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조성연&김성영 애니메이터가 전하는 디즈니·픽사 ‘루카’ 제작 비하인드

2021-06-09 18:26 위성주 기자
    김성영 “봉준호 감독 덕분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 느껴”
    조성연 “픽사의 점심엔 김치찌개가 나온다”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디즈니·픽사의 조성연, 김성영 애니메이터가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의 제작 비하인드를 밝혔다.

픽사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다는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Master Lighter)와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Layout Artist). 두 사람은 각각 21년과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픽사와 함께 했다. 그 시간 동안의 고충을 묻자 한 목소리로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 두 사람. 그러나 차이가 만드는 갈등만이 가득하다면 두 사람처럼 오래 근속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터다. 낯선 미국 사회 속의 이방인으로서, 한국인으로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영화 '루카'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루카'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스터 라이터와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어떤 역할인가? 관객을 위해 짧은 설명을 부탁한다.

조성연 = 마스터 라이터가 하는 일은 3D 공간 안에서 빛으로 명암을 주는 역할이다. 영화 현장으로 보자면 조명 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다. 빛으로 시간과 공간, 장소,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성영 = 영화로 보자면 촬영 팀이 하는 일과 유사할 것 같다. 카메라 연출을 하는 팀이라고 보면 쉬울 것 같다.

픽사의 여러 전작과 같이 ‘루카’에도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법이 많이 도입된 것 같더라. 여러 인상 깊은 장면이 많다. 직접 작업한 입장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무엇인가

조성연 =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수채화적인 느낌을 많이 원했다. 종이 질감을 스캔해서 넣기도 했고, 크레용으로 그린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신경 쓴 부분도 있다. 특히 토성이 나오는 부분은 기발한 상상력이 요구되던 부분이었는데, 종전의 3D 렌더링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는 듯한 질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성영 = 나는 오프닝 시퀀스를 작업했다. 약한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면서도 비밀이 드러나지 않는 느낌을 줘야 해서 재미있었다. 밤 낚시를 하고 있는 선장의 보트가 주 무대였는데, 그 안이 어떤 식으로 정렬되어야 현실적일지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했다. 어려웠고, 도전적이었지만 그래서 재미있었다.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풍경이 아름답다. 코로나 19로 답답한 마음이 가득한 만큼 더욱 청량한 느낌을 주더라.

김성영 = 이탈리아에 대한 판타지를 많이 부여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느낌을 많이 참고했다. 특히 루카와 줄리아가 밤에 지붕을 뛰어다니며 망원경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모습들이 지브리에서 많이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조성연 = 루카와 알베르토가 루프탑에 올라가서 인간 마을을 동경하는 장면이 있다. 노을이 지는 장면인데, 이 장면을 위해서 연구를 참 많이 했다. 변하는 하늘과 노을의 색깔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산 위에 직접 올라가서 관찰하기도 했다.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이탈리아라는 더욱 낯선 곳을 배경으로 풀어내는 이야기에 아티스트로 참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이국을 그려야 하는 이방인으로서 힘겨웠던 점은 없었는가

김성영 =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나는 이방인이고, 있는 그대로를 내보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되레 한국과 미국의 문화가 다르고 얼마나 드러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험을 해봤기에 ‘루카’를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조성연 = 미국에 살고 있지만, 미국의 이야기가 아닌 이탈리아 바닷가 마을의 이야기라 많은 조사를 거쳐야 했다. 해가 어디에서 뜨고, 어떻게 지는지, 색이 어떻고, 그림자는 어떻게 지는지 많이 찾아봤다. 나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가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어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없던 것 같다.

영화 '루카' 조성연 . 마스터 라이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루카' 조성연 . 마스터 라이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루카’를 넘어 픽사에서의 경험을 생각해본다면 어떤가

조성연 =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미국에 살지 않았기 때문인지, 코미디 등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픽사에는 외국인 사원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서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여러 문화에서 온 친구들이 생기면서 각자의 문화를 배울 수 있어 좋다. 2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다 보니 이제는 단순한 직장 동료가 아니라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김성영 = 한국에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하면 매번 비슷한 형태의 연출을 반복했는데, 여기에선 매년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여진다. 공부할 거리도 많고, 반복한다는 느낌이 많지 않아 오래 일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외국인이라 기회가 적다는 느낌도 없다. 물론 언어와 문화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서로 이해하려는 분위기라 좋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도 있었는지

조성연 = 우리 회사 요리사의 어머님이 한국인이시다. 그래서인지 김치찌개를 가끔 해주는데, 한국 문화와 요리가 많이 퍼져서 주변 동료가 된장을 어떻게 담그는지 물어볼 때도 있었다(웃음).

김성영 = 작년에 봉준호 감독을 픽사에 초대해 ‘기생충’ 상영회를 가졌다. 내가 사회를 맡았는데, 극장 옆 계단에도 사람들이 앉아서 봤을 정도로 갈망하듯 우리나라 영화를 본다는 것이 참 뿌듯하더라.

코로나 시대 작업 환경에는 변화가 없었는지 궁금하다

조성연 = 코로나 이후 집으로 컴퓨터를 가져와 작업하고 있다. 모든 대화가 채팅과 전화로 이뤄진다. 미팅과 리뷰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동시에 진행 중이다. 불편함이 크게 없는 것 같다. 물론 대면은 못하지만, 조화롭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서 작업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김성영 = 우리 팀도 문제는 크게 없지만, 각 집마다 인터넷 상황이 원활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큰 화면을 통해 봐야 하는 작업에서는 애로사항이 있다.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32인치 모니터로는 힘든 작업이 있다. 중간부터는 VR헤드셋을 껴서 극장에 있는 스크린을 보는 듯이 작업을 진행했다.

픽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와 어떤 재능을 가진 동료를 바라는지 말해줄 수 있는가

조성연 = 미국에서 내가 이 일을 시작할 땐 3D 애니메이션을 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운 좋게 첫 직장이 됐고, 많은 만화 영화를 만드는 곳이 있지만, 픽사는 따듯하고 가정적인 작품을 만들어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보람이 있어서 좋다.

김성영 = 다른 부서는 모르겠지만, 우리 팀은 보다 필름 메이커 같은 친구를 원한다. 포트폴리오에도 단편 영화를 만들었던 것이 있다면 통째로 보내주길 바란다. 연출 능력을 바라기도 해서 면접 질문을 보더라도 좋아하는 감독님이나 영화를 묻기도 한다.

디즈니·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는 오는 17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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