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밀의 정원’ 일상의 아픔과 화해, 용서와 희망

2021-04-06 10:24 위성주 기자
    각자의 이야기는 달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작은 개울처럼 천천히 흐르는 치유의 시간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작품 한 편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드라마 ‘미생’, ‘킹덤’ 등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각인시킨 배우 전석호와 ‘여름밤’, ‘파란 불이 들어오면’ 등으로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배우 한우연이 주연을 맡은 영화 ‘비밀의 정원’이 그것. 참으로 사소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야기로, 영화는 삶을 지나가며 이런저런 상처를 입은 우리의 마음에 조심스레 위안을 건넨다.

영화 '비밀의 정원' 스틸. 사진 필름다빈
영화 '비밀의 정원' 스틸. 사진 필름다빈

이사를 준비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평범한 신혼부부 정원(한우연)과 상우(전석호). 누구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설레는 나날을 보내던 그들의 일상은 정원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부터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상우를 사랑하지만, 너무나 아픈 과거의 상처를 돌아보기 두려워 감히 털어놓을 생각도 하지 못했던 정원. 10년 전의 비밀을 간직한 채 마음을 굳게 걸어 잠갔던 그는 과거를 향해 조금씩 침잠해 간다.

영화 ‘비밀의 정원’(감독 박선주)은 가족 모두가 비밀로만 간직하던 사건에서 한 걸음 나아가 서로를 보듬으며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가족 드라마다. 부부 관계에 집중해 이야기를 꾸렸던 단편 ‘미열’(2017)을 보다 확장해 인물 내면의 성장을 다룬 작품으로, 외면해왔던 10년 전의 상처를 다시금 마주한 정원과 가족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치유의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 '비밀의 정원' 스틸. 사진 필름다빈
영화 '비밀의 정원' 스틸. 사진 필름다빈

참으로 사려 깊은 작품이다. 관객을 손쉽게 몰입시키기 위해 한없이 자극적일 수 있을 소재를 한없이 부드럽고 섬세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누구에게도 아픔을 털어놓아야 한다던가, 이겨내야 한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세계로 침잠하는 정원의 심상과 그를 지켜보며 함께 아파하는 상우의 이야기를 통해 상처 입은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위안을 건넨다.

어쩌면 다소 심심해 보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을 터임에도, 박선주 감독은 폭발이 아닌 절제와 응축을 택했다. 정원의 겪었던 과거의 상처는 특정해 묘사되지 않고, 억눌러온 분노나 슬픔을 관객에게 억지로 쥐어주지도 않는다. 덕분에 영화는 일말의 과장도 없이 실제 우리의 삶과 더없이 닮았다. 그렇게 ‘비밀의 정원은’ 크게 소리치는 일 없이 일상적인 장면만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영화 '비밀의 정원' 스틸. 사진 필름다빈
영화 '비밀의 정원' 스틸. 사진 필름다빈

우리네 일상이 스크린에 펼쳐짐과 동시에 보는 이가 흠뻑 빠져들 수 있던 것은 베테랑 배우들이 빚어내는 높은 내공의 연기 덕이 크다. 주연을 맡은 전석호와 한우연은 서로의 눈빛만으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미묘하게 오가는 감정선을 탁월하게 포착했다. 유재명과 염혜란은 간간히 배어나는 유머와 함께 묻어나는 진중함으로 영화에 활력을 돋움과 동시에 무게중심을 잡았다. 이야기를 절제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매력 역시 반감될 수 있었음에도, 영화에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은, 온전히 배우들이 숨결을 불어넣은 덕분이다.

요컨대 화려한 볼거리나 긴박함이 넘치는 비일상은 만날 수 없지만, 한없이 사소하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간질이는 작품이다. 외면하고, 지나쳤던 지난 삶의 상처가 절로 떠오르지만, 함께 속내를 털어놓으니 그다지 아프지 않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꽉 막혀 답답한 이들이라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겠다.

개봉: 4월 8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박선주/출연: 전석호, 한우연, 유재명, 염혜란/제작: 몬순픽쳐스/배급: 필름다빈/러닝타임: 110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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