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 리뷰] ‘이도공간’ 영원히 스크린에 갇힌 장국영의 비상한 소용돌이

2021-07-15 18:28 위성주 기자
    장국영 유작 ‘이도공간’ 세계 최초 디지털 상영본 개봉
    왕가위 감독 “한국 관객이 다시 한번 그의 연기로 감동 받길”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아시아의 영원한 별’로 불렸던 배우 장국영의 유작, ‘이도공간’이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복원돼 극장 개봉한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 ‘영웅본색’(1986)을 시작으로 홍콩을 넘어 아시아 전역을 사로잡았던 장국영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작품으로, 특유의 처연한 눈빛을 바탕으로 빚어진 심리적 압박감이 보는 이에게 남다른 울림을 남긴다.

영화 '이도공간' 포스터. 사진 모인그룹
영화 '이도공간' 포스터. 사진 모인그룹

오래된 낡은 아파트로 이사 온 얀(임가흔). 그는 이사 첫 날부터 아파트에 감도는 이상한 기운에 불안감을 느낀다. 두려워하는 얀을 위해 사촌 언니는 정신과 대학교수 짐(장국영)을 소개시켜주고, 짐은 얀에게 보이는 것들이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그를 안심시킨다. 서서히 이상한 존재로부터 멀어지며 일상을 회복하게 된 얀. 그러나 정작 얀을 치료하던 짐은 극심한 불면증과 몽유병에 시달리며 잊고 있던 상처를 떠올리기 시작한다.

영화 ‘이도공간’(감독 나지량)은 알 수 없는 존재를 보는 여자 얀과 그를 치료하며 점점 알 수 없는 일들을 겪게 되는 정신과 의사 짐의 이야기를 그렸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를 대표했던 배우 장국영의 유작으로, 홍콩의 중국 반환 직후 불안한 사회적 정서와 히스테릭한 장국영의 마지막 눈빛이 섬세하게 담겼다.

영화 '이도공간' 스틸. 사진 모인그룹
영화 '이도공간' 스틸. 사진 모인그룹

영화만 두고 보자면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다. 2000년대 초 개봉한 작품임을 감안하고서라도 다소 미흡해 보이는 분장이나, 특수효과, 어설픈 연출 방식은 물론, 긴장감이라고는 찾기 힘들 만큼 지루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나 진부한 반전 요소는 다소 하품을 자아내기도 한다. 영화는 심리 드라마와 공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을 유도하는데, 서스펜스도, 무서움도 어중간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도공간’은 관객에게 비범한 인상을 선사한다. 치료라는 명목으로 타인의 아픔을 짚는 것에는 거침없으면서도, 정작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직면하지 못하는 짐의 얼굴이 현실 속 우리를 가감 없이 비춘다.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나갈 희망을 얻는 장면에서 감동이 밀려오고, 다양한 메타포가 담긴 미장센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분해해보는 재미 역시 느낄 수 있다.

영화 '이도공간' 스틸. 사진 모인그룹
영화 '이도공간' 스틸. 사진 모인그룹

물론 신파가 주를 이루고, 이야기와 연출은 상투적인 ‘이도공간’이 그러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장국영의 존재감 덕이다. 극 중 “지금까지 난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라는 대사를 남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 오리엔탈 호텔에서 행복을 찾아 떠난 장국영은 2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스크린에 갇혀 특유의 음울한 눈빛과 비틀린 내면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장국영은 시대의 주인공이자, 비극의 아이콘으로 역사에 자리했고, 관객은 작품과 그의 인생을 별개로 두고 보기 어렵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고층건물 옥상 끝에서 과거에 용서를 빌며 투신하려는 짐의 모습은 실제 장국영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영화를 보는 것인지, 현실을 마주한 것인지 모를 혼란함에 ‘이도공간’은 순간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영화 '이도공간' 스틸. 사진 모인그룹
영화 '이도공간' 스틸. 사진 모인그룹

요컨대 지난 시대 홍콩 영화에 대한 향수와 장국영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도공간’은 반가운 작품이 될 수 있겠다. 허나 영화에 대단한 심리적 서스펜스나 공포, 재미 등을 기대하긴 어려우니, ‘이도공간’을 극장에서 즐기기로 선택하고자 한다면 이를 유념해야겠다.

개봉: 7월 21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나지량/출연: 장국영, 임가흔/수입: 모인그룹/배급: ㈜엣나인필름/러닝타임: 100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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