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어느새 2021년 상반기가 훌쩍 지나고 7월 17일 제헌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올해로 73주년을 맞은 제헌절을 맞아 헌법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법정 영화 5편을 소개한다.
#변호인(2013)

양우석 감독이 연출한 영화 ‘변호인’은 국내 관객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법정 영화 중 한 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가 변호했던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1980년대 부산에서 활동했던 인권 변호사의 일대기를 그렸다. 부림사건은 1981년 부산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명분으로 평범한 독서모임을 탄압하고, 불법 감금 및 구타, 고문을 가한 사건이다. 영화에는 부림사건이 그대로 담겨 군사 독재시기 공권력의 서슬파란 광기를 엿볼 수 있다.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이 출연했으며, 극 중 송우석(송강호) 변호사가 법정에서 차동영(곽도원) 경감에게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며 열변하는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군사정권의 무자비한 공권력 앞에 한없이 짓밟혀야 했던 국민의 목소리가 스크린에 울리며 국민을 위해 제정된 헌법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앵무새 죽이기(1962, 알라바마 이야기)

국내에는 ‘알리바마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처음 소개됐던 영화 ‘앵무새 죽이기’(감독 로버트 멀리건)도 법정 영화로 유명한 작품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30년대 미국에서 펼쳐지는 법정싸움을 그렸다. 마을의 존경 받는 정직한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그레고리 펙)가 부당하게 혐의를 쓴 흑인 청년 톰의 변호를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핀치는 마을 사람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백인 사회의 편견과 폭행으로부터 톰을 구해내려 애쓰지만, 결국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들은 톰에게 유죄 평결을 내린다. 코로나 19 상황이 장기화되며 벌어지고 있는 극심한 인종차별과 SNS의 확산으로 다수에 의한 낙인이 쉽사리 이뤄지는 요즘, 대중으로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되새기게 한다.
#타임 투 킬(1996)

‘앵무새 죽이기’에 이어 조엘 슈마허 감독이 연출한 영화 ‘타임 투 킬’ 역시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법정 영화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 작은 소도시, 대낮 한적한 오솔길에서 식료품을 사들고 가던 한 흑인 소녀가 술과 마약에 취한 두 명의 백인 건달에게 무참히 강간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인종차별이 극심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만큼, 건달들은 큰 처벌 없이 풀려나고, 이에 격분한 소녀의 아버지(사무엘 L. 잭슨)은 법정에서 범인들을 총으로 사살한다.
산드라 블록, 사무엘 L. 잭슨, 매튜 맥커니히, 케빈 스페이시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다. 법정에서 백인을 살해한 흑인 아버지의 변호를 맡아 고군분투하는 변호사(매튜 맥커니히)의 이야기가 서로를 향한 혐오와 비난만이 난무하는 오늘날의 사회 흐름을 거부하고, 평화와 사랑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희망을 선사한다. ‘변호인’에서 송강호의 변론 장면이 특히 화제 된 것과 같이 ‘타임 투 킬’에서 매튜 맥커니히가 펼치는 최후의 변론은 박수를 부른다.
#어 퓨 굿 맨(1992)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 ‘어 퓨 굿 맨’(감독 로브 라이너) 역시 국내 많은 관객들에게 알려진 유명 법정 영화다. 실화가 바탕이 된 애런 소킨의 동명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쿠바 내 관타나모 미군 해병 기지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뤘다. 해병대 경비중대 윌리엄 산티아고 이병은 부대에 적응하지 못해 전출을 요구하지만, 기지 사령관 네이선 제섭 대령은 이를 묵살하고 소대장에게 코드 레드(비공식적 구타와 얼차려)를 지시한다.
영화는 톰 크루즈를 비롯해 잭 니콜슨, 데미 무어, 케빈 베이컨, 케빈 폴락 등 할리우드의 연기 장인들이 열연을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잭 니콜슨과 톰 크루즈가 펼치는 법정 심리전은 두 배우의 오가는 눈빛만으로 아득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영화는 제5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각본상과 감독상, 남주 주·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제6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남우조연상, 작품상, 편집상, 음향믹싱상에 이름을 올렸다.
#필라델피아(1993)

영화 ‘필라델피아’(감독 조나단 드미)는 톰 행크스, 덴젤 워싱턴,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을 맡은 법정 영화다. 우수한 성적으로 법대를 졸업하고,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이름 있는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촉망 받는 변호사 앤드류가 동성애자이자 에이즈 환자임이 밝혀진 후 부당 해고를 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수에 대한 기득권 사회의 편견과 냉대, 혐오와 차별이 적나라하게 들춰진 작품으로, 단순히 명문으로 규정된 법을 넘어 우리 사회가 정의와 인권에 대해 고찰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제5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각본상에 후보로 오르고, 남우주연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했으며, 제6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각본상과 분장상에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필라델피아’ 전 코미디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톰 행크스는 이 작품을 위해 20kg 감량했으며, 이듬해 ‘포레스트 검프’를 비롯해 ‘아폴로 13’, ‘라이언 일병 구하기’, ‘캐스트 어웨이’ 등 대작에 연이어 출연하며 미국 국민 배우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