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메이드 인 루프탑’ 청춘에 대한 환상이 자아내는 오글거림

2021-06-08 17:34 위성주 기자
    청춘에 대한 기대와 환상보단 아픔을 공감해주길
    퀴어 영화의 전형을 탈피하려던 노력에 박수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김조광수 감독 신작 ‘메이드 인 루프탑’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아픔이 주를 이루는 기존의 국내 퀴어 영화들과 다른 결을 자랑하는 작품으로,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돋보이지만, 지나친 청춘 예찬이 되레 오글거림과 반감을 자아내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 (주)엣나인필름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 (주)엣나인필름

3년 동안 지지고 볶은 남자친구 정민(강정우)에게 가짜 이별을 통보한 지 30분 만에 한 개의 캐리어와 함께 집에서 쫓겨난 취준생 하늘(이홍내). 이별 1일 차, 갈 곳 없어 무작정 쳐들어간 친구 봉식(정휘)의 옥탑방에서 하늘은 헤어진 연인과 밀당을 이어본다.

한편 BJ를 하며 번 돈으로 플렉스하며 원룸보다 작은 옥탑방을 명품삽으로 꾸민 채 오늘만 사는 봉식. 평소 연애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하던 그는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썸남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은 이별 1일 차 하늘과 썸 1일 차 봉식이 별다를 것 없지만 별난 각자의 방식대로 밀당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퀴어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을 선보이며 국내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김조광수 감독의 신작으로, 최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등으로 주가를 올린 배우 이홍내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 (주)엣나인필름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 (주)엣나인필름

“90년대 생을 주인공으로, 밝고, 유쾌하게”

김조광수 감독이 언론시사회에서 드러낸 속 마음이다. 그는 “많은 국내 퀴어 영화가 정체성의 고민을 담고 있어, 대부분 어두운 경향을 띈다”며 그와 달리 밝고 유쾌한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었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김조광수 감독의 그런 바람과 달리 ‘메이드 인 루프탑’은 생각만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되레 지나치게 높은 텐션과 청춘 만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오글거리는 멘트가 불편함을 자아냈다.

90년대 생을 주인공으로 밝은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던 김조광수 감독이지만, 진정한 그네들의 이야기가 아닌 수박 겉핥기로 바라본, 감독 혼자만의 상상이 스크린에 펼쳐진 듯하다. “우리는 어차피 평생 집 못 사”라는 대사 등으로 이시대 청춘이 겪고 있는 고민과 아픔을 그려내려 한 시도는 박수 받을 만 하나, 의기와는 달리 보는 이의 마음 속엔 공감보단 반감이 앞섰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 (주)엣나인필름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 (주)엣나인필름

물론 김조광수 감독의 의도가 통한 것도 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짙어 어두운 분위기가 주를 이뤘던 지난 퀴어 영화들과 달리 ‘메이드 인 루프탑’은 그보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게이로 살아가며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아픔이 묻어나지만,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걱정, 여전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고통스러운 나날을 그리기 보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겪는 사랑과 이별, 성장이 돋보여 반갑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청춘의 매일을 그리려던 시도가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개인 방송 BJ로 활동하는 봉식과 자전거를 타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하늘의 모습은 분명 우리 시대 청춘들의 단상이긴 하지만, 지나친 청춘 예찬은 거북하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 (주)엣나인필름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사진 (주)엣나인필름

90년대 생이기에 특별한 것은 없다. 모두가 과감하고 솔직하며, 발랄하다는 청춘에 대한 상상은 환상에 불과하다. 선배들의 고민과 걱정은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변화의 흐름을 따라 밝아진 만큼 음영은 더욱 짙어졌다. 과거에 비해 각자의 개성이 보다 돋보이는 것은 분명하나, 그네들의 삶이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는 곤란하다.

개봉: 6월 23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김조광수/출연: 이홍내, 정휘, 곽민규, 염문경, 이정은, 강정우/제작: 레인보우팩토리/배급: ㈜엣나인필름/러닝타임: 87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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