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좋은 사람’ 정욱 감독 “영화는 결국 관객이 우선…좋은 이야기꾼 되고파”

2021-09-07 17:41 위성주 기자
    “좋은 평가는 좋은 배우 덕분”
    “의심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좋은 사람’을 연출한 정욱 감독을 만났다. 지난 2013년 제11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휩쓸었던 단편 ‘패밀리’ 이후 8년 만에 맥스무비와 이야기를 나눈 정욱 감독. 여러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뒤 장편을 구상하겠다며 순수한 열정을 드러냈던 그는, ‘좋은 사람’을 통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영화 '좋은 사람' 정욱 감독. 사진 싸이더스
영화 '좋은 사람' 정욱 감독. 사진 싸이더스

영화 ‘좋은 사람’은 교실 도난 사건과 딸의 교통사고, 의심받고 있는 한 명의 학생 세익(이효제),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교사 경석(김태훈)이 의심과 믿음 속에 갇혀 딜레마에 빠지고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좋은 사람’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 상과 한국영화감독 조합상-메가박스상을 차지한 작품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정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지난 2013년 단편 ‘패밀리’로 주목 받은 이후 8년 만에 장편을 내놓은 정욱 감독. 그가 ‘좋은 사람’을 통해 관객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는 의심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믿음을 져버렸을 때, 사람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그리려 했다.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나 역시 마찬가지로 타인을 너무 손쉽게 판단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사건이 벌어지면 반사적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비판하곤 하는데, 우리는 과연 스스로 성찰하고 사는지 질문하고 싶었다. 누구나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스스로 좋은 사람으로 생각할 테지만, 과연 그런지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좋은 사람' 스틸. 사진 싸이더스
영화 '좋은 사람' 스틸. 사진 싸이더스

이제 막 입봉한 감독의 영화는 대개 힘이 상당히 들어가있기 마련이다.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열정이 앞서는 것이 당연하고, 하고 싶었던 수많은 이야기와 기교를 뽐내고 싶은 마음 역시 버무려질 터다. 신인이기에 느껴지는 풋풋함과 신선함 뒤로 다소 어색한 불협화음이 느껴지는 이유다.

허나 ‘좋은 사람’은 그러한 삐걱거림보다 되레 겸손과 절제, 담백함이 주를 이뤘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흘러가는 이야기 사이 엿보이는 정욱 감독의 손길에는 깊은 고민과 정성, 사람에 대한 진정이 담겨 관객을 매료시켰다.

“내 영화가 항상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꾸미려고 하지도 않고, 담백하게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야 오히려 사람들이 어떤 영화나 캐릭터를 볼 때 갖게 되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비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정직하게 바라보려고 하면, 그런 나의 태도가 결국 영화를 부담스럽지 않고 정직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영화 '좋은 사람' 스틸. 사진 싸이더스
영화 '좋은 사람' 스틸. 사진 싸이더스

이어 “사건이 해결되고,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영화가 아닌, 인간성이 밝혀지고,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설명하던 정욱 감독. 한참을 들떠 영화를 이야기하던 그에게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평을 전하자, 거의 얼굴에는 쑥스러움이 묻어나는 난처함이 드러났다.

“사실 결국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배우들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촬영 하면서 물론 이야기에 집중했지만, 배우들을 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자주 빠져들곤 했다. 배우를 특정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쓰다가 문득 김태훈 선배가 떠올랐는데, 마치 나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 영화 출연을 조금 고민하신 것 같지만(웃음), 내가 많이 졸라서 함께하셨고, 선배 덕을 톡톡히 봤다.

세익을 연기한 이효제 배우도 정말 대단했다. 어린 나이부터 ‘사도’나, ‘검은 사제들’, ‘가려진 시간’같은 큰 영화 출연 했던 덕분인지, 베테랑이더라. 항상 착한 역할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눈가에 서늘함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세익과 잘 어울렸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이미 완성형 배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좋은 사람' 스틸. 사진 싸이더스
영화 '좋은 사람' 스틸. 사진 싸이더스

한편 정욱 감독은 자신만의 색이 무어라 생각하는지 묻자 “친구들은 정욱 표 영화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는 잘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관객에게 영화를 선보이는 것이 한없이 부끄럽고 두려우면서도, 관객의 반응에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던 정욱 감독. 그는 영화를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영화를 처음 시작했던 것은 누나의 창작극을 보면서다. 좋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인지 시나리오를 쓸 때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관객이 어떻게 볼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우선순위가 되면 안될 것 같다. 결국 영화는 관객과 사회에 질문을 던져야 하고, 그 때문에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내기보다 관객의 감상을 우선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것들을 용기 내서 꺼낼 수 있는 것, 그것이 영화를 하는 이유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 ‘좋은 사람’은 9월 9일 극장 개봉한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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