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낙원의 밤’ 엄태구의 내성적인 갱스터가 새로운 이유

2021-04-14 16:34 위성주 기자
    “동물농장 출연하고파”
    “선함도 악함도 모두나 내 안의 것”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밀정’, ‘택시운전사’등에 출연해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하며 관객을 사로잡더니,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소심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드러냈던 배우 엄태구. 선역과 악역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얼굴을 선보이던 그가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과 함께 영화 ‘낙원의 밤’에 출연해 색다른 유형의 느와르를 완성한 것. 남들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목소리도 한 없이 떨리는 이 배우가 거친 세계를 그리기로 유명한 박훈정 감독의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낙원의 밤’의 주연을 맡은 배우 엄태구를 만나 그 속내를 물었다.

영화 '낙원의 밤' 배우 엄태구. 사진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 배우 엄태구. 사진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국내 영화로 유일하게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으로, ‘신세계’, ‘마녀’ 등으로 느와르 장르의 대가로 불리는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엄태구는 극 중 주인공 태구를 연기했다. 태구는 조직의 타깃이 돼 제주도로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로, 가족의 복수를 위해 자처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삶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등장과 동시에 상당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화면을 압도하는 태구. 실제로는 한없이 여리고, 동물을 사랑하는 통에 예능 조차 “동물농장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하는 엄태구가 이렇게 살벌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진 않았을까.

영화 '낙원의 밤' 촬영 현장. 배우 엄태구. 사진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 촬영 현장. 배우 엄태구. 사진 넷플릭스

“악한 모습이든 선한 모습이든 내 안에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나와 영화 속 태구는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태구 역할이 부담이 많이 된 것은 사실이다. 주연이지 않나. 그리고 이야기 초반에 누나와 조카를 잃고 시작을 하는데, 당시의 감정을 고스란히 기억하면서 촬영을 이어나가야 했던 것이 참 힘들었다.

박훈정 감독이 태구가 등장할 때 얼굴만 봐도 캐릭터의 서사가 느껴졌으면 한다는 주문을 하더라. 너무 밝아서도 안됐고, 너무 어두워서도 안됐다. 중간지점을 찾고 그에 맞춰서 삶의 찌듦과 지침, 누나의 병, 일을 관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조카에 대한 걱정 등을 마음에 담고 연기하려 했다. 감정선을 연결하려고 노력했다. 외적으로는 살도 9kg 가량 찌웠다.”

영화 '낙원의 밤' 배우 엄태구. 사진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 배우 엄태구. 사진 넷플릭스

주연을 맡아 부담스러웠다는 속내를 털어놓은 엄태구. 등장만으로 화면을 장악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관객까지 사로잡았던 그의 존재감과는 상당히 다른, 의외의 대답이다. 감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타고난 배우의 자질을 드러낸 그가 자신과 이름이 같은 캐릭터의 이름을 봤을 때는 어떤 감정이 일었을까.

“감독님께 ‘왜 나를 주연으로 캐스팅 했는지’를 묻진 않았다. 다만 캐릭터의 이름과 내 이름이 같아서 혹시 나를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쓴 것은 아닌지 묻긴 했었다. 단번에 ‘아니’라고 하시더라(웃음). 예전에 썼던 대본이고, 나를 잘 모르셨는데, 나중에서야 엄태구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셨다.

덕분에 태구를 어떤 특정한 모습으로 한정해서 상상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던 것 같다. 태구라는 인물을 정해놓고 연기하다 보면, 너무 정형화된 모습이 나올 것 같았다. 촬영 현장에서 하나씩 시도했고, 순간에 집중하고 감독님께 의지하면서 만들어갔다.”

영화 '낙원의 밤' 배우 엄태구. 사진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 배우 엄태구. 사진 넷플릭스

박훈정 감독에 대한 상당한 신뢰를 들어내던 엄태구는 함께 호흡을 맞춘 전여빈, 차승원에 대한 찬사를 전하기도 했다. 정작 본인을 향한 칭찬에는 그저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라며 얼굴을 붉히던 그지만, 함께한 배우들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는 전여빈과 차승원을 향한 감사 인사를 한껏 늘어놨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크게 놀랐다. 특히 전여빈 배우는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예전에 ‘죄 많은 소녀’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전여빈 배우를 향해 ‘연기 괴물’이라는 평이 있었는데, 그 표현이 정말 잘 맞더라. 전여빈 배우가 총을 쏘는 마지막 시퀀스를 가장 좋아한다.

차승원 선배는 미세한 표정 하나로 촬영장의 모든 분위기를 좌지우지 했다. 모든 현장 스태프와 배우들이 선배의 표정을 따라 웃기도 하고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정말 놀라웠고, 기억에 깊이 남는 순간들이었다.”

영화 ‘낙원의 밤’은 지난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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