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녹슬어버린 ‘파이프라인’…웃음 아닌 아쉬움만

2021-05-21 15:22 위성주 기자
    코로나 블루 날리기엔 코미디도, 액션도, 아쉬울 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배우 서인국, 이수혁이 주연을 맡은 영화 ‘파이프라인’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국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도유(盜油) 범죄를 소재로 그린 액션 코미디 영화지만, 정작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은 2000년대부터 줄곧 등장했던 국내 범죄 오락 영화의 클리셰를 뒤따라 아쉬움만을 남겼다.

영화 '파이프라인' 포스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영화 '파이프라인' 포스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의 천공기술자 핀돌이(서인국). 그는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프로 용접공 접새(음문석)부터 땅 속을 훤히 꿰고 있는 나과장(유승목),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태항호), 모든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배다빈)까지. 도유 성공이 눈앞에 있었지만, 저마다 다른 목적을 지닌 이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며,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지고 만다.

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의 이야기를 담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1),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 ‘쌍화점’(2008) 등을 연출한 유하 감독의 신작으로, 그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 동안 내 영화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며 “같은 메뉴만 내놓다 보니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파이프라인’을 연출한 계기를 밝혔다.

영화 '파이프라인'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영화 '파이프라인'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그런 유하 감독의 도전정신은 마땅히 박수 받을 만 하지만, 의기와 달리 결과물은 썩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 채 아쉬움만을 남겼다. 기름이 단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기름을 훔치는 범죄를 소재로 영화를 꾸린 것은 신선하나, 새로운 맛은 소재에 그쳤다. 이야기를 꾸려가는 방식에서부터 캐릭터 설정은 물론 나름의 반전까지, 20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국내 범죄 오락 영화의 전형이 ‘파이프라인’에도 담겼다.

하나씩 풀어보기엔 긴 이야기니, 캐릭터를 대표적으로 살펴보자. 주인공은 남들에겐 없는 천재성을 가졌고, 그만의 사정으로 범죄 행각에 몸담고 있고 까칠하지만, 내면은 누구보다 인간적이다. 재벌 후계자 악역은 주변을 전혀 돌아보지 않는 소시오패스며, 그를 돕는 것은 여전히 돈으로 쉽게 부릴 수 있으리라 ‘여겨지는’ 깡패들이다.

이 외 순진무구하지만 괴력을 지닌 막내부터 배신을 일삼지만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하는 까불이, 악역의 편인 듯 하나 금새 주인공에 합세하는 새침데기, 마음은 따뜻하나 안타까운 사연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늙은 남자까지. 모든 캐릭터들이 어디에선가 한 번쯤은 봤던 인물들이다. 길게 되돌아보지 않아도 지난해 개봉한 ‘도굴’(감독 박정배)과 상당히 유사하다.

영화 '파이프라인'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영화 '파이프라인'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물론 캐릭터 설정이야 비슷할 수 있다. 이를 얼마나 잘 변주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영화의 재미와 긴장감은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다. 허나 ‘파이프라인’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야기 구성에서도 지난 영화들의 전처를 밟았다.

아무리 소재가 신선한들, 베테랑 감독과 배우들이 나섰던들,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기시감이 계속 들고, 전개가 뻔히 예측되어서야 재미를 느끼긴 힘들다. 이야기가 부실하다면 화려한 액션이나 기상천외한 코미디, 스크린을 압도하는 VFX쯤은 그려져야 할 텐데, 그마저도 애매할 따름이다.

새로운 것을 내놓고 싶었다던 유하 감독이었지만, 스스로에겐 신선한 경험이었을지언정, 관객에겐 진부한 오락영화가 또 한 편 개봉한 셈이다.

영화 '파이프라인'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영화 '파이프라인'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되레 중간마다 엿보인 유하 감독만의 서늘한 분위기가 반갑다. 주인공과 함께 팀을 이뤄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결말에 이르러 모두가 행복하기 마련인데, 유하 감독은 이를 그대로 두진 않았다. 대부분은 감옥에 들어가 죗값을 치르고, 심지어 누군가는 죽음에 이른다. 이 외에도 B급 블랙 코미디 속 엿보이는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물질만능주의, 희망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청년 세대 등이 인상적이다.

요컨대 지난 범죄 오락 영화의 클리셰를 따라간 이야기가 모든 매력을 가려버린 듯한 작품이다. 베테랑 배우들과 감독이 합심한 작품인 만큼 짜임새에는 허술함이 없으나, 그 방식이 너무 옛 것이다. 클래식이 아닌 그저 올드함이다. 특히 절정 시퀀스에 이르러 그려지는 CG는 어색함이 묻어난다. 최근엔 드라마에서 조차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CG가 허다하다. ‘파이프라인’이 제대로 녹슬어버렸다.

개봉: 5월 26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유하/출연: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유람, 배다빈, 서동원/제작: (주)곰픽쳐스, 모베라픽쳐스/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리틀빅픽처스/러닝타임: 108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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