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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레 미제라블’ 누구를 위한 분노인가

2021-04-09 15:37
    “세상에는 나쁜 풀도, 나쁜 사람도 없소. 다만 나쁜 농부가 있을 뿐”
    21세기 프랑스의 고전 리뉴얼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 다시금 우리 앞에 섰다. 19세기 프랑스의 참혹한 현실을 담았던 소설이 등장한지 두 세기가 지난 지금도, 프랑스의 시민들은 누구를 향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치닫는 폭력과 분노, 혐오와 불신이 팽배하다.

영화 '레 미제라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레 미제라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19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문학가 빅토르 위고. 그는 몽페르메유를 여행한 뒤 세기의 역작 ‘레 미제라블’을 집필했다. 그런 몽페르메유에 전근 온 경감 스테판(다미엔 보나드). 그는 순찰 팀에 배정 받고 팀원들과 함께 순찰을 나서지만, 첫날부터 동료들의 거침없는 행동과 폭력에 충격을 받는다. 허나 놀람을 채 추스르기도 전, 집시 서커스단이 아기 사자가 없어졌다며 난동을 피우고, 스테판과 동료 경찰들은 도난 사건을 해결하려다 예기치 못한 사건을 일으킨다.

영화 ‘레 미제라블’(감독 래드 리)은 프랑스 혁명을 다룬 소설 ‘레 미제라블’ 이후 15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분노의 노래를 담았다. 몽페르메유에 전근 온 경감 스테판과 드론을 통해 도시 곳곳을 관찰하는 소년 뷔즈(알 하산 리)를 통해 영화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교외지역 몽페르메유의 실상을 고발한다.

영화 '레 미제라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레 미제라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2005년 10월 27일, 파리 교외 클리시수부아에서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이 변전소 담을 넘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유족들은 경찰관이 아이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차별과 빈곤, 억압과 혐오에 불만이 쌓여있던 이민사회는 대대적인 폭동을 일으켰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2005년 소요사태 이후 15년, 프랑스 사회가 과연 진정으로 변화했는지, 그 현주소를 짚는다. 말리 출신 이민자이자 교외지역 몽페르메유의 토박이인 래드 리 감독은 유년시절 겪었던 사건들을 엮어 자유와 평등, 박애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의 이면을 낱낱이 들추었다.

지역을 통치하듯 관할하는 부패한 경찰 권력, 사회의 질서를 유지한다며 자경단을 자처하는 종교 조직, 혼란스러운 도시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어느새 사회 곳곳에 뿌리 내린 범죄 집단까지. 모든 것이 위태로운 몽페르메유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향할 곳 없는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영화 '레 미제라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레 미제라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주인공이 있고, 서사가 있지만,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상당히 빌려왔다. 영화는 도시에 전근 온 경감 스테판과 드론을 통해 도시를 관찰하는 소년 뷔즈의 눈을 통해 프랑스 사회 곳곳에 만연한 폭력과 혐오, 혼란과 두려움을 지적한다.

공권력에 위치한 이와 가난한 흑인 이민자 소년 모두의 시각을 빌려온 만큼 영화는 특정 집단의 손을 들어주진 않는다. 이민자 사회와 빈곤층은 물론 경찰과 갱단까지 모두가 몽페르메유 출신인 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서로를 향해 거친 언사를 서슴지 않는 것이 이미 당연하다.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의 시점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영화는 꽤나 낯설 수 있겠다.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극도의 혼란과 갈등, 분리된 사회는 지극히 현실적임에도 되레 실제 사회와는 동떨어진 무언가로 보이게끔 만든다.

영화 '레 미제라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레 미제라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는 끊임없이 혐오의 시선을 받아오고, 억눌려왔으며, 차별당했던 이들의 분노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허나 분노의 목소리가 향해야 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진 않는다. 무자비한 경찰에 당하는 것이 익숙해 보자마자 도망치는 아이들, “이렇게 안 하면 잡아먹혀. 이게 우리 삶이야”라고 말하는 경찰들. 잘잘못을 가리기에는 너무나 많이 뒤엉킨 이 사회에 갈등을 일소할 방법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영화 ‘레 미제라블’에 생명력이 있을 수 있던 것은 “가장 나쁜 것은 세상의 무관심”이라던 스테판의 대사 한 줄 덕분이다. 한 편의 영화로 해답을 제시할 순 없겠지만, 세상의 시선만은 몽페르메유를 비롯한 프랑스 사회의 현실로 옮겨갔다. 실제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작품을 관람한 후, 교외지역 빈곤 실태 조사 명령을 내리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영화 '레 미제라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레 미제라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요컨대 누구를 위한 분노인지, 무엇을 위한 폭력인지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난무하는 욕설 속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작은 소망이 담겼을 뿐인 이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담겼다.

혹자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라며, 낯선 세상일 뿐이라며 외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다. 가진 것 없는 비주류의 목소리는 언제나 외면당해왔고, 혐오의 대상이 됐다. 무엇이 진정한 문제인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이웃을 향한 분노의 일갈만을 일삼는다.

이른바 ‘혐오의 시대’로 불리는 현재,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이후 우리의 삶에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여전히 '미제라블'(Misérable, 비참한)하진 않은가.

개봉: 4월 15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래드 리/출연: 다미엔 보나드, 알렉시스 마넨티, 제브릴 종가, 잔느 발리바, 이사 페리카/수입·배급: 영화사 진진/러닝타임: 104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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