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학교 가는 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2021-04-30 12:39 위성주 기자
    “우리 아이들 살아갈 세상은 오늘보다 한 뼘이라도 나아진 곳이기를”
    성실한 기록-균형 있는 시선-진실한 목소리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무릎 꿇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지독한 편견과 욕망, 갈등과 공존의 이면을 들추며 관객을 향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전국 특수학교 재학생의 절반은 매일 왕복 1~4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전쟁 같은 아침을 맞이한다. 장애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특수학교. 아이들을 위해 거리로 나선 엄마들은 무릎까지 꿇는 강단으로 세상에 맞선다. 세상을 바꾼 사진 한 장, 엄마들의 용기 있는 외침이 시작된다.

영화 ‘학교 가는 길’(감독 김정인)은 강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의 개교를 위해 무릎까지 꿇는 강단과 용기로 17년째 멈춰 있던 서울 시내 신규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낸 용감한 어머니들의 여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넘어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공평치 않은 장애학생들의 현실과 아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어머니들의 절실한 마음이 담겼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우리가 쌓아 올렸던 편견과 혐오의 벽 앞에 마땅한 교육 기회는 사라져버리고, 교육받을 기회를 달라는 당연한 말 역시 원색적인 비난으로 한낱 ‘쇼’로 치부된다. 모두와 함께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손쉽게 짓밟히고, 허울뿐인 정치인의 말은 부모의 마음에 또 하나의 대못을 박는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이 옮겨온 현실은 정면으로 마주하기 만만치 않다. 애써 무시해왔던 소외된 이웃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이유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느새 ‘우리’가 아닌 ‘그들’의 이야기에 머물렀던 아픔이 절절히 마음에 와 닿는다.

동시에 가난으로 차별 받고 진통을 앓았던 이들이 되레 장애인을 혐오하고 있는 현실의 아이러니가 안타깝다. 실패한 도시개발사업의 여파로 버려지고, 소외됐으며, 아팠던 이들이 가장 극렬히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한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단순한 님비 현상(not in my backyard)인지, 그간 억눌려왔던 지역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인지, 쉽사리 정답을 알긴 힘들다. 허나 장애학생 부모님들의 이야기와 함께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 역시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결국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사회 시스템의 오류로부터 기인했음을 깨닫게 된다.

다만 장애학생의 교육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 보다 특수학교를 학교가 아닌 기피시설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심히 부끄럽다. 익숙하지 않은 낯섦에 두려워하는 것을 넘어 경계하고, 분노하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차별의 단초가 된다. 오로지 열린 마음과 사랑, 배려와 연대만이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 오류가 넘치는 사회를 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 '학교 가는 길' 포스터.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학교 가는 길' 포스터. 사진 영화사 진진

수년간의 투쟁으로 서진학교는 설립됐지만, 정작 그 주역의 아이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특수학교를 졸업했다. 교육과정을 마친 후에는 그 어떤 보호막도 없이 우리 주변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매일 세시간이 걸렸던 이들의 학교 가는 길 끝에는 과연 전과 다른 변화가 있었을까.

‘학교 가는 길’ 이후로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복지 시스템과 여전히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들의 뒤틀린 자화상이 건재할 것이라는 비루한 현실에 작은 변화의 단초라도 되고자 하는 열망이 샘솟는다.

개봉: 5월 5일/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감독: 김정인/출연: 이은자, 정난모, 조부용, 장민희, 김남연 외 발달장애인 부모들/제작: 스튜디오 마로/배급: ㈜영화사 진진/러닝타임: 99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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