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섬세한 동요와 뜨거운 성장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2021-06-02 00:16 위성주 기자
    좌절 아닌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은 결국 용서
    우리 모두가 자허가 될 수 있다면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제2의 주동우로 불리는 중국의 신예 등은희가 주연을 맡은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이 국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예리한 시각과 함께 흔들리는 청춘의 내면과 성장을 담은 작품으로, 영화는 제44회 홍콩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스틸. 사진 싸이더스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스틸. 사진 싸이더스

3년 전, 엄마가 살해된 후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소녀 자허(등은희). 친구들에게는 왕따를 당하고, 아빠와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린 그는, 언제나 날 선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게 매일을 우울에 지쳐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엄마를 죽였던 소년 유레이(이감)를 마주치게 된 자허. 예상보다 빨리 석방된 그를 보고 분노에 휩싸인 그는,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감독 주순)은 3년 전 엄마가 살해된 후,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소녀 자허가 우연히 엄마를 죽인 소년 유레이를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분노와 방황을 그렸다. 중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한 가정의 비극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으로, 주순 감독은 청소년 범죄라는 소재를 빌어 이야기를 꾸렸다.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스틸. 사진 싸이더스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스틸. 사진 싸이더스

어쩌면 국내 영화에서는 여러 번 다뤄진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온 작품이다. 청소년 범죄를 소재로 방황하는 청소년의 분노와 좌절, 용서와 성장을 그렸는데, ‘바람’(2009), ‘한공주’(2014), ‘박화영’(2018) 등 국내 다양한 작품이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남다른 감상을 남긴다. 엄마를 죽인 소년과 그를 만나게 된 소녀의 극단적 관계성이 예상치 못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이유다.

곧바로 복수를 행하지도 않은 채 지지부진한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선이 다소 답답하기도 하지만, 경계와 분노, 이해와 연민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복잡함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스틸. 사진 싸이더스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스틸. 사진 싸이더스

영화는 청소년 범죄를 중심으로 전개되나 결국 그리려던 바는 약하고, 불안했던 한 아이의 성장기다. 엄마를 죽인 소년을 만난 소녀가 복수를 고민하는 순간들, 소년을 이해하려던 노력들,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려는 마음들이 모여 보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영화의 내러티브와 함께 신예 주순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역시 눈에 띈다. 그는 영화를 요즘 흔치 않은 4:3의 화면비로 고집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켰으며,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의 내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외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구분된 여러 미장센이나 다양한 메타포가 담긴 요소가 돋보여 다양한 감상을 남기게끔 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야기가 다소 지지부진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던 지점들은 아쉬움을 남긴다. 여러 인물의 내면을 차분하고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장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섬세함과는 다른 지루함이 영화의 초반을 이루고 있다.

개봉: 6월 17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주순/출연: 등은희, 이감/수입·배급: 싸이더스/러닝타임: 100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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