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가디슈’ 재미만큼 돋보이는 한계…한국형 상업 영화의 정석

2021-07-23 12:14 위성주 기자
    영화가 이미지의 예술인 이유
    절제로 경지에 이른 김윤석X허준호
    여성 캐릭터 병풍으로 둘 바에야…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2), ‘베테랑’(2015) 등 한국 상업 영화사에 굵직한 작품을 남겨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을 비롯해 김소진과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 등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으로, 모로코 올 로케이션 촬영 등 제작 단계에서부터 여러 화젯거리를 불렀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단계서부터 관객과 평단 모두의 호기심을 불렀던 작품인 만큼, ‘모가디슈’는 남다른 스케일과 폭발적인 연기, 스크린을 압도하는 이미지로 보는 이의 심상을 장악했다.

먼저 모로코 올 로케이션을 자랑하며 홍보에 박차를 가했던 만큼,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풍경이 눈 앞을 가득 채우며 흥미를 돋웠다. 텁텁한 사막의 건조함이 느껴지는 색감과 미장센이 보는 것 만으로 무더위를 느끼게 한다.

90년대 초 당시 일상과 남북 관계를 철저히 재현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해 손쉽게 몰입을 유도하고, 88년 올림픽 직후 한국 사람들의 부푼 희망과 열기는 물론, 신경을 곤두세우고 외교 각축전을 벌이던 모습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특히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내전 상황을 담았는데, 어린아이가 총을 들고, 거리에는 시체가 나뒹굴며, 친구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미는, 인간성이 완전히 휘발되어버린 이미지의 향연이 시각적인 충격을 선사했다.

지옥도를 엿보는 듯한 폭풍과 같은 전쟁터 한 가운데,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남북한 공사관 사람들의 모습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로를 향해 반감만을 내세우던 남북한 공사관 직원들이 생존을 위해 손을 맞잡는 장면에 이르러선, 이념과 갈등, 역사와 국가를 넘어선 인간적인 유대가 형성돼 묘한 감상을 자아낸다.

북한 캐릭터들의 대사를 외국어 대사인 양 자막 처리한 것 역시 남다른 인상을 남긴다. 류승완 감독이 언론시사회에서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온전한 타국으로 인지하려 했다”고 의도를 밝혔는데, 더욱 멀어져만 가는 최근 남북 관계가 떠오르며 안타까움 마저 느껴진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의 연출적 기교는 전작들에 비할 바 없이 더욱 완성도가 높았다. 대규모 군중 시위가 벌어지는 장면을 그리는 와중에도 인물들의 동선은 철저히 계산적이었으며, 좁은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격투와 카체이싱 액션에서는 그야 말로 폭발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관객을 휘몰아쳤다.

허나 무엇보다 돋보였던 것은 다름아닌 김윤석과 허준호의 경지에 이른 연기다. 여느 전작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카리스마나 활화산 같은 감정적 분출 없이, 되레 감정을 절제한 두 배우는 눈빛과 표정만으로 영화를 담았다. 다른 부가적인 요소를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두 배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의 전부가 읽힌다.

물론 이런저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가디슈’를 향해 마냥 찬사를 보내긴 어렵다. 무엇보다 병풍처럼 서 있기만 하는 여성 캐릭터의 부진이 아쉽다. 애당초 설정 상 여성 캐릭터를 활용하기 어려웠다면, 차라리 별다른 기대를 부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나았을 듯 하다. 김소진을 비롯한 출중한 배우진을 앉혀두고, 그들만의 서사 역시 부여하는 듯 했지만, 이내 ‘모가디슈’는 자신 없다는 듯 슬며시 발을 뺐다. 기대를 불러 아쉬움을 부각시켰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외에도 구교환과 조인성이 연기한 남북한 참사관 캐릭터들을 지나치게 도구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나, 오묘한 남북 관계가 선사하는 아이러니 등 다양한 복합적인 요소가 펼쳐졌음에도 시대와 사람을 관통하는 깊이가 얕아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킬만한 지점은 부족했다는 것 등도 아쉬운 부분이다. 남다른 긴장감과 압도적인 스케일이 펼쳐졌음에도 대단한 명작을 마주했다는 느낌보단 ‘정말 잘 만든 상업 영화’라는 감상만이 남는다.

다행히 흔히 한국 상업 영화의 고질병으로 꼽는 ‘신파’는 만날 수 없다. 구태여 이런저런 감정선과 서사를 억지로 부여해 감정을 끌어올리려 했다기보다, 극한 상황을 이미지적으로 각인 시킨 후, 그를 탈출하는 이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는 것에 집중한 듯 하다. 덕분에 앞서 언급한 아쉬움이 생겼지만, 그만큼 담백하고 깔끔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는 평을 보낼 수도 있겠다.

요컨대 성수기 극장가의 한 자리를 차지할 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영화다. 대단한 영화적 성취나 미학을 찾긴 어렵지만, 상업 영화가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췄다. 극장에 있는 시간만큼은 즐거움의 연속이라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특히 카체이싱 장면이 두드러지니, 4DX나 Screen X 등 특별관을 통해 영화를 즐겨보길 추천한다.

개봉: 7월 28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류승완/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제작: 덱스터스튜디오, ㈜외유내강/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러닝타임: 121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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