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제8일의 밤’ 김태형 감독 “개인 내면의 번민과 번뇌 표현”

2021-07-12 18:31 위성주 기자
    불교 철학과 니체, 빅터 프랭클에 이르기까지
    “호불호 없는 오컬트로 다시 돌아올 것”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넷플릭스 영화 중 국내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제8일의 밤’이지만, 호불호는 상당히 갈리고 있다. 불교적 색채가 진한 한국형 오컬트 장르에 높은 점수를 주는 시청자가 있는 반면, 장르적 재미나 긴장감이 기대 이하라고 평하는 시청자 역시 있다.

영화 '제8일의 밤' 김태형 감독. 사진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 김태형 감독. 사진 넷플릭스

번민과 번뇌, 금강경과 반야심경에 이르기까지, 불교 철학의 다양한 가르침이 주를 이루며 색다른 오컬트 장르를 개척한 영화 ‘제8일의 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김태형 감독을 만나, 영화에 어떤 의미를 담아내고자 했는지 물었다.

영화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은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8일간의 사투를 그렸다. 2500년 전, 인간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지옥문을 열려고 했던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을 붉은 눈과 검은 눈으로 나눠 가뒀다는 부처의 이야기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확실히 전에 만났던 퇴마 영화들과는 결이 다르다. ‘검은 사제들’이나 ‘곡성’, ‘사바하’ 등이 미스터리함과 스릴러를 앞세워 관객의 심리를 조여왔다면, ‘제8일의 밤’은 번민과 번뇌, 죄책감과 고통, 용서와 깨달음 등 불교 철학부터 니체, 빅터 프랭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철학적 사유 위에 장르적 색채를 덧입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고뇌를 이어나가게 한다.

영화를 보는 당시보다도, 영화를 본 후 감상이 꼬리를 물게 만드는 작품 ‘제8일의 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김태형 감독은 “불교 철학의 핵심은 인간이 자기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우리 영화가 그런 깨달음의 과정을 담았다는 의미가 있길 바란다”고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밝혔다.

영화 '제8일의 밤' 김태형 감독. 사진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 넷플릭스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고민하다가 불교 철학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던 것을 계기로 포커스를 그쪽에 맞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불교 철학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되레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양 철학으로 이어졌고, 니체를 거쳐 빅터 프랭클의 철학으로 귀결됐다.

결국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자 했다. 극 중 반야심경의 구절이 대사로 나오는데 그 유명한 ‘아제아제 바라아제’라는 주문이다. 내용을 해석해보자면 피안의 세계를, 고진 삶을 건너가자는 이야기다.”

고통으로 가득한 인간사, 번민과 번뇌로부터 인간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그리고자 했다는 김 감독. 그래서일까, 영화는 지옥의 강림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수(이성민)와 청석(남다름)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마치 진수의 괴로운 내면을 형상화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런 해석지점 역시 분명히 있다. 어떻게 보면 사람 내면에서 그려지는 일들의 비유적인 표현이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면, 영화에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으실 텐데, 개인의 내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더 쉬울 수 있겠다. 용서하고, 감사하는 것, 의미를 찾고, 선택하는 것 모두 진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 넷플릭스

극 중 현세에 지옥을 불러들일 존재로, 진수(이성민)와 청석(남다름)이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막고자 하는 검은 것과 붉은 것. 이들은 영화 속에서 인간의 번민과 번뇌를 상징하며, 영화에 장르적 재미를 넘어 철학적 사유를 즐길 수 있게끔 유도한다. 장르적 재미와 작품의 깊이, 두 부분 모두 포기할 수 없었겠지만, 그 사이에서 중심을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웠을 터. 김태형 감독은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그려내고자 했을까.

“처음에 영화를 만들 때는, 드라마 안에 공포가 있으면 했다. 사실 말씀대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데 있어서 장르적으로 명확하게 접근하는 것은 필요했다. 공포가 표면에 드러나긴 해야겠더라. 공포가 표면에 드러나 있는 것을 많은 시청자분들이 추구하지 않는가. 하지만 결국 드라마 안에 공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고집하고자 메시지 전달에 더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재미와 메시지 모두에 집중하면서도 특히 드라마적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김태형 감독. 그래서일까 ‘제8일의 밤’은 장르적 쾌감을 위한 설정이나 연출보단, 절제와 생략으로 이뤄진 담백한 연출이 돋보였다.

“메시지에 중심을 잡다 보니 시나리오 부분에서 배제된 것들이 있다. 청석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장면의 의미나, 호태(박해준)와 동진(김동영)의 전사, 김교수와 애란(김유정)의 이야기가 그렇다. 애란과 청석을 비롯해 캐릭터의 이름에 담긴 의미들을 설명하는 장면들 역시 편집 과정에서 축약됐다. 기성세대에게 받은 현세대의 아픔과 피해를 그리려 하기도 했다. 어른이 아이에게 사과하고, 마지막에는 아이들끼리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영화 '제8일의 밤' 김태형 감독. 사진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 김태형 감독. 사진 넷플릭스

6년이라는 긴 각색 과정을 거쳐 ‘제8일의 밤’으로 데뷔한 김태형 감독. 신인 감독임에 분명한 그지만, 기성 감독들보다도 확고한 자기만의 색으로 밀고 나아가려는 그의 눈빛에는 열정이 엿보였다. 깊은 주제 의식과 더불어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려 한 김태형 감독, 그는 또 어떤 모습으로 관객 앞에 돌아올까.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상업 영화감독의 덕목을 배울 수 있었다. 하나는 자본을 투자해주신 분들께 손해를 끼쳐선 안 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두 덕목을 두루 갖춰야 좋은 상업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라 배웠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처럼 명확한 주제 의식을 지켜나가는 것은 확실히 유지해야 할 것 같다. 메시지가 없으면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릴 것 같더라. 다만 영화의 장르로 얘기하자면 한 번 더 오컬트로 돌아오고 싶다. 지금 호불호가 나뉜 상태이니만큼 좋지 않게 바라봐주신 시청자들께 빚진 느낌이 있다. 다시 한번 오컬트로 돌아와 확실하게 재미를 드리고 싶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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