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국내 VFX 1세대 장성호 대표 “더 이상 할리우드 뒤통수 보지 않아”

2021-06-28 18:36 위성주 기자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아시아 최대 버추얼 스튜디오 개관
    “시간, 돈, 보수적으로 봐도 기존 비해 35% 이상 절약”
    “무성(無聲)에서 유성(有聲) 넘어왔듯 패러다임 전환기”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지난 24일 버추얼 프로덕션 플랫폼 기업 브이에이코퍼레이션(VA Corporation, 대표 김동언)이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 버추얼 스튜디오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VA STUDIO HANAM)을 개관했다는 소식을 밝혔다.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내부. 사진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내부. 사진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모션 캡처를 활용해 그린 스크린 위에서 촬영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LED 월로 가상환경을 구현해, 기타 현장 로케이션 촬영 없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올해 초 개봉한 ‘승리호’와 4월 개봉한 ‘서복’을 비롯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등 최신 VFX 기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시장 상황 속에서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의 행보는 국내 영화 콘텐츠 시장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한 카페에서 국내 1세대 VFX 업체이자 이제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과 함께 국내 영상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모팩(MOFAC) 장성호 대표를 만나 국내 VFX 기술의 현주소를 물었다.

모팩 장성호 대표. 사진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모팩 장성호 대표. 사진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모팩 장성호 대표는 국내 1세대 CG 디자이너이자 시장 개척자다. 1994년 모팩 설립 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해운대’(2009), ‘늑대소년’(2012) 등 총 200여 편에 달하는 장편 영화의 시각효과를 도맡았던 베테랑이자, VFX 업계의 리더다.

그렇게 업계 최정상 위치를 공고히 한 만큼 어느 정도 숨을 고르며 쉴 법도 하건만, 장성호 대표는 “고여있으면 썩는다”며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가치관으로, 업계에 또 다른 도전장을 내놨다. 바로 버추얼 프로덕션 플랫폼 기업 브이에이코퍼레이션에 합류해 차세대 실감형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구축한 것.

통상 CG에 있어 국내보다 4~5년은 앞서있다는 할리우드에서조차, 2019년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더 만달로리안’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던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이 장성호 대표의 손으로 국내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내부. 사진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내부. 사진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은 가상환경의 실감형 콘텐츠 기획과 제작, 실시간 시각효과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것으로, LED 월을 활용해 실감형 콘텐츠 제작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우와 감독, 스태프 모두가 후반 작업으로 덧입혀지는 CG가 아닌, 미리 구현된 화면을 보며 촬영에 임할 수 있어 콘텐츠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로케이션과 시간에 크게 구애 받지 않아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0여년 전에 ILM(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 세계적인 시각효과 전문기업)에 계신 분이 한가지 힌트를 줬었다. 후반 작업이 사라지고 현장에서 VFX를 완성할 수 있는 시대를 준비한다더라. 듣고 보니 결국 VFX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더라. 그 조언 덕분에 2017년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받으면서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더 만달로리안’이 제작되고 있다는 것도 모르던 시점이었는데, 비교적 우리는 발전 속도가 빠른 셈이다. 현재 국내, 유럽, 중국 VFX 업체들이 우리를 따라오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하드웨어 측면뿐만 아니라, 오퍼레이팅 할 수 있는 툴을 갖추기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김우형 촬영 감독과 같은 영화 현장 베테랑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이미 상당히 줄였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가이드가 명확하다.”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내부. 사진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내부. 사진 브이에이코퍼레이션

김우형 촬영 감독은 영화 ‘암살’(2015), ‘1987’(2017)을 비롯해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2020) 등 수많은 대작을 탄생시킨 이다. 장성호 대표는 오랜 시간의 연구와 충무로 베테랑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는 더 이상 우리가 할리우드의 뒤통수를 보고 있지 않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로케이션에서 촬영해야만 획득할 수 있던 공간 정보를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시간과 장소, 날씨,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 현재 해외 로케이션이 거의 불가능하고, 앞으로 그런 대규모 인력이 움직이는 것이 많이 어려워질 텐데, 이는 엄청난 장점이다.

배우 입장에서도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하면 힘듦을 많이 호소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 기존에는 감독처럼 중요한 결정을 하는 이들조차 막연한 상상과 기준으로 대략적인 디렉팅에 그쳤다면, 이제는 후반 작업이 아니라 창작의 주체들이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LED 스크린을 두고 촬영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영화 제작에 있어 전체 공정에 대한 기술 개발이 이미 완료됐다. 실제로 김우영 촬영 감독과 찰스 디킨스 원작의 ‘예수님의 생애’라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다. 일종의 패러다임 변화다. 과거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변화했듯, 혁명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내부. 사진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내부. 사진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장성호 대표의 말마따나 직접 체험해본 버추얼 스튜디오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는 것이 아닌, 영상 콘텐츠 제작 현장의 근본적인 프로세스를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남 스튜디오에는 대규모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광고, 공연,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환경이 기존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아직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내놓은 작품의 사례가 없으니 구체적인 비교 수치를 내놓긴 어렵다. 하지만 나나 김우형 감독의 수십 년 영화 경험을 바탕으로 ‘승리호’를 기준 삼아 시뮬레이션을 돌렸더니, 보수적으로 분석했을 때 대략 35% 정도 비용이 절감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초기인 만큼 기회비용도 있겠지만, 노하우가 쌓일수록 효율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거다. 지금은 기술 기반을 완성했지만, 더 빠르고, 편리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숙성시켜야 한다. 창작자들의 오픈 마인드가 필요한 시기다. 촬영부터 미술, 조명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완전히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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