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인의 친절’ 사소한 배려가 빚어내는 우리 모두의 회복

2021-04-09 13:29 위성주 기자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필요해요”
    조 카잔X안드레아 라이즈보로X빌 나이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 확산세로 모두의 마음이 답답한 요즘. 작지만 따뜻한 위로로 보는 이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띠게 하는 영화 한 편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조 카잔, 타하르 라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빌 나이 등이 출연한 영화 ‘타인의 친절’이 그것. 영화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되레 미덕이 된 현대 사회에서 낯선 이에 대한 손길을 건네는 이들을 그리며 관객의 마음에 훈훈한 감상을 남겼다.

영화 '타인의 친절' 포스터.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타인의 친절' 포스터.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사랑을 맹세하며 결혼했지만, 언젠가부터 매일같이 주먹을 휘두르는 남편 리처드에게 학대를 당하며 살아가고 있던 클라라. 무자비하고, 집요하게 폭행을 저지르는 남편을 신고도 해봤지만, 리처드는 경찰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번번히 빠져 나와 클라라를 더욱 괴롭힌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던 클라라, 그는 남편이 자신을 폭행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에게도 손을 대기 시작하자 집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 클라라는 남편 몰래 아이들을 깨워 차에 태우곤 뉴욕으로 향하고, 카드까지 남편에게 빼앗겨 조금도 돈이 없던 클라라는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몰래 레스토랑에 들어가 음식을 훔쳐온다. 한편 레스토랑의 매니저 마크는 클라라가 음식을 훔치는 것을 보지만 눈을 감아주고, 병원 간호사로 일하며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앨리스 역시 세 모자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영화 '타인의 친절'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타인의 친절'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타인의 친절’(감독 론 쉐르픽)은 낯선 뉴욕에서 저마다 길을 잃은 여섯 남녀가 오래된 러시아 식당에서 만나 각자의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언 애듀케이션’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싶어하는 소녀 제니의 이야기를 그리며 제25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촬영상을 수상하고,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색상 후보에 올라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론 쉐르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타인의 친절’의 이야기 흐름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영화는 폭행을 일삼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클라라와 두 아들이 뉴욕에서 만난 친절한 이들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삶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부닥치는 어려움은 존재하나, 별다른 반전이나 변주는 없다. 덕분에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빠른 흐름과 극단에 치닫는 감정선 등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다소 심심할 여지가 있겠다.

영화 '타인의 친절'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타인의 친절'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친절’은 충분히 주변에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흥미로운 소재는 없지만, 서로를 향한 자그마한 친절들이 모여 큰 행복을 이루는 이들의 삶이,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보는 이의 마음에 꽃을 피운다. 사회로부터 조금씩 상처 입어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기 힘들어하던 이들은 되레 주변을 향해 사소한 배려를 전하며 이웃은 물론 스스로의 삶 역시 회복해 나간다.

이야기에 담긴 따뜻함과 더불어 각 캐릭터를 탁월하게 연기해 낸 배우들의 명품 연기 역시 영화를 살아있게 만든다. 클라라를 연기한 조 카잔부터 타하르 라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물론 빌 나이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관계를 깊게 조명하는 탓에 감정을 그다지 드러내지 않는 연출이 주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절제 속에서 묻어나는 이들의 존재감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끔 했다.

영화 '타인의 친절'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타인의 친절'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되레 미덕이 된 차가운 우리 사회 속에서 이와 같은 작품을 관람할 때면 괜스레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귀찮다는 이유로 거리 위에서 비틀거리는 이들을 향해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지난 일상들이 후회스럽다. 스스로의 삶조차 팍팍함에도 작은 온기를 나누며 행복을 바라던 영화처럼, 우리 사회에도 작은 배려로부터 시작되는 사랑과 희망이 피어날 수 있길 기원해본다.

개봉: 4월 7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론 쉐르픽/출연: 조 카잔, 타하르 라힘, 빌 나이,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케일럽 랜드리 존스, 제이 바루첼/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러닝타임: 115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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