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생각의 여름’ 김종재 감독 “물류센터 알바하며 제작비 1600만원 모았죠”

2021-08-10 10:08 위성주 기자
    “언제나 '항상 새롭게'가 목표”
    “'웰메이드'아닌, '내 색' 들어간 영화 만들고파”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신예 김종재 감독을 만났다. 영화 ‘생각의 여름’으로 장편 데뷔를 알린 그는 영화 제작비를 벌기 위해 야간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단다. ‘영화와 시’라는 낯선 소재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저었음에도, 강한 자기확신과 열정으로 끝내 관객에게 ‘생각의 여름’을 선보인 김종재 감독. 그는 “언제나 새로운 것에 목마르다”며 신예다운 패기를 드러냈다.

영화 '생각의 여름'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영화 '생각의 여름'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영화 ‘생각의 여름’은 시인 지망생 현실(김예은)이 한여름에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기행을 펼치며 새로운 영감을 얻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분에서 첫 선을 보이며 평단의 매료시켰던 작품으로, 황인찬 시인의 실제 시 5편이 영화에 담겨 영화와 시를 오가는 이야기로 흥미를 자극한다.

‘생각의 여름’은 온전히 김종재 감독의 사비로 완성된 작품이다. 총 1600만원이 투입됐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김 감독은 야간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기도 하고, 가족과 주변에 손을 벌리기도 했단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일을 벌렸지만, 제작 지원을 거절당하던 것이 일상이었던 당시. 몸도 마음도 피폐했을 것이 분명할 터임에도, 김종재 감독은 “만들 시점에는 힘들었지만, 완성하고 나선 역시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눈을 반짝였다.

영화 '생각의 여름' 김종재 감독. 사진 인디스토리
영화 '생각의 여름' 김종재 감독. 사진 인디스토리

드디어 데뷔다.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난다(웃음). 개봉 확정이 됐을 때도 기쁨이 크게 느껴지기 보단,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온전히 내 사비로만 만들어진 영화라, 개봉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상태로 촬영을 진행했는데, 고생해준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개봉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못할 정도로 영화에만 몰두했었다.

모든 제작비를 사비로 충당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힘들었다. 제작지원 프로그램에 전부 떨어져서 도리가 없었다. 총 1600만원이 들었는데, 일반 회사에 다녀서는 돈을 모으기 힘들어서 야간 물류센터에서 일을 했다. 물론 그도 부족해서 형과 부모님께 돈도 빌렸고, 카드도 조금 써야 했다. 다행히 지금은 다 갚았다.

영화와 시를 접목시킨다는 것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시가 이처럼 전면에 나선 작품은 흔하지 않다. 연출에 방점을 둔 부분을 설명해달라

= 무기력하고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시를 접했고, 그때의 감상이 굉장히 영화적이었다. 시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지만, 전면에서 보이게끔 하는 한국 영화는 없던 것 같더라. 그런 영화를 스스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무조건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작업할 때 기조로 삼은 것이 ‘영화가 시고, 시가 영화다’라는 것이다.

영화를 통해 시 다섯 편을 그대로 소개하길 바랐다. 어떻게 보면 내 개인적인 정서가 많이 투영된 작품이다. 나를 꺼내서 쓰는 시나리오였고, 내가 아닌 다른 청춘들의 삶에 대해 고민하긴 했지만, 특별히 의식하진 않았다. 다만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니, 내 이야기를 하면 분명 다른 분들 역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 '생각의 여름'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영화 '생각의 여름'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함축의 언어를 이미지로 치환한다는 것이 쉬운 작업을 아니었을 텐데

= 그렇다. 특히나 황인찬 시인의 시는 읽기만 해도 장면이 펼쳐지는 느낌을 주는데, 내가 영상으로 만들고 보니, 시를 재현하는 것에 머무르게 되더라. 그래서 오히려 내용에 대한 집중보단, 시의 감정과 정서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시는 읽고, 감정을 느끼는 매체라면, 영화는 직접 보는 것이니까. 단순히 시 구절을 보여주기 보단, 시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

황인찬 시인의 시를 꼽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 시를 활용해서 영화를 만들고자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황인찬 시인이었다. 힘든 시기 맨 처음 접했던 시인이고, 개인적으로 큰 감사함을 받았다. 그의 시 중 ‘무화과 숲’이라는 시가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쓸쓸함이나 외로움이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정서라고 생각하는데, 이 시를 만난다면 관객 역시 그러한 정서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운 형식과 새로운 소재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학부시절, 교수님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명확했다. ‘웰메이드’ 영화였고, ‘영화제를 가는’ 영화였다. 한번은 교수님이 나만 붙잡고 일대일로 여섯 시간 동안 코칭을 해줬는데, 결론적으로 그 영화를 통해 처음 영화제를 가봤지만 결코 ‘내 영화’라는 느낌이 든 적이 없었다. 나는 ‘웰메이드’가 아닌, 내가 원하는 영화, 내 색이 들어간 영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더라. 이후로 다르게 하려는 것에 집착이 생긴 것 같다. 지금은 당시보다 많이 색이 흐려졌다. 색이 너무 진하면 관객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더라. 그래도 여전히 ‘항상 새롭게’가 목표다.

영화 '생각의 여름' 김종재 감독. 사진 인디스토리
영화 '생각의 여름' 김종재 감독. 사진 인디스토리

관객이 ‘생각의 여름’을 어떻게 바라봐주길 바라나

= 너무 어렵게 접근하실 필요 없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어려웠다면 내가 만들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시를 듣고, 느끼시는 바가 있으시길 희망한다. 누구나 겪는 연애, 인간관계, 취업, 1인 가구의 삶 등 여러 문제와 고민이 담겼다. 보시면서 편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시길 바란다. 특히 힘든 시기이지 않나. 나 역시 코로나 블루로 많이 힘든데, 이런 상황에서 ‘생각의 여름’이 여러분께 작은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영화 ‘생각의 여름’은 오는 12일 극장 개봉한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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