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위왓치유’ 배우 테레자 “내 인생 가장 힘든 경험이었지만 아름답고 의미 있어”

2021-06-04 15:35 위성주 기자
    비트 클루삭 감독 “현장에 심리 상담가 상주해야 했다”
    제작자 필립 레문다 “이 작품 시작으로, 범죄자 실형 받아”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평범한 집처럼 꾸며진 3개의 세트장, 12살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배우들이 섰다. 계정 개설과 동시에 전 세계 남성이 접촉해오고, 열흘 간 배우들에겐 나체사진 요구, 가스라이팅, 협박, 그루밍을 시도하는 남성 총 2458명이 접근했다.

영화 '#위왓치유' 스틸. 사진 어쩌다필름
영화 '#위왓치유' 스틸. 사진 어쩌다필름

이는 누군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2019년 체코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이 카메라에 담긴 것. 다큐멘터리 ‘#위왓치유’는 성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충격적인 디지털 성범죄를 추격하는 과정을 담았다.

‘#위왓치유’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12세의 페이크 계정이 만들어진 지 채 5시간도 되지 않아 23~63세 남성이 연락을 시도해왔고,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오는 것은 물론, 자위행위를 강요하거나, 포르노를 보내기도 했다. 영화는 이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현장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들춰내며 관객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영화 '#위왓치유' 비트 클루삭 감독, 바르보라 차르포바 감독. 사진 어쩌다필름
영화 '#위왓치유' 비트 클루삭 감독(왼쪽), 바르보라 차르포바 감독. 사진 어쩌다필름

체코에서 벌어진 사건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지만, 얼마 전 우리 사회에서 역시 있었던 ‘n번방’, ‘박사방’, ‘웰컴 투 비디오’ 사건 등이 상기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비트 클루삭 감독과 제작자 필립 레문다, 배우 테레자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위왓치유’ 프로젝트를 시작했을까. 먼저 비트 클루삭 감독은 이에 대해 “짧은 바이럴 영상을 의뢰 받아 시작했었다”며 기획 당시를 회상했다.

“2017년, O2라는 가정용 통신 기업이 인터넷 상에서 학대 받는 아이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바이럴 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를 하면서 시작했다. ‘#위왓치유’처럼 가짜 계정을 만들어 채팅에 참여하는 실험을 했는데, 정말 많은 남성이 접근했다.

실제로 약 40%에 이르는 체코 어린이들이 인터넷에서 포르노 사진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통계를 보게 됐다. 당시 정말 큰 충격을 받았고, 짧은 바이럴 영상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독립된 장편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 '#위왓치유' 제작자 필립 레문다. 사진 어쩌다필름
영화 '#위왓치유' 제작자 필립 레문다. 사진 어쩌다필름

비트 클루삭 감독의 뜻 깊은 취지와 달리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독립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란 쉬운 과정을 아니었을 터다. 한국에서도 그렇듯, 체코에서 역시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그러나 제작자 필립 레문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만큼은 뜨거웠다”며 ‘#위왓치유’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알다시피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은 매우 힘들다. 보통 ‘그래, 좋아. 하지만 난 투자할 돈이 없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만큼은 반응이 뜨거웠다. ‘환상적인 아이디어다’, ‘나에게도 딸이 있다. 우리가 너희를 돕겠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영화제에서 성공적인 반응을 거뒀고, 공공기관에서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이 다큐멘터리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조달하기도 했다.”

한편 비트 클루삭 감독은 원활하고 안전한 촬영을 위해 심리 상담가가 촬영장에 상주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정신적인 폭력에 직접적으로 수일간 노출되어야 했던 배우들을 위해 준비한 배려였다.

“배우들이 촬영 기간 동안 언제든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엔 상담이 필요하지 않다는 배우도 있었지만, 결국 세 명 모두 심리 상담을 받았다. 혹시나 배우들이 받을지 모를 정신적 충격에 대비한 것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현재 촬영 상황에 대해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었다.”

영화 '#위왓치유' 스틸. 배우 테레자. 사진 어쩌다필름
영화 '#위왓치유' 스틸. 배우 테레자. 사진 어쩌다필름

아무리 자신의 실제 인생이 아닌 페이크 계정을 통한 상황이더라도, 충분히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입을 수 있었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출연한 세 배우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출연을 원했단다. 테레자는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다”며 ‘#위왓치유’에 출연한 계기를 밝혔다.

“실제로 12살 때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하고,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경험했던 문제지만, 쉽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문제기도 하다. 이 영화에 참여한 것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든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영화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고, 한국에서도 상영된다고 하니 더욱 뜻 깊은 일이다.”

‘#위왓치유’의 출연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는 테레자지만, 촬영 도중 있었던 기억을 쉽사리 잊진 못했다. 그는 의연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남자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자꾸만 잊혀지지 않아 심리 치료를 받았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합성해서 만든 누드 사진을 어떤 범죄자가 온라인 상에 올리고 협박할 때, 진짜 내 몸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힘들었다. 사실 촬영을 모두 끝낸 후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을 때도, 남성들로부터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왔다. 나를 ‘매춘부’라고 칭하면서 내 사진을 이베이에 올려서 팔더라.”

영화 '#위왓치유' 스틸. 배우 테레자. 사진 어쩌다필름
영화 '#위왓치유' 제작 현장. 사진 어쩌다필름

그렇게 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 위에 완성된 ‘#위왓치유’는 체코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체코 다큐멘터리 영화 중 최고 흥행 스코어를 달성했으며, 14주간 박스오피스 TOP10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시작으로 정식 수사가 이뤄지게 됐다. 필립 레문다는 이에 대해 “경찰이 이 영상을 요청했다. 수사가 진행됐고, 몇몇은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확한 이름을 말할 순 없지만, 어떤 가해자는 2년 형을 선고 받았고, 또 다른 가해자는 벌금을 물었다. 물론 우리 영화의 자료만 가지고 실형을 이끌어낼 순 없었다. 경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실제로 미성년자를 만난 여죄가 밝혀진 경우 처벌로 이어졌다.”

더불어 비트 클루삭 감독은 ‘#위왓치유’가 쏘아 올린 공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체코 교육부에서는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 가이드를 만들어 교과서에 싣는 준비를 하고 있다. 선생님과 학생들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하며 공론화에 힘쓰고 있으며,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아이들에게 올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교육이 진행 중이다.”

영화 '#위왓치유' 스틸. 사진 어쩌다필름
영화 '#위왓치유' 스틸. 사진 어쩌다필름

마지막으로 필립 레문다는 여전히 끝나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를 위해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이라며 최근 소식을 전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추천하기도 했다.

“우리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체코 학교들과 교육 시스템을 위해서 자료를 만들었고, 두 번째는 부모님들을 위한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의 가이드가 중요하다. 가해자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조종하고 학대하기에, 부모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부모를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들을 벌 주는 것이 아닌, 이해하고 돕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같은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면, 우리가 작업하고 있는 바이블(TV나 영화 포맷 판매를 위한 가이드북)을 추천한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레시피 북 같은 것이다. 우리는 독일 방송사 RTL에 이 콘셉트를 판매했고, 독일 TV버전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만약 한국에서 제작한다면 이 바이블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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