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체르노빌 1986’ 다닐라 코즐로브스키 감독 “HBO ‘체르노빌’과 관련 無”

2021-06-28 15:12 위성주 기자
    “실제 체르노빌 사고 겪은 이들과 대화 나눠”
    섭씨 54도까지 올라가던 촬영 현장 비하인드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체르노빌 1986’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원전사고 최고 등급인 7등급 사고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당시의 현실과 목숨을 담보하고 용기를 낸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실제 방사능 오염수로 직접 들어가 더 큰 재앙을 막았던 ‘체르노빌 다이버’들을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꾸렸다.

몇 번을 반복할지라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 그러나 영화에 대한 몇몇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왓챠로 공개된 HBO 드라마 ‘체르노빌’에 이어 연달아 개봉한다는 이유로, 영화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 어린 눈초리를 보낸 것. 이에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다닐라 코즐로브스키 감독은 “HBO 드라마 ‘체르노빌’과 관련 없이 수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라며 아쉬운 심경을 드러냈다.

영화 '체르노빌 1986' 다닐라 코즐로브스키 감독. 사진 (주)풍경소리
영화 '체르노빌 1986' 다닐라 코즐로브스키 감독. 사진 (주)풍경소리

영화의 기획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 내가 아이디어를 내진 않았다. 영화의 프로듀서인 알렉산더 로드니얀스키가 내 전작인 ‘코치’를 본 후 체르노빌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연락을 줬다. 솔직히 처음에는 특별한 것을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대본을 읽다 보니 한 장면이 내 마음을 울렸다. 그 장면 덕분에 영화를 상상하고, 기대하게 됐고, 알렉산더와 만나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체르노빌 1986’ 전에는 체르노빌 사고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는 말인가

= 영화를 찍기 전, 체르노빌에 대해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나와는 관련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거대한 재앙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관련 다큐멘터리도 몇 편 봤지만, 영화 제작을 위해 조사를 시작해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사소하거나 부정확한 것들뿐이더라. 그때부터 공부를 많이 했다. 관련 영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사고 처리반, 소방관, 의료 업계 종사자들, 핵 관련 연구 과학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이 재난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꿨는지 깨닫게 됐다.

영화 '체르노빌 1986' 스틸. 사진 (주)풍경소리
영화 '체르노빌 1986' 스틸. 사진 (주)풍경소리

사건을 직접 목격한 이들과도 만나봤는가

= 당연하다. 체르노빌 사고 처리반, 소방관, 의사, 방사선 전문가, 기술자 등 가능한 모든 이들과 인터뷰했다. 영화 제작 준비 과정에만 총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꼬박 걸렸다. 다만 실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 방문해보진 못했다. 허가를 받지 못했는데, 어차피 지금 그곳은 출입 금지 지역이라 사람은 없고 식물만 자라고 있다. 대신 다른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했다. 체르노빌을 방문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영화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감독의 역할도 막중한데, 주연으로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두 역할을 동시에 경험한다는 것은 것은 어떤 과정이었나. 감독으로서 본인의 연기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

= 감독으로서 영화의 장면들을 상상하고, 연출과 음악, 배우들의 포지션 등을 고려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감독으로서 머릿속의 장면이 마음에 들면, 자연스럽게 배우로서의 역할에 임하게 되더라. 촬영이 시작할 때 즈음에는 이미 연기하려는 인물의 여정이 정해진 후니, 머릿속에서 계획한 대로 실행하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두 역할에 관련성이 많은 것 같진 않다. 연기하는 것은 감독의 일의 일부분일 뿐이다. 대본, 캐스팅, 촬영지, 색감, 연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감독으로서 결정을 내리는데, 주인공을 연기하는 것 역시 감독으로서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영화 '체르노빌 1986' 스틸. 사진 (주)풍경소리
영화 '체르노빌 1986' 스틸. 사진 (주)풍경소리

가장 찍기 힘들었던 장면은 어느 부분인가

= 우리 영화에는 원자로 지하의 침수된 복도가 많이 나온다. 이런 장면들을 어디서,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가장 단순하면서도 힘든 방법을 선택했다. 부다페스트의 한 스튜디오에서 물에 잠긴 세트를 만든 후, 거기서 수중 장면을 전부 찍었다. 난 잠수복과 호흡 장비를 찬 채 계속 수영장과 카메라 사이를 오가야 했고, 한여름에는 섭씨 54까지 올라갔다.

특별 훈련이 필요했을 듯 한데

= 그렇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출연 배우와 스태프들이 잠수 코스를 이수했다. 이론부터 배운 후 잠수하는 법을 배웠고, 그 이후로는 전문 잠수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영화 촬영을 위해 필요한 동작들을 연습했다. 잠수부들이 엄청난 참을성과 너그러운 마음을 발휘해 줬다. 그분들 없이는 불가능한 촬영이었다.

영화 '체르노빌 1986' 스틸. 사진 (주)풍경소리
영화 '체르노빌 1986' 스틸. 사진 (주)풍경소리

HBO 드라마 ‘체르노빌’ 이후 1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이에 대해 관객 사이 갑론을박이 펼쳐졌는데, 어떤 심경인가

= 러시아에선 그 시리즈를 2020년 5월 31일부터 볼 수 있었는데, 우리가 촬영을 시작한 날은 5월 17일이었다. 만약 5월 6일 미국에서 먼저 본 후 우리 영화를 찍었다고 가정해도 11일만에 대본을 쓰고, 자금을 확보하고, 세트와 출연진을 결정하고, 촬영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닌가. 우리는 이 작품을 준비하는데 수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이게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되레 순진하게도 사람들이 그 시리즈도 보고 우리 영화도 본다면 체르노빌 사고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리라는 것만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이 사건에 대해 더 많은 작품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때문에 드라마가 방영되고 얼마 있지 않아 우리 영화가 개봉한다는 이유로 인터넷 상에서 공격받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영화는 드라마와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다른 관점으로, 다른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품이다.

영화 ‘체르노빌 1986’은 오는 30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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