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오징어 게임’ 결국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2021-09-24 18:05 위성주 기자
    “자네는 여전히 사람을 믿나?”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공개와 동시 많은 논란을 불렀다.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와 유사한 설정으로 표절 논란이 불기도 했고, 지나친 폭력성과 잔인함, 적나라한 표현 등에 몇몇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표하기도 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은 북미에서까지 넷플릭스 시청순위 1위를 달성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데스 게임을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연출 황동혁)은 간단한 플롯을 자랑한다. 삶의 막바지에 몰려 휘청대는 이들이 하늘 위에서 떨어져 돼지 저금통에 쌓여가는 456억 원이라는 거대한 상금으로 질주하는 이야기가 ‘오징어 게임’의 바탕이다.

그렇게 뼈대만 두고 본다면 실상 일전에 만났던 여러 데스 게임 장르 영화 혹은 드라마와 큰 차별점이 없다. 게임의 목표가 돈이든, 상금이든, 또 다른 무언가이든, 결국 살아남기 위해 게임을 진행하고, 사투를 벌이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을 우리네 어린 시절 놀이가 신선해서일까, 혹은 아이러니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려놓은 동화 같은 미장센 덕분일까.

무엇 하나만을 정답으로 규정하긴 어렵겠지만, ‘오징어 게임’과 여타 데스 게임 장르 작품들의 차별점으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의 캐릭터를 꼽고자 한다. 이정재의 연기나, 캐릭터의 비주얼 따위가 아니다. 성기훈이라는 캐릭터가 갖는 고유한 성격과 목표의식, 그로부터 빚어낸 작품의 메시지가 ‘오징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든다. 극 중 기훈은 능력도 없는 주제에 다른 누군가가 다치고 넘어지면 곧장 달려나가 도움을 주고, 오지랖을 부린다. 자칫하면 단숨에 목숨을 잃는 게임 안에서 기훈은 누가 봐도 오래 살아남지는 못할 인물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그러나 기훈은 모든 게임을 통과해 끝내 승리를 거머쥔다. 이는 단순히 그가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다. 2화의 후반부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아!”라는 그의 외침이 이 작품을 관통하는 말인 이유다. 기훈은 자신의 돈을 훔친 소매치기에게도 동정심을 갖고, 게임을 예상했음에도 자신을 일부러 어려운 방향으로 내몬 상우에게도 믿음을 준다.

육체적인 활동이 주가 되는 데스 게임 상 생존이 어려운 노인과 여성에게도 주저함은 있으나 손을 내민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자 했던 극 중 유일한 인간(人間)이 바로 성기훈이다. 게임의 호스트가 그에게 엿본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극한의 어려움 상황 속에서도 되레 빛을 내는 그의 순수한 인간성만이 결국 살아남을 자격이 있다.

물론 그에게도 인간성을 시험하는 시련은 여러 번 닥친다. 구슬치기 게임 전 곧장 노인(일남)과 짝을 짓지 않는 것도 그러하고, 치매 노인을 속이며 구슬을 따가던 모습도 그러하다. 마지막 승부에 앞서 쉬는 시간 동안 졸고 있는 상우에게 칼을 들고 다가가려 했던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위기에서는 앞서 기훈 자신이 뿌려놨던 인간성의 씨앗이 되돌아 와 그를 돕는다. 보살펴왔던 노인은 자신의 마지막 구슬을 웃으며 건네고, 죽어가던 소매치기는 스스로를 더럽히지 말라며 칼 든 기훈을 말린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 넷플릭스

그렇게 기훈은 그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끝내 인간성을 잃지 않는다. 상금을 탄 이후에도 죄책감에 휩싸인 그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게임을 만든 이들을 향해 분노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기훈은 여전히 사람을 믿는다. 물론 다양한 복선을 설치해두며 시즌 2를 예고한 ‘오징어 게임’인 만큼, 다음 시즌에도 ‘인간성’이 주요 화두가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터다.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게임 진행자에 오른 것이 분명해 보이는 황인호(이병헌)나, 게임을 부수기 위해 다시금 게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빨간 머리의 기훈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시금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가 높다.

이 외에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징어 게임’의 매력은 상당하다. 동화 같이 다채로운 색감의 화려한 미장센과 어린 시절 여러 놀이들은 물론, 기훈과 함께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사람이 아닌 돈을 목표로, 돈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게임 참가자들의 모습은 기실 드라마 속 이야기에 머물지 않음을 우리는 모두 통감한다. 쌍용차 파업을 암시하는 기훈의 사연 때문만은 아니다. 돈만을 바라보고 경주마처럼 질주하는 우리네 인생을, ‘오징어 게임’은 비추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는 이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에게 묻는다. "자네는 여전히 사람을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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