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①] ‘슈퍼노바’ 해리 맥퀸 감독 “이 영화를 치매 환자들에게 바친다”

2021-05-12 14:51 위성주 기자
    감독 스스로 겪었던 이야기가 바탕 된 영화 ‘슈퍼노바’
    “감정적, 시각적으로 무한한 주제 품을 수 있길 바라며”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CG나 격렬한 액션, 충격적인 반전이 없더라도, 차분히 흘러가는 이야기만으로 보는 이의 마음에 깊은 각인을 새기는 작품이 있다. 신예 감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유려한 이야기와 연출을 선보인 해리 맥퀸 감독의 ‘슈퍼노바’가 그렇다.

영화 '슈퍼노바' 스틸. 사진 찬란
영화 '슈퍼노바' 스틸. 사진 찬란

기억을 잃어가는 작가 터스커(스탠리 투치)와 그의 연인이자 최고의 친구로 오랜 시간을 보냈던 샘(콜린 퍼스)의 마지막 여행기 ‘슈퍼노바’. 해리 맥퀸 감독은 이들의 여행을 밤하늘 별빛에 수놓으며 더 없이 찬란한 이별의 시(詩)를 노래했다.

실제 자신의 주변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이들을 들여다보며 ‘슈퍼노바’를 시작했다던 해리 맥퀸 감독. 그는 어떤 이유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또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일까. 영화 ‘슈퍼노바’를 연출한 해리 맥퀸 감독에게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물었다.

영화 '슈퍼노바' 스틸. 사진 찬란
영화 '슈퍼노바' 스틸. 사진 찬란

영화가 정말 섬세하다고 느꼈다. 병을 겪는 당사자와 곁에서 지켜보는 이의 온갖 감정이 여실히 와 닿더라. 누구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 모두의 이야기와 관계에 집중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 영화를 위해 치매 관련 자료 조사를 거치면서 이 병이 사람 사이의 관계와 사랑, 역학 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천천히 다른 사람이 되어가며 사랑도 변화하고, 누군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관계 역시 바뀌어간다. 그 모든 과정이 나를 사로잡았고, 많은 감정을 느꼈다. 절망적인 현실과 서로를 향한 사랑 사이에서 변화하는 관계의 흐름을 꼭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병을 앓고 살아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않나. 환자와 주변 모두가 영향을 받고, 함께 힘든 시간을 겪는다. 연인에서 간병인이 되어야 하는 인물에게도 병을 앓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만큼 집중하려 노력했다.

영화 '슈퍼노바' 스틸. 사진 찬란
영화 '슈퍼노바' 스틸. 사진 찬란

주변의 실제 사례가 영화의 시작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체험한 현실을 영화로 옮긴다는 것은 일기를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지 않나. 어떤 과정을 통해 영화로 그려낼 수 있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가.

= 전세계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자료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때 겪었던 모든 경험 하나하나가 스토리를 특별히 흥미롭게 만들거나, 영화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진 않았다. 각 경험을 독립적으로 보았을 때는 별다른 일들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로 발전시키는 과정 속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그를 모아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스토리를 창조할 수는 있었다. 이런 주제를 다루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오리지널을 제작하고 싶었고, 특히 초기 단계부터 로드 무비를 서브 장르로 고려했는데, 실외 촬영을 통해 ‘슈퍼노바’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유다.

각본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치매를 겪고 살아가는 이들의 경험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 것. 다른 하나는 영화적으로 대담하고 흥미로울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 서로를 완성시키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하고, 결과물은 그 자체로 주제를 다루는 중요한 작품이 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에 대한 판단은 자유다(웃음).

영화 '슈퍼노바' 스틸. 사진 찬란
영화 '슈퍼노바' 포스터. 사진 찬란

치매 환자들과 인터뷰를 여럿 진행한 것으로도 알고 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해달라.

= 치매 환자들과 3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했고, 이 여정을 통해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이 경험은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원하는 만큼 세세하게 현실을 묘사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하지만 영화로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 경험을 하나로 특정 짓기는 힘들겠다. 치매를 겪는 모든 이들의 경험을 총망라한 이야기인 이유다. ‘슈퍼노바’만의 오리지널리티는 여기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동안 당시 만난 몇몇 친구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 영화를 그들에게 바치고 싶다.

제목이 ‘슈퍼노바’(초신성)인 이유는 무엇인가. 치매 환자의 이야기와 우주, 밤하늘을 결부해 이야기를 꾸려간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문자 그대로만 본다면, ‘슈퍼노바’(초신성)는 죽어가고 있지만 가장 빛나는 사람인 터스커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작은 규모의 작품이니만큼 영화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이유로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 스스로의 내면을 파고들며 존엄을 고민하는 터스커가 되레 그 무엇보다 광활한 우주를 탐구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 속 복잡하고, 섬세한 이야기가 사실 감정적, 시각적으로 무한한 주제를 품을 수 있길 바랐다.

12일 국내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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