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웬디’ 벤 자이틀린 감독 “원작의 ‘요정미’ 버리고 야성과 저속, 변덕으로”

2021-06-21 10:52 위성주 기자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상실감에 대하여”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어린 시절 모두가 한번씩은 만났던 ‘피터팬’이 새롭게 재해석돼 우리 앞에 섰다. 꿈과 희망, 환상과 웃음이 가득했던 ‘피터팬’이 아닌, 야만성과 잔인함, 혼돈이 가득한 영화 ‘웬디’가 그것.

흑인 소년 피터와 아이들 얼굴의 찌든 때, 짙은 화산재와 녹슨 철길까지. 무엇 하나 귀여워 보이는 것 없이 철저히 현실적으로 그려진 영화 ‘웬디’. 벤 자이틀린 감독은 과연 어떤 이유로 추억의 동화로 불리던 ‘피터팬’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그려냈을까.

영화 '웬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웬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 대단히 낯선 ‘피터팬’과 ‘웬디’다. 원작은 물론 일전에 볼 수 있었던 ‘피터팬’들과는 전혀 다르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한 것인가

= 공동 집필 한 동생(엘리자 자이틀린)과 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나와 동생은 어릴 적 매일 밤 피터팬을 기다렸지만, 결국 만난 적 없이 어른이 됐다. 그때 만나지 못했던 피터팬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무엇을 상실하게 되는지 절실하게 발견하고 싶었다.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망령에서 벗어나, 피터팬이 책임으로부터 도피하는 모습으로 그렸다. 그렇게 우리의 삶을 모형화해 모험을 추구하며 살았던, 잃어버린 소년들을 창조하고자 했다.

- 기존 ‘피터팬’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은 전혀 없다

= 원작의 ‘요정미’ 가득한 묘사는 버리고 싶었다. 피터(피터팬)의 야성이 세상에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다 저속하고, 변덕스럽게 표현할 수 있길 바랐다. 현실감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자연의 축복을 톤과 질감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되도록 자연 그대로를 담고자 했고, 실제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을 카메라에 담아 매혹적인 광경을 연출하려고 했다. 조명 역시 자연광을 주로 활용했다.

- 거친 질감으로 촬영된 영화는 오랜만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기차를 타고 네버랜드로 가는 장면에서는 고전 할리우드 서부극을 보는 듯 하기도 했다

= 16mm 카메라를 활용했다. 디지털보다 풍부한 질감이 있고, 티끌이 더 많다. 어떤 면에서는 더 생생한 느낌도 든다. 디지털 카메라는 너무 현대적으로 보여지는데, ‘웬디’는 시대를 초월한 느낌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랐다. 기차를 타는 시퀀스가 그렇게 느껴졌다면 성공이다. 고전 모험 영화의 느낌을 내길 원했다. 미지를 채운다는 감각과 즐거움이 동반됐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나는 것과 같은 스릴을 줄 수 있는 에너지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했다.

영화 '웬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웬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 ‘피터팬’이 소재지만 제목은 ‘웬디’다. 영화 속 피터와 웬디에 대해 설명해 달라

= 피터와 웬디를 둘러싼 이야기에 뛰어들면서 우리가 오랫동안 꿈꿔온 이야기가 그들을 다뤄왔던 영화나 원작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각 캐릭터의 핵심 정신을 바탕으로 그네들의 심오한 역사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었다. 때문에 여성이라는 역할에 갇혀 있던 원작의 웬디를 다시 살펴보고 싶었다.

예컨대 웬디가 가진 성별과 사랑 넘치는 따뜻한 성격이 원작에서 아이들이 모험을 떠나는 동안 주저하고, 아이들을 재우는 형태로 표현됐다면, 우리 영화에서는 웬디가 네버랜드를 정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의 원천으로 삼고 싶었다. 우리의 웬디는 강하고, 거침없고, 용감하며, 심오한 지혜를 갖는다. 자신의 신념에 흔들림 없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반대로 피터는 기쁨과 놀이가 매 순간을 지배하는 진짜 아이여야 했다. 완전한 자유로움이 완전한 외로움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직전의, 섬세한 시기에 멈춰 있어야 했다. 우리만의 피터팬을 찾는 다는 것은 자연을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지만, 보여지는 모습은 통제불능인 6살짜리 소년이어야 했고, 그가 복합적이고 지능을 가진 인물로 진화하는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영화 '웬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웬디' 스틸. 사진

- 피터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원작과 다른 지점이 상당하다.

= 우리의 피터는 굉장히 순수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다소 소시오패스적인 모습도 있고, 어린아이가 순간순간 즐거움을 찾을지 몰라도, 어른이 되길 거부함으로써 인생에 대해 큰 것을 깨닫지 못하는 비극적인 면모도 있다. 원작에서 피터는 백인 아이로 표현됐는데, 원작이 갖는 식민지 렌즈에서 멀어지고 싶어 일부러 캐리비안 지역의 소수 민족 아이에게 피터를 부탁했다.

- 극 중 경외의 대상인 ‘어머니’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보통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는 대지(가이아)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해양 생물로 그려졌다.

= 처음에는 바다 심장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자애로운 짐승이자 생명의 기원, 지구상 최초의 생명체로 기획했다. 관객들이 ‘어머니’의 존재를 믿을 수 있게 되길 바랐고, 그 정도로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모든 움직임이 자유로울 필요가 있었고, 유기적이고, 유동적이어야 했다. 그래서 물고기의 형태로 만들었다.

영화 '웬디' 포스터.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웬디' 포스터. 사진 영화사 진진

- 그런 인물들로 꾸린 ‘웬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극 중 “피터는 자기가 알고 싶은 것만 알아”라는 대사와 “늙는 다는 것은 위대한 모험이야”라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 어린 시절,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생각은 우리가 성장하며 서서히 잊혀진다. 실패와 실망, 타협을 겪으며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잊고,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노화란 몸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쁨과 경이, 희망을 잃었을 때 일어나는 영혼의 침식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꿈꿨던 것들을 잃지 않고, 어린 시절 우리가 무엇을 원했는지,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기억할 수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삶은 더욱 풍부해지고 흥미진진해진다고 믿는다. 영화를 통해 이처럼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영화 ‘웬디’는 오는 30일 극장 개봉한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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