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빅 피쉬’ 우리 삶에 판타지가 필요한 이유

2021-05-10 14:45 위성주 기자
    사실 아닌 진실에 대한 이야기
    팀 버튼의 세상 바라보는 시각이 엿보이는 명작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할리우드의 거장 팀 버튼이 2003년 선보였던 작품 ‘빅 피쉬’가 오는 12일 국내에서 재개봉 소식을 알렸다. 평소 팀 버튼의 팬을 자처하면서도 ‘빅 피쉬’를 스크린에서 관람할 기회가 없어 안타까워하던 차, 영화의 재개봉 소식은 반갑기 그지 없었다. 한달음에 달려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시퀀스를 눈에 담기 시작한 순간, 어느새 영화는 스크린을 넘어 관객의 마음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영화 '빅 피쉬'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 포레스트
영화 '빅 피쉬'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 포레스트

언제나 사실 만을 보도하는 기자로서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윌(빌리 크루덥). 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의 아버지는 어린 윌의 우상이자, 슈퍼 히어로였다.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지만, 소년 윌의 마음을 가득 채웠던 아버지의 모험담. 그러나 커갈수록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허구임을 느꼈던 윌은 더 이상 아버지는 믿지 못한다.

이제는 성인이 돼 결혼을 하고 그 역시 아버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던 윌. 그는 여전히 허풍에 귀 기울이던 아이로 자신을 대하는 아버지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기 위해 고향집을 방문한다.

영화 ‘빅 피쉬’(감독 팀 버튼)는 일생을 허풍으로 보냈던 아버지와 그를 이해하기 위해 아버지의 모험담을 듣기 시작한 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고향을 찾은 윌은 죽음을 목전에 앞두고도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버지에게 진절머리가 나지만, 믿기 힘든 이야기 속 드러나는 아버지의 진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터놓기 시작한다.

영화 '빅 피쉬'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 포레스트
영화 '빅 피쉬'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 포레스트

영화 ‘배트맨’(1989)부터 ‘가위손’(1990), ‘혹성탈출’(2003),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등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몽환적인 작품들을 내놓았던 팀 버튼 감독인 만큼, 언제나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빅 피쉬’(2003) 역시 그가 바라보는 색다르고 비틀렸으나, 아름다운 세상이 엿보인다. 운명을 보는 마녀부터, 세상에서 가장 큰 거인, 모든 것이 평화로운 유령 마을은 물론 늑대인간과 샴쌍둥이 가수까지. ‘빅 피쉬’에는 꿈을 꾸는 듯한 이미지가 가득하다.

허나 팀 버튼의 그리는 판타지는 일종의 장르적 맥거핀(Macguffin,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극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이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여러 상징물이 등장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실상 그의 작품은 판타지가 아닌 우리의 삶에 대해 파고드는 이야기를 전한다. 환상에 빠져들 듯 온갖 기상천외한 이미지가 관객을 유혹하더니, 단숨에 개인의 심상을, 그를 넘어 우리 모두의 내면을 마주하게 하는 서사로 완벽히 발길을 붙잡는다.

영화 '빅 피쉬'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 포레스트
영화 '빅 피쉬'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 포레스트

‘빅 피쉬’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여러 미장센과 동화 같은 이미지는 물론 대단히 기발하고 흥미를 돋우는 요소며, 다양한 상징을 내포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영화에 담긴 이야기에 있다.

언제나 허풍만을 일삼던 아버지는 끝내 아들에게 진짜 ‘사실’만을 전하지 않는다. 아들은 그에 실망하는 한편 아버지의 짐을 정리하다 아버지의 이야기 속 물건들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물론 아버지의 허풍이 사실임을 의미하진 않는다. 다만 아들은 아버지의 무용담이 비록 사실은 아니었을지언정, 그의 감정과, 태도, 욕망과 꿈이 뒤섞인 진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언제나 사실이기를 요구하며 타인을 바라보지만, 결국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사실이 아닌 그의 마음과 삶이 녹아있은 진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시 깨닫게 된다. 이는 결국 누구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주변과 사회를 돌아보고, 스스로의 인생을 되짚는 과정에서 역시 통용되는 것이다.

영화 '빅 피쉬'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 포레스트
영화 '빅 피쉬' 스틸. 사진 (주)제이브로 , 포레스트

영화 속 아버지는 끝내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전설로 남아 불멸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마침내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아들에게도 사실이 아닌 진실을 전승하는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아버지 역시 발견한다. 결국 모두는 언제가 이야기로 남게 된다는 불변의 흐름 속에서, 아이들에게 전할 우리의 허풍에는 무엇이 담길 수 있을까. 팀 버튼의 상상이 집약된 듯한 영화 ‘빅 피쉬’는 그렇게 관객의 마음에 파문을 일게 만든다.

개봉: 5월 12일(재개봉)/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감독: 팀 버튼/출연: 이완 맥그리거, 알버트 피니, 빌리 크루덥, 제시카 랭, 헬레나 본햄 카터, 알리슨 로먼, 마리옹 꼬띠아르/수입: ㈜제이브로·포레스트/배급: ㈜팝엔터테인먼트/러닝타임: 125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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