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②] ‘당신의 사월’ 누군가의 이야기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이유

2021-04-02 12:08 위성주 기자
    “아픔을 토로하는데 자격은 필요치 않다”
    “세월호라는 아픔의 허들 넘고 개운함 느끼시길”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그다지 별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앉아 지난 날을 회상한다. 자신만의 소소한 일상을 풀어내던 이들은 돌고 돌아 하나의 질문 앞에 말 문이 막힌다. “2014년 4월 16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뉴스를 보며 슬퍼하는 일 말고는 어쩔 도리가 없던 어린 교사. 유가족을 향해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카페 사장, 유가족의 곁을 지키며 버팀목이 되고 싶었던 인권 활동가, 사고 해역에서 시신을 수습했던 기억에 힘들어하는 진도 어민, 수업 시간에 소식을 접하고 그저 바라만 봤던 학생.

세월호 참사와 멀고도 가까운, 나와 당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흉터를 다시금 꺼내봐야 한다.

[MAX 인터뷰 ①에 이어]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지난 세월호 영화들과 ‘당신의 사월’이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 사실 영화라는 것은 감정의 기복 안에서 관객을 몰입시키기 위한 전쟁 같은 일이지 않나. 어떻게 몰입감을 높여서 영화에 매혹시킬지 연구하는 것인데, ‘당신의 사월’은 전쟁터를 스크린이 아닌, 보는 사람의 마음 안으로 위치시키고자 했다. 때문에 영화의 스크린은 차분하다. 분노를 자아내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에 밸런스를 맞췄다.

사건이 주는 감정의 파장이 있지만, 한 사람의 말로 표현되는 것보다 관객 스스로 ‘나는 어땠지’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싶었다. 그렇게 영화에 매몰되기 보다, 나는 어땠는지 스스로 성찰하게 되도록 노력한 것 같다. 사실 우리 영화에 등장하신 분들이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무언가 이야기를 꺼내니 ‘나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느낌을 받길 바라기도 했다.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제작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를 기억하고, 마주한다는 것이 연출자에게도, 출연자에게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터다.

= 사실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뉴스를 거의 안 봤다. 감당하기 힘든 참혹함이었다.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한다는 무기력감이 커서, 인지하거나 마주할 수 없었다. 3주기가 지나서야 노란 리본을 매고 다니는 분들이 보이면, 그들의 기억이 궁금해지더라. 정작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어려워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들도 분명 힘들 것인데 어째서 그렇게 기억하려고 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렇게 주변에 세월호 영화를 하겠다고 말하고 다니니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더라. ‘나는 어땠다’, ‘어떻게 소식을 들었고, 어떤 기분이었다’는 소소한 이야기.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이것은 누군가의, 몇몇의 기억이나 감정이 아니라 당시를 지켜봐야 했던 우리 사회 모두의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후 나는 용기를 냈지만, 출연자 분들을 섭외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보통 ‘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요’라며 꺼려하신다. 하지만 아픈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세월호와 관련해 의미 있을 것이라 말씀 드리니 기꺼이 참여해주셨다. 그러면서도 인터뷰에서는 같이 힘들 수밖에 없었는데, 속내를 잘 털어내 줘서 참 감사하다.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를 본 유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 많은 유가족이 영화를 보셨는데, 보통 다른 영화들은 보면서 화가 났었다고 말하신다. ‘저 때 뭘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그런데 ‘당신의 사월’은 처음부터 끝까지 울기만 했다고 말씀하시더라.

사건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많은 사람이 도와줬지만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는데, 영화가 그렇게 도와주신 분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그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대신 해주는 것 같아 울었다는 것이다. 영화에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유가족 모두가 참 고마워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유가족이 아닌 분들도 좋아하시니 다행이기도 했다. 보통 우리 입장에서는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싶지 않나. 하지만 아픔을 이야기하는데 자격은 필요 없더라. 어떤 분은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모두에게 참 좋은 일이라고 하셔서 감사했다. 세월호라는 아픔의 허들을 넘고 극장에 오시기 힘들겠지만, 보고 난 후에는 차라리 개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영화 '당신의 사월' 스틸. 사진 시네마달

여전히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기 두려워하는 관객들을 위해 해줄 말이 있다면?

= 꼭 영화를 봐주셨으면 한다. 많이 힘들지 않고, 아프지 않았더라도. 그날 세월호가 침몰하던 장면을 봤던 분들이라면, 다시 한번 당시를 기억해줬으면 한다. 이런 사건을 떠올리는 것이 힘들 수 있겠지만, 7년 이라는 시간의 거리감을 갖고 영화를 보면 그때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께 유가족 분들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한다. 영화를 통해 그런 것을 느끼실 수 있으면 한다. 그로 인해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연대할 수 있기를, 그리고 연대를 넘어 자기 자신을 위해, 그날을 목격한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달라.

영화 ‘당신의 사월’은 전국 극장 상영 중이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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