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민 “각자 인생의 ‘기적’ 떠올리게 하는 작품”

2021-09-13 18:19 위성주 기자
    “이장훈 감독은 천재…깔끔한 연출에 감탄”
    “박정민, 작품마다 보여주는 대비 월등…큰 배우 될 것”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놀라운 소재와 더불어 탄탄하고 귀여운 이야기로 개봉 전부터 관객의 기대를 부르고 있는 영화 ‘기적’. 배우 이성민과 박정민, 임윤아, 이수경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이성민은 무뚝뚝한 아버지의 표상을 그리면서도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온전히 전하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영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이성민을 만나, ‘기적’에 출연한 소회를 물었다.

영화 '기적' 배우 이성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적' 배우 이성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 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것이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988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기찻길은 있지만 기차역은 없는 마을과 개성 넘치는 마을 사람들의 유쾌한 앙상블이 돋보인다.

배우 이성민은 극 중 무뚝뚝한 아버지이자 원칙주의 기관사 태윤을 연기했다. 언제나 원칙을 고수하며 남들과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 그는 영화 후반부, 남다른 사연을 고백하며 아들을 향한 깊은 부성애를 드러낸다.

“나도 지금은 아버지지만, 아들이었던 때가 있다. 그때는 아버지가 왜 그렇게 무뚝뚝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태윤을 연기하면서 아버지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태윤은 어쩌면 저주라고 할 만큼 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 캐릭터인데,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고통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기적' 촬영 현장. 배우 이성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적' 촬영 현장. 배우 이성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태윤을 연기하면서 실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는 이성민. 그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뿐만 아니라 ‘기적’과 공유하는 사연이 있었다. 바로 영화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이 이성민의 실제 고향이었던 것. 심지어 극 중 준경이 나이와 1980년대 후반 이성민의 나이는 비슷하기도 했다. 이성민은 시나리오에서 고향을 발견한 반가움에 고민 없이 출연 결정을 내렸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은 영화 배경이 되는 곳이 내 고향인줄 모르고 줬다고 나중에 말했는데, 받았을 당시에는 알고 준 줄 알았다. 고향 이야기라 반가워서 꼭 하고 싶더라. 영화 속 준경이가 신던 신발은 실제로 내가 신고 다녔던 것이기도 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고, 사실 옛날에 살던 공간을 다시 체험할 수 있을까 기대하기도 했는데, 그러진 못해서 아쉽다.

고향 말을 쓴지 나도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 했던 것이 참 재미있었다. 말을 기억해내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다행이 고향 말을 지도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통해서 검증도 받고, 조언도 받으면서 촬영을 잘 마쳤다. 다만 준경이에게 태윤이 “꿈꿨나”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는 원래 사투리가 “꾼꿨디라”라서 관객 분들이 알아듣지 못하실 것 같아 바꾼 부분이다.”

영화 '기적' 스틸. 배우 박정민(왼쪽), 이성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적' 스틸. 배우 박정민(왼쪽), 이성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추억으로 영화 ‘기적’에 함께했던 이성민. 반가운 마음이 앞섰던 그는 촬영을 진행할수록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야기에 빠져들었단다. 시대와 공간, 나이는 같았지만, 그 어떤 이야기도 겹치지 않던 준경에게 이성민이 깊은 공감을 느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시나리오를 볼 때까지 준경의 이야기는 나와 상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이 영화가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순간, 준경이 꼭 나 같더라. 내게도 작은 기적이 모여 배우가 돼서, 지금 이렇게 관객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나. 재수시절, 버스터미널에서 우연히 연극 단원 모집 포스터를 봤던 그 순간이 내 인생의 기적인 것 같다.

누구에게나 그런 기적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영화 ‘기적’이 누구나 갖고 있는 바로 그런 때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당시 버스가 서지 않았다면, 그래서 내가 포스터를 보지 못했다면, 그리고 전화했던 극단의 누나가 전화를 반갑게 받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극단에서 전화를 받아준 누나가 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기적’ 같다.”

영화 '기적' 배우 이성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적' 배우 이성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준경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진심을 다해 영화를 완성한 이성민. 그의 폭발적이면서도 섬세한 감정연기는 관객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허나 그와 같은 찬사에도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며 겸손을 표한 이성민. 그는 되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장훈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배우 박정민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감독님이 천재라는 생각이 들더라. 다 계획이 있더라. 명확한 계산을 하는 연출자고,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다. 그 덕분에 이 영화가 아주 단순한 구조를 지닌, 흔히 ‘신파’가 있는 영화지만, 관객 분들이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경쾌하게 진행되다가 순식간에 비극으로 넘어가는 깔끔함, 그 연출에 감탄이 나왔다.

박정민 배우는 크고 멋진 배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미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번 작품에선 ‘흰 쌀밥’같은 연기를 보여줬는데, 전작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또 강렬한 캐릭터성을 보여주지 않았나. 작품마다 보여주는 그 대비가 굉장히 월등하고, 같이 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몰입도를 이끌어내는, 함께 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그런 배우다.”

영화 '기적'은 9월 15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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