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칸 사로잡은 韓…개·폐막식부터 학생 경쟁 부문까지

2021-07-19 13:55 위성주 기자
    봉준호 감독 “영화제는 멈춘 적 있지만, 영화는 멈춘 적 없어”
    28년 만 女 감독 황금종려상 수상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제74회 칸 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비록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국 영화는 없었지만, 개막식과 폐막식은 물론 학생 경쟁 부분까지 한국 영화인이 곳곳에서 얼굴을 비추며 칸을 사로잡았다.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봉준호 감독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봉준호 감독. 사진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지난 6일(프랑스 현지시각)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봉준호 감독이 깜짝 등장했다.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그는 올해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해 영화제를 열었다. 한국어로 개막을 선포한 그는 지난해 코로나 19 여파로 영화제가 취소됐던 것을 언급하며 “작년에 한번의 끊어짐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여러분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끊어졌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영화제는 멈춘 적 있지만,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후, 이 지구상에서 시네마는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위대한 필름메이커와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해 전 세계 영화인들을 감동케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비에르토(Abierto), 우베르(Ouvert), 선언합니다, 오픈(Open)!”이라며 스페인어와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4개국어로 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배우 이병헌. 사진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배우 이병헌(왼쪽), 르나트 라인제브. 사진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봉준호 감독의 감동적인 개막식에 이어 17일 진행된 폐막식은 이병헌의 능청스러움으로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비경쟁 섹션에 초청된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의 주연 배우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섰다. 이날 이병헌은 영화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르나트 라인제브에게 트로피를 전했다.

이병헌은 “오랜만에 칸에 오게 돼 매우 기쁘다, 수상자 모두 축하드린다”고 불어로 인사한 뒤, 영어로 “내가 불어를 잘 못해서 죄송하다”고 너스레를 떨어 현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올해 영화제는 내게 특별하다”며 시상 소감을 밝혔다.

이병헌은 “내 친구인 봉준호 감독이 영화제를 열었고, 송강호가 심사위원이다. 그리고 심사위원인 스파이크 리 감독은 나와 같은 성을 갖고 있다”고 말해 재치 있는 언변으로 모두를 사로잡았다. 이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 갈채가 쏟아졌고, 스파이크 리 감독 역시 즐거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배우 송강호. 사진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배우 송강호. 사진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심사위원으로 칸에 자리했던 송강호는 감독상 시상자로 나섰다. 폐막식 당일 송강호는 뮤지컬 영화 ‘아네트’를 연출한 레오 카락스 감독을 수상자로 호명했다. 그는 개막식 열렸던 심사위원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해도 (영화제를) 못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기적같이 여러분께 인사 드리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와 이병헌은 영화 ‘비상선언’의 한재림 감독, 배우 임시완과 함께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기도 했다. ‘비상선언’은 16일 오후 10시 15분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식 상영됐으며,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약 10분간 이어졌다.

칸 영화제 학생 경쟁 부분에서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2등상 쾌거를 거둔 낭보가 전해지기도 했다. 15일 칸 부뉴엘 극장에서 열린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윤대원 감독이 졸업 작품으로 연출한 영화 ‘매미’가 2등상을 수상한 것. 해당 부문은 영화 전공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대상으로, 신예를 발굴하는 등용문이다.

영화 '타이탄' 스틸. 사진 왓챠
영화 '타이탄' 스틸. 사진 왓챠

한편 칸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황금종려상은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의 영화 ‘타이탄’(TITANE)에게 돌아갔다. 여성 연쇄살인범이 경찰을 피해 행방불명된 소년인 척하며, 그 소년의 아버지를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1993년 제인 캠피온 감독 이후 무려 28년만이다.

심사위원 대상은 주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컴파트먼트 넘버 6’와 이란의 거장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의 신작 ‘히어로’가 수상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메모리아’와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아헤드의 무릎’은 심사위원상을 공동 수상했다.

일본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감독상은 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아네트’(ANNETTE)를 연출한 레오 카락스 감독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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