상황을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헤쳐가고 있는데, 세월호 역시 사회적 합의만 있다면 충분히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진영싸움으로, 정치적으로 해석하니 ‘지겹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질문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언젠가 진상규명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코로나와 세월호 사건이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코로나와 관련된 사연들을 들어보면, 코로나 때문에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는 일은 부지기수다.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세상을 떠난 고등학생도 있다. 그 아이는 죽기 직전까지 코로나일 수 있다는 이유로 몇 번을 검사 받아야 했고, 부모는 자식의 ‘너무 아프다’라는 말 밖에는 들을 수 없었다.

결국 개인이 운이 나빠서 병에 걸렸다던가, 운이 나빠서 세월호를 타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둘 다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생명에 대해 우습게 생각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우리 스스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회가 다 같이 애도하고, 슬퍼하고,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안전하다는 느낌을 다시금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지하철이 역사에서 출발을 못하니 ‘가만히 있어달라’는 방송이 나왔다더라. 그런데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마자 문을 열고 내렸다. 세월호 참사 때 아이들을 죽게 만든 멘트가 바로 그것 아닌가. 이렇게 우리는 지하철 타는 것 조차 무섭고 불안해졌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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